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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Jun 16. 2023

채팅방 시끄럽게 나가기

단톡방, 채팅방 조용히 나가기

   나는 조직생활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업을 하지만 갑과 을을 나눌만한 거래나 하청관계도 없다. 나에게 갑질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해봐야 고객일 텐데, 그나마도 나는 아쉬운 소리를 해가며 설득하거나 붙잡지도 않는다. 나는 타사 대비 비교우위를 제공하는 것에 집중하고, 선택은 그들이 하는 일이다.


   이게 내가 느끼는 자유로움이다.

   그래서 굳이 이곳저곳 모임에 나가 기웃거리거나 얼굴도장 찍지 않는다.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에게 붙어서 그들에게 one of them이 되고자 하는 마음도 없다. '사'자가 붙은 사람이 필요하면, 지인(의 할인)이 아닌 실력 있는 사람을 찾아 그들이 제공하는 가치에 대가를 지불하면 그만이다.


   나는 누군가의 누구가 되고 싶지 않다.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길 바랄 뿐이다. 그러려면 아쉬울 것이 없어야 한다. 그렇다고 내가 돈이 엄청 많거나, 꽤나 강한 영향력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타인에게 기대하거나 기대지 않고,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태도와 상황을 고집스럽게 지킬 뿐이다.


   한때는 나도 모임에 나가 얼굴 도장을 찍고, 지인의 소개를 바라며 사람들의 어울림 속에 (선택지에 존재하기 위해) 나도 빠지지 않길 바랐던 적도 있다. 물론 그런 사회활동은 업에 도움이 되며, 사람들에 따라 그 능력으로 더 잘 살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재주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런 재주 없는 내가 그런 불확실함에 내 가족의 운명을 기대고 있는 것이 한심했다. 그래서 모두 그만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했더니, 어느새 삶이 더 간단해지고 번잡함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자연인이다'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다.

   "여기서는 내 마음대로 해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다들 머리나 수염이 제멋대로고, 옷도 집도 생활 방식도 다 제멋대로다.


   왜 사람들은 그 '자연인의 삶'을 동경할까?

   특히 중장년층의 남자들 말이다. 불편하고, 힘들고, 부족함 투성이인 그런 곳에서의 거친 삶을 왜 동경하는 걸까? 


   그들은 최대한 자급자족한다. 

   부족할 순 있지만 만족할 줄 알고, 사람에게 기대하거나 아쉬울 것 없다는 태도를 갖고 있다. 어쩌면 사람들의 속내는 풍요로움보다 그들의 태도가 더 부러운 것은 아닐까?


   자연인의 뻔한 레퍼토리처럼, 속세(?)의 실패와 시련을 겪고, 결국 산에 들어가 자연인이 되고 나서야 그런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실력을 키웠다.

   (다른 선택지가 없기도 했다.) 갑이 되지 못해도 상관없다. 실력을 키워 슈퍼 을이 되면 된다. 시간이 걸리고, 집요하게 궁리하고, 조금은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 하지만 말이다.  

대한민국 1대 바리스타 박이추 선생

   그리고 더 가져야 한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해 용기를 내고, 무리에서 벗어난다는 두려움과 고독함을 받아들인다. 그럴 수 있다면 굳이 '자연인'이 되지 않아도 '자유인'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또 단톡방에 입장당했다.

   늘 그렇듯 나는 단톡방에서 '소란하게' 나온다. '조용히 나가기' 기능이 생겼다지만 쓰지 않는다. 타인 눈치보며 조용히 나올 이유가 나에겐 없고, 쏟아져 나오는 단톡에 방해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알 게 뭐야.

   내가 필요하면, 필요한 사람이 연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생활에 촛점을 맞추고, 관계에 연연하지 않고도 나는 즐거울 수 있다는 가벼운 마음에 집중한다.


   내 마음대로 머리를 빡빡 밀고, 내가 편한 대로 같은 옷 몇 벌을 돌려 입고, 내 몸이 즐거운 채소 중심의 식사를 하는 등의 간결한 내 삶에 오늘도 만족하고 감사하다.


   아, 스... 스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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