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친구의 나라 뉴질랜드로

영어 공부가 알려준 나라. 뉴질랜드.

by 돌밭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자 바다와 어우러진 오클랜드 야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승객들은 모두 지칠 대로 지친 표정이다. 여러 문제로 인천에서 8시간이나 늦게 출발한 비행기는 예정에도 없던 호주 브리즈번을 경유해 22시간 만에 오클랜드에 도착했다. 예정보다 10시간이나 늦게 오클랜드에 도착하는 바람에 크라이스트처치로 오늘 넘어가려고 두번이나 변경한 비행기표는 결국 날렸다. 예약된 숙소도 없이 오늘 밤 오클랜드에 도착한다는 난감한 사정을 말하자 타우랑가에 사는 친구 아론이 선뜻 공항으로 마중을 오겠다고 했다. 가까운 거리도 아닌 차로 3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다. 입국장에 들어서자 세 살배기 딸 제이드를 한 팔에 안은 채 반갑게 손을 흔드는 아론이 한눈에 들어온다. 선물로 가져온 과자를 건네자 제이드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를 푼다.


짐을 싣고 아론의 차로 오클랜드의 밤을 가로질러 도착한 곳은 아론의 형님 집, 정확히는 아론 형님의 처가다. 집을 리모델링하는 동안 아론 형님 가족이 처가에서 지내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론에게는 사장어른댁인데 우리 정서라면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나 같은 이방인을 대동한 방문이라면. 건축업을 하시는 분 답게 집이 정말 넓다. 건평만 족히 100평은 되는 것 같다. 늦은 밤 이지만 아직 주무시지 않기에 한산소곡주 한 병을 선물로 드리며 인사를 나누었다. 편히 쉬고 가라는 말씀에 감동했다.

(좌) 아론 형님의 처가 전경, (중앙) 뒷마당, (우) 내가 묵은 게스트룸


한켠에 위치한 게스트룸에 짐을 풀자 피로가 몰려왔다. 정말 멀리 왔다. 단지 뉴질랜드까지 거리를 말하는 게 아니다. 친구 코니 초청을 받아 지구 반대편으로 휴가를 떠나 오다니... 그동안 오갔던 수많은 메일과 대화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2021년 여름, 회사 동료들이 나한테 요즘 주말에 뭐 하냐며 툭 던지면 내 대답은 “채팅해요”였다.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다시 묻는다.

"왠 채팅?"

친구도 사귀고 영어도 공부하죠.

필리핀?"

“아니요. 더 남쪽요.”

“더 남쪽? 거기가 어디야?”

“뉴질랜드요”

대화가 여기에 이르면 상대방은 호기심으로 눈이 반짝인다.


그 당시 내 회사 생활은 마라톤으로 치면 30km 지점에서 넘어진 꼴이었다. 이제 지천명이다. 어느 일본 고전학자는 지천명을 “세상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라해석했다고 들었다. 공자가 후대에 성인으로 추앙받지만 당대 위정자들에게 중용되지 못했음을 생각할 때 설득력 있는 해석이다. 상실감이 컸지만 관리자 타이틀을 떼고 나니 얻는 것도 있었다. 내 업무에만 충실하면 됐고,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도 줄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여유를 활용해 시작한 것이 영어 공부다. 해외 생활을 못 해본 갈증도 풀 겸. 마침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가 절정인지라 달리 무엇을 하기도 어려웠다.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웠다.


1. 회화 중심의 영어 공부

2. 영미권에 사는 친구 사귀기

3. 친구와 상호 방문하기


중학교부터 영어를 배웠지만 시험을 위한 읽기가 전부였다. 우리 세대는 이렇게 참고서로만 영어를 접한 사람이 다수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지식이 있단다. "하나는 내가 안다는 느낌만 있을 뿐 남에게 설명할 수는 없는 지식. 다음은 나도 알고 남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지식. 두 번째만이 진짜 지식이란다. 첫 번째는 어렴풋이 알지만 그저 안다고 착각하는 수동적 지식이고 두 번째가 활용이 가능한 능동적 지식이다.


영어로 된 글은 겨우 읽지만 생각을 표현할 수 없는 내 영어는 수동적 지식인 셈이다. language Exchange를 알게 되면서 공부 방법은 능동적 지식을 키우는 즉 말하기, 쓰기 중심으로 바꿨다.


이 모든 것이 뉴질랜드 친구 코니와 아론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