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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Jun 09. 2022

40대 남자가 '골 때리는 그녀들'을 좋아하는 이유

골때녀, 아나콘다

   매주 수요일 저녁 9시

   집안일을 서둘러 마치고 나는 TV 앞에 앉는다.

   "골 때리는 그녀들(골때녀)”은 내가 유일하게 TV에서 보는 프로그램이다. 시즌1 때는 관심도 없었는데 시즌2에서 우연히 보게 된 이후로는 본방사수를 지켜오고 있다.


   나는 영국 맨유 경기를 실제로 본 후로는 K리그도 흥미롭지 않다고 느낄 정도였다. 하프라인 아래에서부터 패스한 공들은 속도감 있게 빈 공간을 찾아가는 선수들에게 연결되고, 그 공을 기가 막히게 공격수가 마무리를 했다.


   뭔가 대단한 퍼포먼스를 우연이 아닌 실력으로 골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짜릿했다. 프로선수들의 그런 비현실적인 경기력에 전 세계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사실 선수도 아닌 일반 여자들이 축구하는 것이 무슨 재미가 있을까 했다.


   쉽게 지치는 체력, 어설픈 드리블, 원하는 방향으로 제대로 차지도 못하는 발, 우당탕탕 어쩌다 들어간 골은 실력이라기보다 우연성이 매우 짙어 보였다. 스포츠적인 재미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골 때리는 그녀들"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그녀들의 실력이 성장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드리블이며 패스며 골을 넣는 장면도 우연에서 실력으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물론 어설픈 모습들이 여전히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점점 더 빠져드는 이유는 단순히 축구라는 소재를 넘어,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고 즐기며 성장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녀들의 노력이 성장으로 나타나는 순간들이 경기 결과보다 훨씬 큰 재미 요소이다.


   배우, 가수, 아나운서, 모델 등의 유명인들인 그녀들은 경기가 시작되면 땀범벅이 되고, 머리는 헝클어지며, 메이크업이 거의 없는 얼굴에 주저 없이 표정을 드러낸다. 공이 몸과 얼굴에 맞아도, 서로 부딪히고 넘어져 무릎이 까져도 경기 내내 달리고 또 달린다.


   그녀들의 본업에서 보여지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들이지만 나는 그녀들의 이런 모습들이 정말 멋있다.


   물론 대부분 방송에 섭외되어 시작했겠지만, 억지로 축구하는 사람은 지금 내 눈에는 없어 보인다. 낯선 일에 도전하고 즐기며 희열을 느끼는 모습을 보며 아마도 나는 대리만족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나도 멋진 그녀들처럼 내 고정관념과 관성을 깨고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 내가 그동안 안 해봤던 것, 생각도 안 했던 그런 것이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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