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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May 25. 2022

선배, 그래서 어쩌라고요.

단톡방, 꼰대

   “니가 여기에서 제일 꼰대 같다.”


   15년 선배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에게 대놓고 한 말이다. 그 선배의 표정과 말투에서 나에게 불쾌감을 주려는 의도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단톡방에서 두 번이나 내 마음대로 나갔던 게 그 선배에게 거슬렸던 모양이었다. 또 그 모임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모두 그 선배를 추앙하는 듯했지만, 나는 그다지 동조하지 앉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했다.


   그 선배는 여기저기 발이 넓다.

   학연 지연으로 발을 담그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주변에는 전문직들 뿐만 아니라 정계와 지역 인사들과의 모임에서도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친한 선배가 소개하여 이 모임에 들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이런 수평적이지 않은 분위기에는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런 인간관계는 필요하지도 않기 때문에 굳이 가면을 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단톡방에서 나왔다.

   변호사 선배가 나를 다시 초대하여 들어갔지만, 나는 얼마 후  카카오톡을 탈퇴하는 방식으로 다시 나와버렸다. 수시로 울리는 알람, 쌓여있는 대화들이 금세 수십에서 수백 개였다. (원래 내 시간을 방해하는 단톡을 싫어한다.)


   적당히 잘 맞춰줬다면 살면서 도움이 될 일도 있겠지만, 그 모임에 나갈 때마다 시간낭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도 관심도 없는 이야기, 과한 표정이 동반되는 공감과 추앙 그리고 의미 없는 이야기가 테이블 위를 오갔다. 그리고 단톡방의 글수는 영화 엔딩크레딧처럼 계속 밀려 올라갔다.


   꼰대 발언을 들은 이후에는  것도 없이 손절했다.

   그들과 보낼 시간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수시로 모임 공지가 떴고 주말이나 늦은 시간까지  자유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


   인생은 기브 앤 테이크다.

   나는 그에게 줄 것이 없는데 어찌 테이크할 게 있을까? 내가 줄 것이 없는 관계는 인맥이 아니다.


   원치 않는 말과 표정을 하는 것도 싫다.

   물론 세상살이가 다 그런 것이라지만 그렇게 까지 하지 않아도 밥 먹고 사는데 지장 없다면 최대한 안 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러기에도 인생은 짧다.




   나는 지금 제주에 있다.

   오름 정상에서 분화구와 그 옆에 넓게 펼쳐진 평야를 바라본다. 이런 대자연을 만날 때마다 내가 현실에서 아웅다웅하던 일들은 언제나 그렇듯 미미하게 느껴진다.


   불필요한 인간관계와 시간 낭비할 여유가 있다면 나는 가족과 함께 더 많은 여행을 떠나고 싶다. 결국 나에게 남는 인맥은 가족이며 그중에서도 내 아내이기 때문이다.


다랑쉬오름
비자림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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