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투자일기 - 2️⃣

부제 : "왜 달라는 비트코인을 싫어하는가" 책 리뷰

by Quantumize

자기객관화를 해보자면 이론에 비해 실천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꽤 오랜 시간 전부터 독서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서는 깨닫고 있었다. 실천을 항상 못할 뿐.


독서를 부지런히 해야 할 이유는 셀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 혹은 가설(?)은 "특정 분야에서 성공했다고 말할 만한 사람들 중 독서를 게을리 한 사람은 없다" 이다. 독서를 한다고 무조건 성공을 할 수 없지만, 독서를 하지 않고 성공할 확률보다 독서를 부지런히 함으로써 성공할 확률이 월등히 높다고 믿는다. 단순해보이지만 난, 이 하나만의 이유만으로도 독서를 부지런히 해야한다고 '머리 속'으로는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비트코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 상태에서 내 머릿속을 채울 방법으로 영상보다 책이 우선해야한다고 생각했고 내 비트코인 첫 입문 책으로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찾아보기 시작했다.


특별한 기준은 아니었고, 문과인 나에게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암호학', '해시레이트' 등 기술적인 접근 보다는, '화폐'의 개념으로 다가왔다.


경영학과를 전공하였고 대학생활에서 교양으로 또는 시험준비를 하며 미시∙거시경제 기초 정도는 울며 겨자먹기로 공부한 적(매우 싫어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화폐에 대한 근원적인 이해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만 있었다.

극악의 실천력 때문에 화폐 관련 책을 읽지 못했고 지식은 없었지만, 무언가 비트코인을 화폐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분명 화폐의 개념부터 시작해서 비트코인으로 넘어가는 책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기준으로 책을 찾기 시작했고 결국 아래의 책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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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는 왜 비트코인을 싫어하는가", 영문명으로는 훨씬 멋드러진 제목인 "The Bitcoin Standard" 였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확한 소스를 알 수는 없지만,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로 굉장히 유명한 Michael saylor(Micro stategy CEO)가 읽었다고 소개된 글을 보았던 기억이 있다. 책의 50% 이상을 비트코인이 아닌 화폐에 대한 역사, 경제사적으로 접근하며 화폐에 대한 근원을 설명해주는 책의 구성 덕분에 나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특히 대학교에서 배웠던 주류경제학(케인즈 경제학)이 아닌 반대의 관점에서 세상을 해석하는 작가의 논리 전개에 감탄하며 새로 태어나는 기분으로 독서를 했다.(주류경제학에 대한 비판의 수위가 높고, 작가의 개인적인 견해가 강하게 펼쳐지는 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비판적이고 선택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사피엔스를 읽으며 진화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이게 되며 느꼈던 희열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방대한 지혜가 담긴 책을 요약하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지만 내 관점에서 이 책의 핵심을 요약하라고 한다면 "경화와 연화"와 그에 따른 "시간선호" 이다.


"경화"


저자는 화폐로서 저량(Stock) / 유량(Flow) 비율의 높음, 낮음을 기준으로 비율이 높으면 경화(무거운 화폐)와 연화(부드러운(?) 화폐)로 구분 지으며 경화가 좋은 화폐라고 정의한다.

단순하게 생각하여 저량/유량 비율이 높을 수록(경화) 화폐의 핵심기능인 가치의 저장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대표적인 경화는 역사적으로 오래되었고 여전히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금'이 경화의 대표라고 보면 된다.

금 특성상 생산비용이 높기 때문에 수요에 맞추어 즉각적으로 공급이 늘어나기 힘든 특성을 가지고 있다. 즉 유량이 적다는 것이고 더 쉽게 말하면 희소하다는 것이다. 경화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다면 반대인 연화의 케이스를 같이 생각하면 편할 수 있다.


"연화"


유량이 클수록(화폐의 신규공급이 늘어날수록) 기존 저량 부분의 화폐가치는 떨어지게(희석) 되며 가치저장수단으로서 기능이 약화된다. 연화의 예시는 어려울 것이 없다. 현 시대의 화폐경제시스템이 바로 그 예시이며, 최근 코로나 이후 전세계 각 국의 중앙은행이 미친듯이 화폐를 찍어내는 양상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급격하게 늘어난 통화량은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야기하고 기존 화폐(저량)의 가치를 급격히 하락시킨다. 근면성실하게 월급을 모아 자산을 현금으로 보유한 사람들을 '벼락거지' 신세로 만들어버린 일련의 사태를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쉽다.


"시간선호"


경화, 연화의 개념차이와 통화의 가치저장 수단으로서의 기능에서 자연스럽게 '시간선호'라는 개념이 흘러나오게 된다. 연화의 면모를 가질 수록 화폐의 현재가치가 하락하게 되며 이는 곧 현재의 돈에 대한 선호를 높이게 된다.

'시간선호'는 이제껏 내 대학교 전공과 시험을 준비하며 지겹도록 공부했던 재무관리 첫장에 나오는 "화폐의 시간가치" 개념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다만, 머리를 크게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유는 내가 단 한번도 "화폐의 시간가치"가 화폐 자체로 인해 달라진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시간가치의 주어가 화폐임에도 불구, 단 한번도 화폐에 대해 의심해보지 않은 채, 현재의 돈이 미래의 돈보다 무조건 값어치 있는 것이라고 단순하고 멍청하게 생각해왔던 것이다.


저자의 주장에 의하면, 올바르지 못한 화폐(연화이자 현재 중앙은행 통제하의 화폐경제시스템)에 의해 가치저장수단으로서의 화폐의 기능을 잃게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시간선호가 증가할 수 밖에 없고, 높아진 시간선호가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갈등(전쟁, 양극화 등)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한다.

조금 더 풀어 전쟁에 대한 예시를 들자면, 시간선호가 낮은 상태에서는 전쟁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시간선호가 낮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미래에 비중을 둔다는 것이며, 시간선호가 낮은 사람들의 합리적인 생각 속에 전쟁은 결국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는 양쪽 다 지는 게임인 것이다.

반대로, 현재 돈을 제한 없이 찍어내는 금융시스템에서는 당장 지금의 전쟁으로 인한 이익에 중점을 두게 되며 이는 곧 잦은 전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현대사회의 지정학적 위기를 수준 높게 설명해낸 레이달리오의 '변화하는 세계질서'(The Changing World order) 또한 현대 화폐시스템과 시간선호를 이해하는데 통찰과 지혜를 줄 것으로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소름돋았다. 저자의 논리가 맞다, 틀리다를 떠나서 이렇게 화폐의 속성과 그로 인해 파생된 인간의 시간선호 개념으로 현대사회의 다양한 현상들을 비교적 논리적으로 설명해내는 작가의 내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래서 비트코인과 무슨상관이냐? 라고 물어본다면 위 개념이 80%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부분에서는 비트코인의 경화로서의 가치에 대해 기술적으로 증명하는 부분이다. 물론 이 부분을 제외하고도 비트코인이 가진 장점이 많을 것이며 현재 난 빙산의 일각의 일부분만 이해한 시점이다.

그럼에도 불구, 현시점에서 나에게 비트코인을 투자하는 가장 큰 이유를 묻는다면 첫번째로 "경화로서의 올바른 화폐"를 꼽을 것이다. (물론 앞으로 공부하며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비트코인 투자와는 다른 소리지만, 최근 인생 전반 그리고 투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며 잡생각들이 "시간"이라는 단어에 자꾸 수렴하게 된다.

'시간' 이라는 단어는 어쩌면 가장 어려운 단어일 수 있으며 또 어쩌면 가장 중요한 개념일 수 있다. ‘시간선호’ 또한 다방면으로 펼쳐서 적용해볼만한 단어임에 틀림 없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쉽진 않겠지만 차근차근 시간을 투입하여 '시간'에 대해 생각하고 글로 정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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