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양산, 양우산, 피부관리
벌써 햇볕이 따갑게 느껴지는 6월이다.
드디어 양산의 계절이 돌아왔다.
만 42세 남자인 나는 양산을 즐겨 쓴다.
햇볕 아래 모자는 머릿속에 땀이 차서 싫고, (물론 지금은 삭발을 즐기고 있어서 상관없지만) 쓰고 나면 머리가 망가져서 실내에서도 계속 쓰고 있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모자로 햇볕을 막아주는 효과를 보려면 적어도 챙이 넓은 밀짚모자 정도는 써줘야 한다. 그렇다고 모자를 안 쓰자니 햇볕에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노출은 피부뿐만 아니라, 눈과 두피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물론 외출하기 전에 선크림을 항상 바른다.
나에게는 얼굴로 먹고살만한 잘생김은 없지만, 건강한 피부 상태를 유지하고 싶기 때문이다. 중년 남자에게는 "잘생김" 만큼이나 "잘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평소에도 수분 섭취를 잘하고, 규칙적인 생활로 건강뿐만 아니라 낯빛(인상) 관리도 한다.
죽을 때까지 써야 하는 내 몸, 내가 아껴줘야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더 느끼는 바가 크다. 재정이 넉넉하여 피부관리를 주기적으로 받는다면 좋겠지만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내 생활에 도움이 되는 사소한 습관을 잘 장착해두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래서 여름이 가까워오면 뜨거운 햇볕을 피할 방법을 고민해오고 있었다. 그러다 6년 전에 아들과 함께 작은 박물관에 간 적이 있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편의점 옆에 잠시 차를 세웠다. 아들과 둘이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서 물고 시원한 그늘에 앉아 있었는데, 그때 남자 스님 한 분이 큰 장우산을 쓰고 지나가시는 것을 봤다. (근처에는 큰 절이 있었다.)
더운 여름날 특히 스님의 머리는 뜨거운 햇볕에 직접 노출되는 것이 부담이었을 것 같았는데, 우산은 꽤 괜찮은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이런 단순한 방법이 있었는데, 남자는 보통 양산과 거리가 있다는 고정관념이 생각의 전환을 가로막은 듯했다. 스님 덕분에 깨달음(해결책)을 얻게 되었다.
그날 집에 오자마자 양산 하나를 주문했다.
양우산이라는 우산 겸용 양산이었다.(양산 겸용 우산이라고 해야 하나?) 그후로 뜨거운 햇빛이 있을 때에는 항상 양산을 쓰고 다닌다. 처음에는 길을 걸으면서 행인의 이목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역시 사람들은 타인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것을 나는 늘 확인한다.
양우산을 들고 다니는 습관이 들면 좋은 점은 어쩌다 갑자기 비가 내릴 때 비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가 뜨면 뜨거워서 쓰고, 비가 오면 비를 피하려고 쓴다. 그래서 여름에는 늘 쓰고 다닌다.
아침 산책과 운동을 할 때는 물론 양산을 쓰지는 않는다.
그래도 하루에 일정 시간은 선크림도 바르지 않고 햇볕을 쪼여주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비타민D가 합성이 되려면, 팔다리도 노출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춥지 않고 해가 좋은 날에는 팔다리를 노출하여 아침 햇볕을 쪼여준다.
최근에는 양산 쓰고 다니는 남자들을 어쩌다 보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은 흔하지는 않은 것 같다.
"양산, 남자한테(도) 참~좋은데 설명할 방법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