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것, 어둠이 가시는 아침의 풍경을 보는 것, 달리며 영구처럼 흐르는 콧물을 훔치는 것, 초록풀 위에 내린 서리를 쳐다보는 것, 옥타브 배틀하는 새소리를 듣는 것. 맛있는 아침 식사를 즐기는 것. 고소하게 내린 커피 한잔으로 식사를 마무리하는 것.
모두 내가 살아있기 때문에, 그리고 안녕하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요즘의 나는 이 정도면 뭐 만족하고 괜찮다는 생각이다.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고, 그저 감사하고, 세상을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기만을 바란다.
가끔은 전원생활을 동경하지만, 그런 동경은 내가 지금 여기를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흘러갈 수도 있기에 지금 이곳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갖는다. 만약에 어딘가로 갈 기회가 있다면 아주 자연스럽게 또 가게 될 것 같다. 물 흐르듯이.
뭔가를 조립할 때 제자리를 찾으면 쏘옥하고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내 인생도 그렇게 또 어딘가로 자연스럽게 빨려 들어갈 것이다.
회사 매출이 30%가량 하락이 예상된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도 괜찮았는데, 경기침체의 여파가 밀려드는 것 같다. 예전 같았으면 전전긍긍하며 고민하던 나였는데, 이제는 조금은 다르게 대하고 있다.
뭐 아무렇지 않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어찌할 수 없는 것마저 떠안으며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으려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잠시 바람을 견뎌야 할 것 같다. 아니 이게 또 어쩌면 뉴노멀일 수도 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잘 지내고 있는데, 더 잘 지내보려고 지금 잘 지낼 수 있는 시간을 날려버리는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꼭 아프고 일상이 멈춰버리고 나서야 지금의 소중함을 깨닫고 싶지는 않다. 숨 쉬고, 밥 먹고, 춥지 않게 잘 곳도 있고, 입을 옷도 있으니 걱정일 게 없다. 일이 좀 한가해질 땐 좀 쉬며 시야를 열고, 바빠지면 좀 서둘러보고, 뭐가 잘 안 되면 좀 둬본다.
뭐 어쩔 것인가?
잘 지내는 게 그나마 내가 인생에서 할 일인데 지금을 잘 못지내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인간의 수명은 오늘 하루 24시간이다. 오후에, 또 저녁에 뭐가 어떻게 될진 모르겠으나, 나는 그나마 오늘 하루 만을 누릴 뿐이다. 내일은 또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 오늘같은 하루하루가 모여서 "80년 살았네, 90년 살았네" 하는 거겠지.
오늘 하루 잘 살면 그만이다. 껄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