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생존기
'채소를 먹는다'는 것은 채식주의자가 아닌 일반 사람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채소를 챙겨 먹는다는 것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채소는 씻거나 손질하는 '번거로움'과 소스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채소의 '맛이 없음' 등이 채소를 잘 챙겨 먹는데 주요 걸림돌이다. 냉장고 야채칸에서 시들어가는 남은 채소를 보는 것도 채소를 불편한 식재료로 생각하기 쉬워진다.
채소, 어쨌든 챙겨 먹긴 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식생활 포트폴리오(평일 아침 점심 저녁, 불금 저녁, 주말 오전, 점심, 저녁)에 채소를 배치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내 삶에서 채소 섭취가 무엇보다도 중단되지 않고, 꾸준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과 루틴이 우리 가족에게 필요했다.
채소의 보관과 손질, 섭취 방식, 맛 등을 고려하여 내린 나의 결론은 ‘채소스프’였다.
채소는 생으로 먹기보다 물에 넣고 끓였을 때, 채소에 있는 파이토케미컬이 더 많이 용출되어서 체내 흡수율이 높아진다고 한다. 레시피에 정해진 양을 사서 한 번에 스프로 제조하여 냉동 보관하기 때문에 재료를 남김없이 한 번에 소진할 수 있다.
<재료>
양배추 1/4개
단호박 큰 것 1개 (주먹만 한 것은 2개)
당근 2개
고구마 2개
양파 3개
사과 1개
토마토 6개 또는 방울토마토 500그램 (방울토마토가 성분이 더 좋다고 함)
다진 마늘 세 큰 술 정도
두부 반모
(브로콜리도 넣어볼 예정)
<레시피>
- 익는 시간(가스비) 절감을 위해 단단한 재료는 얇게 써는 것이 중요
- 양배추를 맨 밑에 깔고, 단단한 순으로 채워줌
- 물은 1리터(채수가 나오기 때문에, 냄비의 절반 이하로 물을 채워야 끓일 때 넘치지 않음)
- 뚜껑을 덮고 센 불로,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바꿔줌
- 당근과 단호박이 익으면 끝
- 핸디 믹서로 갈아주고, 기호에 맞는 농도로 물을 첨가
- 소분 용기에 나누어 냉동실에 보관
- 먹을 땐, 용기째 전자레인지 1~2분 돌려서 그릇에서 떼어낸 후 작은 냄비에 담아 약불로 데움
아침과 점심식사로 먹는 채소스프다. 먹을 때 토마토의 영양분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올리브유 1~2스푼을 넣어 먹는다. 아침 식사에는 채소스프와 ‘소금과 물 그리고 밀가루로만 만든 비건식 치아바타 빵’(탄수화물)을 같이 먹는다. 빵을 올리브유에 찍어 먹으면 혈당이 상승하는 정도를 완화시킬 수 있다하여 발사믹소스를 섞은 올리브유를 잊지 않는다.
점심 도시락으로는 채소스프와 삶은 달걀(지방, 단백질)을 곁들여 먹는다. 점심 도시락 달걀은 뜨거운 물(정수기)에 담가 두었다 먹으면 따뜻한 달걀을 즐길 수 있다. 점심에 달걀을 먹는 이유는 아직 긴 시간이 남아있는 저녁식사 시간까지 포만감이 오래가기 때문이다.
매일 식사 메뉴를 정하고 준비하기가 여긴 신경 쓰이고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바깥 음식을 매번 사 먹는 것은 금전적으로 건강상의 이유로도 손실이 많다. 평일 하루 두 끼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3대 영양소에 채소까지 곁들인 건강식을 챙겨 먹는 것으로 내 몸을 아껴주려고 한다. 재료비 대비 해결할 수 있는 끼니 수가 많기 때문에 생활비를 줄일 수 있는 것도 중요한 이유이다.
평일 오전과 점심을 제외한 시간에는 일반식을 먹는다. 평일에 영양가 있는 식사를 잘 챙겨두었으니 저녁이나 주말에는 영양소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먹고 싶은 것을 먹는 편이다. 단호박과 고구마 등 덕분에 채소스프 맛은 생각보다 꽤 괜찮다. 마늘은 면역력에도 좋지만, 채소스프의 감칠맛을 담당한다.
와이프는 이렇게 먹은 이후로 피부색이 전보다 밝아지고 피부 속 당김이 줄어든 것을 느낀다고 한다. 나는 뱃속이 참 편하다는 것을 느끼고, 하루 두 끼 칼로리 제한 효과도 있어서 체중감량은 덤으로 얻었다. 이렇게 3~4일 간격으로 퇴근 후 채소스프를 만드는 것이 나의 일상 루틴이 되었다.
<장점>
1/ 하루 두 끼의 식비가 절약이 된다.
2/ 이것저것 메뉴 고민하지 않아서 생각에 여유가 생긴다.
3/ 채소를 꾸준히 챙기니 무엇보다 건강해진다.
4/ 아침에는 뜨끈한 국물이 있어야 하는 식성들에게도 괜찮은 대체재가 될 수 있다.
5/ 채소를 꺼리는 초등학생 아들도 잘 먹는다.
6/ 무엇보다 와이프께서 매우 좋아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