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려면
주말에 아이들과 미호박물관에 다녀왔다. 집에서 박물관까지 10분, 박물관에서 양평 들기름 막국수집까지 20분이었다. 아주 살랑이는 코스였다. 아이들은 공룡과 토끼, 알파카를 보아서 좋고 남편은 지난번 출장때 먹은 들기름 막국수를 먹어서 좋았다. 엄마란 여기서 이들을 모두 충족시키는 경로를 내놓았을 때 만족이 큰법. 초봄이라 날이 적당히 푸근하고 달콤해서 집에 들어가기 싫은 날. 타는 줄도 모르게 잠잠히 그을러지는 봄볕에 꺄르르 꺄르르 식당에서 아이들은 춤을 췄다. 그늘에 들어가면 으쓱하게 춥고 햇볕에 나오면 제법 따수운 그런 귀한 몇 없는 날이라, 이 주말을 즐겼다.
그렇게 양일을 보내고 월요일이 됐다.
원래 평일이면 지속하던 일들. 해야할 일들이 속속들이 들어온다. 노트북을 펼치고 점심 도시락까지 싸와서 작업할 요량으로 스터디룸에 앉았지만 전혀 맥이 잡히지 않는다. 꾸역 꾸역 앉아서 지원서를 작성하고 밥을 돌처럼 씹어넘기며 생각했다.
이런날은 계획도 좋지만 노선변경하고 바로 부동산 임장을 갈걸. 왜 해도 안들어오는 고요한 스터디룸에 앉아 타자만 치고 있담. 뻐근할 때 걸으면 신도 나고 좋았을 텐데. 당장이라도 나갈까?
이런 날이 있다. 머리보다 몸이 먼저 아는 날.
나를 살리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작업을 이어가고, 해야 할 일들을 붙잡고 앉아 있지만 오늘은 아니라고 말하는 날. 그 신호를 무시하고 앉아 있는 순간, 쓰윽 늙는 기분.
모처럼 찾아온 즉흥은
날 좋은 봄처럼 몇 없는 날이라, 붙잡아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