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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Sep 26. 2022

미니멀 헤어 라이프

3mm 삭발


   순차적 삭발의 최종 단계는 6mm라 생각해왔다.

   그래서 '삭발 완료'라는 글도 쓴 적도 있다. 하지만 짧은 머리를 해보니 생각보다 너무 편하고 나름 괜찮아서 3mm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그래서 고민을 조금 하다가, 미용실을 찾았다.


   "6mm 시죠?"

   "3mm로 해주세요."


   미용실 직원은 제대로 들은 건지를 확인하듯, 잠시 멈칫하더니 이발기의 틀을 교체하고 바로 앞머리부터 밀어 올리기 시작했다.


   '아, 이거 생각보다 너무 짧다.'

   정수리에 비친 반짝임이 전과 사뭇 달랐다. 거울에 보이는 내 머리는 짧은 머리가 아니라 그냥 민머리나 다름없어 보였다. 이 정도는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머리였다.


   '괜한 짓을 한 건가?'

   잠시 후회를 했다. 흔들리는 내 눈동자를 알아챘는지, 미용실 직원은 나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3mm 차이가 꽤 크지요?"


   나는 태연한 척 살짝 웃으며 "아, 네."라고 짧게 답했다.


   이발을 마치는 데 걸린 시간은 정말 짧았다.

   6mm였을 때만 해도 옆머리가 자연스럽게 짧아지도록 얼마간 다듬는 과정이라도 있었는데, 이건 정말 머리 전체를 삭삭 밀고 맨 아랫단만 긁어 올리듯 다듬기만 했다. 그걸로 끝이었다. (이제는 정말 아무 미용실에 가도 균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일은 순식간에 마무리가 되었고, 머리 감는 곳에 가서 머리를 씻었다(?). 샴푸를 쓰기가 확실히 더 애매해졌다. 지금도 주로 천연비누로 머리감기를 해결하는데 이제는 확실히 비누다.


   매운맛을 즐기기 시작하면 점점 더 매운맛을 찾게 되는 것처럼, 한번 짧은 머리를 해보니 점점 더 짧아지는 머리를 찾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짧을수록 더 가볍고 자유로움을 느껴서 그런 듯하다.


   미니멀 헤어 라이프라고 할까?

   머리를 짧게 깎으면 집안에 쌓여있는 물건을 비울 때 느껴지는 그런 홀가분함 같은 것이 있다. 단순하고, 간소하고, 가벼운 그 무언가를 몸으로 느끼게 된다.


   물론 머리가 짧아지는 만큼 불편한 것도 생겼다.

   내 머리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사람을 대하는 일은 참 귀찮다. 가장 자주 듣는 말은 '머리가 왜 그러냐.'라는 말이다. '뭐가 그렇다'는 것일까?


   삭발이라고 하면 좀 부정적인 뉘앙스가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방송 예능에서는 삭발을 '벌칙'으로 여기고, 어떤 집단의 투쟁에 빠지지 않는 것이 '눈물의 삭발식', '삭발 투쟁' 이기 때문이다. 그런 인식이 지배적인 사회(환경)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사고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이해는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냥 해보고 싶었다. 그냥 해보고 싶은데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하고 싶은 마음이 있고 이유를 찾는 거지. 나도 물론 단번에 삭발을 한 것은 아니고, 나름 나도 차차 적응을 하고 주변인들에게 착시를 주려고 '순차적 삭발'이라는 꾀를 내긴 했지만 말이다.



   전보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확연히 더 느껴진다.

   뭔가 악의를 가지고 쳐다보는 것은 아닐 테고, 일반적이지 않은 헤어스타일이기 때문에 쳐다보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사람들의 그런 시선을 느끼는 것이 신기함 반, 불편함 반이었는데 지금은 거의 신기함이 9이고 불편함은 1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이다.

   내가 원하고, 와이프만 괜찮다면 다 괜찮은 거다. 와이프는 6mm 때보다 오히려 더 잘 어울린다고 말해준다. 까끌까끌한 촉감이 재미있다고 머리도 가끔 쓰다듬어 준다. 그래서인지 쓰다듬어줄 때마다 (강아지처럼 주인에게) 충성 충성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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