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선명하게 바라보기
마음의 노후준비, 정신건강의학과
시간이 지나면 왜 그랬는지 훤히 보인다.
복잡하고 어렵게만 보이던 일들도 시간이 지나면 꽤 간단하게 보인다. 마치 컴컴하고 무서운 시골 밤길이 날이 밝으면 아무렇지 않은 그런 기분이랄까?
그렇게 쉽고 당연한 길이 왜 그때는 보이지 않았을까?
그때의 두려움과 욕심이 지금 없는 것을 보면, 그때 있던 두려움과 욕심이 내가 당면한 문제를 선명하게 보지 못하게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들 욕심과 두려움이라면 지금부터 놓아버리는 것이 어떨까 싶었다. 요즘 동요하는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현상'에서 '내 감정'을 알아차리고 분리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선생님에게 배웠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그런 연습을 한다.
상대의 경솔한 언행은 나와는 근본적으로 관계없음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겉으로는 나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단지 그의 잠재의식이 말과 행동으로 감정과 함께 발현되는 현상일 뿐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상대의 언행에서 간결하게 핵심만 발췌하는 연습을 한다. 그리고 나도 감정을 분리해서 대응하려고 노력한다. 그랬더니 생각보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핵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빛과 그림자는 언제나 공존한다.
그림자가 싫다고 부정하면 빛도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빛만 가지려는 좁은 생각에서 벗어나 모두를 수용할 수 있는 태도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렇게 변하고 싶어도 잘 되지 않았다.
지금 내가 주체적으로 의식하고 판단해서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나의 깊숙한 무의식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겉으로 다짐하고 노력해도 내 무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변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내 무의식을 희석하는 중이다.
흙탕물이 담긴 물컵에 깨끗한 물을 계속 부어 맑게 하는 것처럼, 정제된 생활을 매일 내 컵(내 생활)에 꾸준히 붓고 있다. 이런 게 수행인가? 아 그런가?!
어쨌든 내가 간소하게 지내고, 건강하게 먹고, 몸을 움직이고, 욕심내지 않고, 단순하게 살려는 이유다. 신기하게도 불필요한 욕심을 덜어낸 만큼 막연한 두려움도 줄었다.
나는 세상을 선명하게 보고 싶다.
스스로 만든 감정에 속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