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llionaire
"니까짓 게 뭘 안다고 나를 가르치려고 해."
중학교 영재반(경시반) 수업 쉬는 시간이었다.
두세 명의 친구들이 모여 하이레벨 수학 문제에 대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마침 나는 좀 다르게 풀어낸 문제라서 내 의견을 말하려는데 한 아이가 나에게 그렇게 쏘아붙였다.
그 아이는 덩치도 컸고 이 영재반 안에서도 월등한 실력이 있던 아이였다. 한 수(아마도 몇 수) 아래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훈수(?)를 듣는 것이 자존심 상했거나 아니면 성가셨던 모양이었다.
순진했던 나에게는 꽤 충격적인 말이었다.
그 누군가에게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모욕적인 말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아니 그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낸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해봤기 때문이었다.
그 상황은 30년이 지나도록 생생하다.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보거나 목소리를 들을 때면 그때가 생각나서 화가 날 때도 있었다. 인성이 좋지 않은 그 녀석은 분명 성공하지 못했을 거라며 권선징악(?)을 떠올리기도 했었다.
그런데 얼마 전 언론에서 그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한국 부자 순위에 이름이 오른 것이다. 그것도 꽤나 높은 순위였다. 나는 이 친구의 부모님이 어떤 일을 하셨는지 알았기에 금수저도 분명 아니란 것을 알고 있다.
'조'단위의 자산이라니...
그의 말이 맞았다.
나까짓 게 뭘 안다고 그랬을까 싶다. 비꼬는 것 없이 삐진 것 없이 정말 진심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가 나에게 했던 그 말도, 15살 미숙한 어린 아이였을 때라 그럴 수 있다는 생각도 한다.
우리는 같은 학교를 다니고, 같은 수업을 들었고, 비슷한 생활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와 나는 학벌뿐만 아니라 지식과 사회적 영향력은 물론이며 자산 수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무슨 차이였을까?
물론 간단히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걸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나도 최소한 '몇 백억'은 벌었을 것이다.
사실 돈 보다 어떻게 그렇게까지 성장할 수가 있었는지가 궁금하고 부러웠다. 나에게도 비슷한 시간이 주어졌는데, 그는 그 시간을 어떻게 살아온 걸까?
아마도 나는 차이점을 앞으로도 모르거나, 설사 알았더라도(내 주변에 힌트가 있었더라도) 실천하지 않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것이다.
으이그, 이 바보야.
* 억만장자 : 1억달러(환율 1300원 기준, 한화 1조3000억원)이상 가진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