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미스트 Jan 27. 2023

도태되고 사라지는 이유

   직장인의 아들로 27년을 살고, 나는 대를 이어(?) 직장인이 되었다. 28살에 사업을 시작하며, 30년 가까이 박혀있던 직원 마인드에서 사장 마인드로의 '모드 변경'에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17년째 사업을 하고 있지만, 나는 장사꾼이 되려면 아직도 멀었다.


   '선택'이 가장 어려웠다.

   나에게 일을 가르쳐줄 사수도, 업무 매뉴얼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를 대신할 책임자 역시 없었다. 심지어 이런 무지의 상태에서 갑작스레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때가 가장 곤혹스러웠다.


   처음에 나 같은 초짜에게 마음을 열고 알려주는 이도 없었을뿐더러, 잠재 경쟁자인 나를 도울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보고 따라 할 방법이 없었기에 나는 늘 가설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그렇게 해서 얻은 성공과 실패의 비율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으나 가설을 세우고, 결과를 피드백하며 나만의 사업 매뉴얼을 만들어왔다.


   부족한 지식과 지혜는 책으로 보충했고, 그날 느꼈던 감정이나 소회는 다이어리에 적으며 흔들리는 멘탈을 잡았다. 주변에서 보고 들리는 엉뚱한 것에서도 사업에 접목할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때는 메모장에 뭐든 적어놓았다.


   어쨌든 경험한 일은 능숙해졌고, 경험하지 않은 일이라도 유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가설을 세우고 그것에 맞게 일을 진행시킬 수 있게 되었다. 사업 경력이 쌓일수록 내 가설의 적중률(?)도 점점 높아졌다. 문제는 오랜 기간 반복되다 보니 부작용이 생겼다.


   '결국, 내 말이 맞다는 생각' 

   '내 말이 맞아야 한다는 생각'


   동종업계에서 나를 내려다보던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들수록 그 생각은 점점 강해졌다. 사실 어쩌면 그것으로 자신감을 얻으며 사업이 성장해 왔지만, 이제는 그런 갇혀있는 생각 때문에 나도 회사도 다음 단계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화를 꺼리는 (내가 싫어했던) 어른의 모습과 성장을 멈춘 회사로 변해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는 독서와 메모, 그리고 새로운 시도를 과거에 비해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지금과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과거와는 다르다. 

   그런데 나는 과거에 굳어진 사고의 틀에 지금과 미래를 끼워 맞추는 짓을 하고 있다. 오히려 초짜일 때는 모르니까 경계 없이 눈과 귀를 열었는데, 지금은 과거의 영광(?)에 젖어 살만 찌우고 있다.


   이래서 나이가 들면 도태되고, 회사는 성장을 멈추고 사라지는 모양이다. 


   정신 차려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명절선물 거절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