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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Feb 08. 2024

선물만큼 불편한 게 없다.

카카오톡 선물 거절하기

   세상 선물만큼 불편한 게 어디 있을까? 나는 선물이 싫다. 선물만큼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명절이라고 으레 주고 던지고 받는 선물은 뻔하고 지루하다.


   어김없이 명절이 다가오니 다시 선물이 들어온다. 지인들과의 선물거래도 다 끊어냈고, 사업상 알게 된 사람들과의 선물교환도 모두 중단했다. 뭐 그래봐야 그들의 사교활동의 네트워크에서 나만 쏙 빠진(빼버린) 거겠지만.


   이제는 고객들 차례다.


https://brunch.co.kr/@jaemist/198


   일부 고객들은 때때로 선물을 보내준다. 감사하다는 인사말과 함께 선물을 보내지만, 뭐 자기 것 신경 더 써달라는 친절 같은 청탁이며 압박이다.


   그런 선물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그만이긴 한데, 나는 그게 잘 안된다. 뭔가를 받으면 부채감이 있어, 일을 할 때 내가 하던 대로 선을 잘 긋지 못하겠다.


   또 사람이 그렇잖은가. 'O사장 성격 깐깐한 건 이미 알지만, 선물까지 줬는데. 더 신경 써주지 않거나 뻣뻣하게 구니 서운하다' 할거 아닌가?


선물을 거절하면 알림이 온다.


   나는 안 받고 내 마음대로 일하고 싶다.

   선물 받은 것 때문에, 나의 선택권을 돈 몇 푼에 상실한 것만 같아 거부감이 든다. 이로 인해 이익을 포기하거나, 손해를 본다 해도 차라리 손해를 감수하는 선택 하겠다.


   상대방이 서운해도 할 수 없다.

   그 선물 받는다고 더 잘해줄 것도 아니고, 선물 안 준다고 덜 잘해주는 것도 아니다. 선물은 나만 불편하다. 물론 진심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땐 돈에 관계없이 내가 알아서 조용히 베풀고 만다.


   요즘은 카톡으로 선물이 온다. 마음 같아선 카톡을 없애버리고 싶은 심정이나, 카톡을 없애면 브런치도 탈퇴될 거라 고민이다.


(카톡도 원래 거슬려서 안 썼는데, 브런치 때문에 가입했다. 이놈의 브런치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카톡을 탈퇴했을 것이다. 그렇잖아도 요즘 브런치 탈퇴를 가끔 고민한다.)


https://brunch.co.kr/@jaemist/258

 

   그런 나도 선물을 웃으며 주고받는 경우가 있다.


   그건 나와의 거래가 완전히 끊길 때다. 그동안 어떠한 상황이 와도 나를 믿고 끝까지 일을 맡겨준 고객에게는 거래가 종료될 때 나는 모바일 쿠폰이 아닌 실물 선물을 보낸다. 반대로 나와의 거래가 종료되는 고객이 보낸 선물은 나도 감사히 받는다.


   그런 선물은 뭔가 끈적거리지 않아서 좋다.

   관계든 뭐든 끈적거리는 건 영 싫다.


   그래서 브런치 응원댓글도 열지 않는다. 뭐 줄 사람도 없겠지만 ㅋㅋ



   어렸을 때도 거스름돈을 잘못(더) 받으면 먼 길을 돌아가서라도 바로 돌려줘야 직성이 풀렸다. 내 것이 아닌 것은 나에게 똥 같은 존재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며, 길에 떨어진 돈은 줍지 않고 피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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