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면 꼭 하는 일이 있다. 그건 바로 그곳의 거리를 걷는 일이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하루 종일 거리를 걸어 다니며 주위를 둘러본다. 날이 더운 날에는 더위를 잠시 피하고, 날이 추운 날에는 추위를 잠시 피하며 거리를 걷는다. 아는 것 하나 없는 곳에서 휴대폰에 깔린 지도를 나침 반 삼아서 이 넓은 세상 속에 흩어져 있는 것들을 담고 또 담는다.
한참을 걷다가 휴대폰에 깔린 지도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오면 잠시 휴대폰을 주머니 속에 넣은 채로 걷는다. 잠시 길을 잃어도 좋을 것 같은 마음으로. 미지의 세상을 찾아보는 탐험가에서 정한 곳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방랑자로.
저 멀리 눈 덮인 모래사장을 뛰어다니는 작은 생명체가 보인다. 그 옆에는 가족으로 보이는 큰 생명체가 보인다. 체감온도가 영하 15도를 웃도는 날씨에도 그들은 마치 따스 한 햇살 아래 있는 듯 보였다. 추워도 춥지 않고, 배가 고파도 고프지 않은 찬란한 영원 속에 있는 듯했다.
그리고 나는 불현듯이 지난달에 크리스마스가 오면 바다에 가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무지개다리를 건넌 나의 소중한 작은 생명체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곳에 너와 내가 좋아하던 바다가 있는 것처럼 그곳에도 바다가 있을까? 이곳에 너와 내가 좋아하던 눈이 내린 것처럼 그곳에도 눈이 내릴까? 그렇다면 너도 나를 불현듯이 떠올렸을까.
그렇게 반가운 너를 보내고 지금은 숙소에 돌아와 잠에 들기 위해 침대에 누워있는데 너는 나를 계속 따라왔나 보다. 나는 더 이상 너의 온기를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꾸만 너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잘 자 로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