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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Nov 30. 2023

죽는다는 것 그래서 나에게 소중한 것

죽음관

   처음 죽음에 대해 생각한 것 7살 때였다.

   컴컴한 밤, 나는 이부자리에 누워 벽을 바라보며 조용히 울었다. 그때 그 꼬맹이가 내린 결론은 '내가 만약 세상에서 없어져도, 지구는 아무 일 없는 듯 돌아간다'였다. (ㅋㅋ)


   달에서 봄직한 지구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고, 내가 사라진 지구는 아무 일 없는 듯 자전을 했다. 그때의 상황과 떠오른 지구의 이미지는 지금도 선명하다. (7살짜리가 생각이 너무 많았는데, 38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많다.)


   그때 나는 '내가 세상의 중심이거나 주인공'이며 세상은 내 영화의 배경과 등장인물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어두운 밤 벽을 보며 눈물을 찔끔거리던 그 꼬마는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 있었다.


   그때는 살고 죽는 것에 대한 생각뿐이었다면, 이제는 그 중간에 있는 나이 듦과 죽음에 가까워지는 과정이 보이기 시작한다.


   죽는다는 것.


   언젠가 나에게도 찾아올 일이다.

   갑자기 올 수도 있고, 서서히 찾아올 수도 있다. 편안하게 맞이할 수도 또 지독한 고통 끝에 맞이할 수도 있을 일이다. 내 뜻대로, 내 생각으로, 내가 원하는 시기에 태어난 게 아니듯, 죽음도 언제일지 모를 시점에 내 생각과는 관계없이 찾아올 것이다.


   나에게 무엇이 정말 중요하고, 그걸 얼마나 간절하게 손에 쥐려 하던지에 상관없이 말이다. 그게 뭐가 어쨌든 무엇과도 상관없는 죽음이 찾아올 것이고, '지구는 아무 일 없는 듯 돌아갈 것이다.'


   갑작스러운 죽음은 아니더라도, 건강으로 인해 모든 게 갑작스레 멈추는 순간이 온다면 어떨까?


   그때의 나는 아마도 내가 끈질기게 손에 쥐려 했던 것들은 무의미하게 느껴질 것 같고, 또 당연하게 여겼던 사소한 것들이 오히려 간절해질 것만 같다. 왠지 그럴 것만 같다.


   목욕탕에 다녀왔다.

   노천탕으로 나와 돌 위에 벌거벗고 누웠다. 열탕에서 속을 최대한 데우고 나왔기 때문에 추운 겨울 날씨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


   하늘 높이 구름은 천천히 오른쪽으로 바람에 밀려갔다. 차가운 바람은 내 온몸을 스쳐 지나갔고, 새소리도 저 멀리서 들렸다. 햇빛아래 민들레 홀씨가 둥둥 날리는 것도 보였다.


   세상의 풍경을 더 자주 보고 느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내가 죽음의 문턱에 있을 때, 이런 바깥의 대수롭지 않은 풍경들이 무척이나 간절해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 그냥 다 좋다.

   차가운 공기도 좋고, 햇빛도 좋다. 바람도 좋고, 새소리도 좋다. 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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