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秘景 Sqeeze.

오늘 하루 인디아나존스가 되어서

by 돌밭

어제 마트에서 아쿠아 슈즈를 살 때만 해도 아론은 힌트를 주지 않았다. "형님 신발 사이즈 265cm은 남녀 많이 신는 사이즈니까 제가 돈 낼게요. 집에 두면 다른 사람이 신을 수도 있었요" 라고만 했다. 아침을 간단히 마치고 아론 아버님 스티브가 하시는 가게로 향했다. 상가 2층에서 월세로 사신다. 뉴질랜드도 지난 몇 년 동안 집값이 크게 올라서 이제는 아버지가 사기 힘든 가격이 되었다며 아론이 안타까워했다. 아론은 재테크 수완이 좋다. 30대 중반인데 순전히 자기 힘으로 근사한 단독 주택을 마련했다. 땅을 매입해 건축업을 하는 친형에게 부탁해 직접 새집을 지었다.


타우랑가 시내에 있는 SIGNS라는 가게다. 간판, 각종 스티커를 취급하시는데 자동차와 가게 창문에 붙이는 스티커가 전문 분야다. 뉴질랜드는 상점 간판이 우리처럼 화려하지 않다.

아론 아버지 스티브가 하시는 가게 SIGNS, 스티브의 뒷모습
오늘 갈 곳을 의논하는 아론과 아버지 스티브

모터 보트를 차에 매달고 출발이다. 마쯔다3 해치백이다. 몇 년 전에 중고차로 샀는데 힘도 좋고 잔고장도 없다면서 아주 만족해하신다. 이전 차도 마쯔다였다면서. 앞으로 차를 바꿔도 계속 마쯔다라고 할 정도로 마쯔다 팬이시다. 뉴질랜드에서 새 차를 사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일제 중고차를 선호한다. 두 나라 모두 차량은 좌측 통행인지라 운전대가 차의 오른쪽에 있다. 일본 사람들이 차를 깔끔하게 쓰고, 5년 또는 주행거리 5만 km만 넘은 차는 안전상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점에서 서로 이해가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코니도 그랬다. 새 차는 사는 즉시 대폭 감가상각이 돼서 중고차가 되는 건데 새 차를 왜 사냐고 했었다.


시간 여유가 없다며 스티브는 아론이 초밥을 사오는 동안 급히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드셨다. 아론과 나도 초밥 도시락을차에서 먹었다.


와이카토 강변에 차를 대고 스티브와 아론이 능숙한 솜씨로 모터 보트를 강에 띄웠다. 부자 간에 호흡이 척척 맞는다. 시동을 걸고 모터보트로 강을 내달린다. 강폭이 넓어 호수 깉다. "와우!" 탄성이 절로 나온다. 나는 모터보트가 처음이다. 스릴을 느낄 수 있도록 스티브는 간간히 모터보트를 급선회시켰다. 그러면서도 순간순간 비디오 카메라 "고프로"로 녹화해 주신다.


한참을 달려 맹그로브가 무성한 강가에 도착해 수영복과 아쿠아슈즈로 갈아입었다. 보트에서 내렸는데 물이 따뜻하다. 아론을 따라가자 개울이 나타나는데, 놀랍게도 개울물 전체가 온천수였다. 너무나 신기해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개울을 계속 따라가자 양쪽으로 나무처럼 무성한 고사리가 공룡이 빠진 주라기공원의 한 장면이나 아마존을 떠올리게 한다.

물이 차츰 깊어져 허리춤에 이르고, 사람 하나 겨우 빠져나갈 정도의 바위로 된 골짜기가 나타났다. 겨우겨우 몸을 비틀며 빠져나가자 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전 과정을 비디오로 촬영하시는 스티브가 폭포를 가르키며 그 아래로 가보라고 손짓하셨다. 온천 폭포수를 맞는 기분은 뭐랄까, 나도 자연의 일부가 된 느낌이다. 폭포 옆에 난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니 폭포 위에 웅덩이가 있었다. 셋이 함께 천연 온천탕에 몸을 담갔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싶었다. 어제 갔던 "폴리네시안 스파"가 저 멀리 풍경을 감상하며 즐기는 온천이라면, 오늘 "sqeeze"는 아예 풍경 속으로 들어가서 즐기는 온천이다. 아론이 힌트를 주지 않았기에 감동은 배가되었다. 진정한 여행의 묘미다.


전 과정을 아버님 스티브께서 비디오로 찍고 음악을 입혀 유튜브에 올려 주셨다. 틈틈이 다시 볼 때마다 경이롭던 추억이 어제 일처럼 선명해진다

https://www.youtube.com/watch?v=Enmc4fu_MrY&list=RDEnmc4fu_MrY&start_radio=1

고마워요. 아론, 아버님 스티브. 덕분에 놀라운 경험을 했어요.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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