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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Nov 07. 2023

나의 경조사를 남에게 알리지 말라.

축의금 조의금

   나는 남의 경조사에 가지 않는다.

   아마도 최소 10년 이상 그래온 것 같다. 문자로 오는 연락 대부분을 무시하는데, 아주 가끔 마음이 동하면 인편에 봉투를 전달하거나 계좌송금을 하고 만다. 나중에 돌려받을(?) 생각은 없으니 따로 기록하지 않는다.


   10년 넘게 활동하지 않았더니 꽤 자유롭다.

   아니 일부 보내긴 했지만, 애초에 나는 나의 경조사를 알릴 생각이 없으니 서로 끈적거림이 없어 좋다. 한국인은 끈끈한 정이 미덕이라는데 안 끈끈해도 사는데 문제없었다.


   어디까지나 개인사이며 사생활이기 때문이다.

   주지 않았으니 받을 것도 없고, 가지 않았으니 오지 않아도 된다. 바라는 게 없으니 서운하지 않고, 기대하지 않으니 원망할 일도 없다. 드라이하고 좋다.


   나의 대외적 경조사는 내 결혼식에서 끝났다.

   하긴 내 결혼식 때 그전에 내가 봉투를 했던 모든 이에게 연락하지도 않았다. 그냥 내 결혼식에 와주었으면 하는 사람들에게만 연락을 했었다. 또 그때 와준 미혼자들의 결혼식에 대해 환급(?)을 마치고 경조사에 대한 모든 왕래와 거래를 정리했다.


   아주 옛날 이런 경조사를 치르는 게 힘든 시절에 돈을 보태주고 일손을 돕던 풍습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요즘에도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시대에는 꼭 주고받아야 할 필요도 없고, 꼭 가야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들로 복작거리는 결혼식장에 가느라 주말을 날리는 것도, 늦은 밤에 차를 몰고 멀리 장례식장에 가는 것도 싫어서 가지 않았다. 실제로 그렇게 무리해 가며 가야 할 만한 사람이 나에겐 없어서 그럴 수도 있다.


   얼마 전에도 가까운 지인의 가족상에 가지 않았지만 그와 여전히 잘 지낸다. 그도 역시 남의 개인사에 상관하지 않을 자유를 얻었다.


   요즘 점점 작은 결혼식이 퍼져나가고 있다.

   아마도 장례문화 역시 나중에는 간소한 “작은 장례식”이 정착될 것 같다. 1인가구가 늘고 딩크처럼 아이를 낳지 않는 젊은 부부들이 많아지는 걸 보면 앞으로 더 높은 확률로 그렇게 될 것 같다.


   나는 3일장이니 5일장이니 뭐니 하지 말고 최대한 빈소 없이 빨리 화장을 마치고 어서 잊고 자기 인생들을 살았으면 좋겠다. 지금의 장례에 대한 형식주의에 얽매일 바엔 살아있고 제정신인 동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더 자주 만나서 더 재미있고 신나게 지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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