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미스트 Feb 13. 2022

고객이 왕이라서가 아니라, 내가 왕이라 그렇다.

무소속 생존기

   올해로 자영업(6년 전 법인 전환)을 시작한 지 16년이 된다. 짧은 직장생활을 뒤로하고 고향에 내려와 시작한 작은 일이 조금씩 성장을 해왔다. 물론 매년 지속적으로 성장한 것은 아니고, 위아래의 변동폭을 겪으며 성장해왔다. 코로나 기간에도 매출은 거의 줄지 않았고, 올해는 아마도 더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 시작할 때, 머릿속으로 대충 이렇게만 하면 얼마를 벌겠다는 단순한 생각을 가졌는데, 세상은 초짜에게 그렇게 쉽게 지갑을 열어 주지 않았다. 그런 어리석은 계산을 했던 기억조차 없어졌을 때, 비로소 나는 그 금액을 초과하여 벌고 있었다.


   한 분야에서 16년째 일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업은 나에게 어렵다. 이 정도면 마음을 좀 내려놓고, 편하게 할 수 없겠냐는 충고도 들리지만 나는 여전히 두께를 알 수 없는 얼음 위를 걷는 기분이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경험도 거의 없이 혼자서 작게 시작해서인지, 나에게는 여전히 고객들의 반응을 예민하게 살피고, 영업행위 전반에 실수는 없었는지 살피는 습관이 남아있기 때문인 듯하다.


 고객이 왕이라서가 아니라, 내가 왕이라 그렇다.


   나는 자존심 왕이다. 나는 유독 자존심을 구기는 것을 너무 싫어한다. 죄송하다는 말, 화난 상대를 다독이며 오해가 남지 않도록 참아가며 설명하는 일은 자존심이 센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돈을 안 벌면 안 벌었지 이상하게 그런 말을 하기가 너무 싫다.


   나는 싫은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 빈틈이 없도록 신경 쓰고 더 개선하려고 애쓴다. 처음 시작해서 어설프다는 말, 아직 젊어서 경험이 없다는 말, 경쟁업체보다 퀄리티와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불평을 다시는 듣고 싶지 않아서, 더 확실하게 처신하고, 예민하고, 치열하게 살아왔던 것 같다. (그래서 우울증과 공황 증세가 찾아왔나 싶다.)


   아마도 내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에 사업이 그동안 잘 성장해온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쩌면 이 덕분에 사업이 성장해왔으니 '쓸데 있는 자존심'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인지 나는 주변에서 까다롭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렇게 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일에 늘 열심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너무 빡빡하게 세상사는 거 아니라는 훈계 같은 것도 들은 적이 있다. 운영상 따라야 하는 법규나 세금 문제 같은 것들조차도 거의 그대로 지키는 편이라 주변 사람들에게 핀잔이나 비웃음도 들었다.


   나는 술, 담배는 물론이고 커피마저 마시지를 않으며, 의미 없는 모임과 단톡방마저 거부해버리니, 아마도 나라는 사람은 그들에게 이상한 사람일 것 같기도 하다. (담배는 16년 전에 끊었고, 술과 커피를 끊은지는 5년이 되었다.)


   얼마 전 지나가는 길에 예전에 나에게 훈계를 하셨던 분을 만났다. 한동안 연락조차 뜸하게 지냈던 분이었다. 처음 시작할 때의 나의 모습을 알던 분인데, 지금 많이 성장한 나의 회사를 말하며 '네가 옳았다'라는 말을 했다.




   사업은 매출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입된 시간과 자원 그리고 에너지를 최적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생산성과 마진율이 높아지고 영업이익의 폭이 커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얻어진 영업이익은 재투자를 통해 재차 매출 상승을 꾀한다. 그래서 나는 이 '최적화'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여기서 최적화는 무조건 아끼고 절감하는 것이 아니라 과잉투입되는 시간, 자원, 에너지를 찾아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 재배치하여 효율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예전에 매출을 올리는 것에만 집중했을 때에는, 매출 증가는 곧 투입된 시간, 자원 그리고 에너지의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에, 매출이 올라갈수록 나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줄었다. 그리고 힘들게 일한 만큼 일종의 '보복 소비'도 커져서 지출도 많아졌다. 무엇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나의 신체적 회복력이 전보다 약해졌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아픈 곳도 생겼다.


이래서 사업은 잘 돼도 걱정, 안 돼도 걱정이다.


   이런 식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나는 최적화 작업을 시작했다.  최적화 작업을 시작한 이후로 현재는 최적화 작업 전보다 매출은 2배가 되었고, 근무시간은 1/3 줄어들었다. 단위 근무시간당 매출을 따져보면 6배가   같다. 현재에도 여전히 최적화를 진행하며 근무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나는 파이어를 준비하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손쉽게 채소를 챙겨 먹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