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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쇤 Oct 01. 2024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

필요한 공식= 우연한 트리거 + 꾸준한 노력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아"라고 우리는 자주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도 맞다. “꾸준히 노력한다면 사람은 충분히 바뀔 수 있다.”


살면서 유난히 마이크를 잡을 일이 많았다. 회사에서 진행하는 오프라인 행사, 웨비나 등의 공적인 자리에서 사회자를 맡거나, 연사로 참여한다던지, 지인의 결혼식에서 사회를 하거나 축사를 한다던지. 카메라 울렁증이 별로 없고(오히려 즐기고), 리허설할 때는 엄청 떠는데 오히려 막상 Live에 들어가면 물 만난 고기처럼 술술 잘하는 체질이다.


그런데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 나는 쑥스러움이 많아 남들 앞에서 말을 잘 못하던 아이였다. 요즘에는 잘 찾아볼 수 없지만 라떼는 어린이들이 웅변 학원을 다니는 것이 흔했다(요즘 버전은 스피치학원인 것 같다). 당당한 포즈와 큰 목소리로 남들 앞에서 말하는 법을 배웠다. 학원에서 주최하는 웅변대회에 나갔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발표는 항상 "이 연사 크게 외칩니다!"라는 마무리 문장으로 끝나는데, 오른손을 위로 뻗으면서 마지막 문장을 우렁차게 말하는 순간, 눈물이 찔끔 났다.



고등학교 1학년때까지도 스피치 울렁증은 이어졌다. 대체 무슨 용기였는지 고등학교 1학년때 반장에 지원을 했는데, 교실 맨 앞에 있는 교탁에서 반 친구들을 대상으로 공약을 발표하는 스피치를 하는데 말을 끝마쳤을 때 눈물이 고였다. 나이도 꽤나 먹었는데도 아직도 울다니, 창피했다. 다행히 아무도 그 눈물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투표 결과, 반장에서는 탈락했지만 부반장이 되었다.


그런데 그 사건 이후에는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없는 것을 보면 부반장을 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퍼블릭 스피치 울렁증을 극복했던 것 같다. 남들 앞에 나서서 주도적으로 이끌 일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극복했으리라.




나는 운동 러버다. 평일에는 주 3회 헬스, 주말에는 풋살 1회, 그리고 봄, 가을에는 마라톤 10km는 무조건 뛰는 편이고, 날씨 좋을 때는 등산도 간다. 운동 없는 내 삶을 상상하기 힘들다. 지인들이 가끔 '올림픽 나가?' 하고 농담을 던질 정도로 운동에 진심이다.


그런데 불과 30살 전까지만 해도 나는 운동에는 취미가 없는 사람이었다. 요가, 헬스를 깨작깨작하다가 금방 그만두기 일쑤였고, 운동을 굳이 안 해도 사는데 문제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랬던 내가 운동 중독자가 된 계기는 서른 살을 맞이하면서 도전한 바디 프로필이었다.  


바디프로필을 위한 몸을 만들기 위해 PT를 50회를 끊었고, 식단을 병행하면서 5개월 동안 주 3-4회 헬스장에 출석했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 동안 말랑말랑했던 내 몸이 탄탄하게 변해가는 것을 관찰하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체력이 좋아지니 일상에 활력이 도는 것이 느껴졌다. 바디 프로필은 끝났지만, 5개월은 헬스라는 루틴이 몸에 베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헬스(웨이트)는 아무래도 정적인 운동이기에, 이걸 기본 베이스로 삼고 유산소 운동 거리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폴댄스, 스쿼시를 거쳐 지금은 풋살이라는 스포츠에 정착했다.  


사람은 충분히 바뀔 수 있다. 남들 앞에만 서면 눈물을 흘리던 사람이 마이크를 잡는데 능숙해지기도 하고, 운동을 전혀 하지 않던 사람이 운동 없이는 살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중요한 건 어떠한 우연한 트리거, 그리고 한두 번 지속하고, 그 관성으로 계속 앞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결국 사람의 체질이 바뀌게 된다.  





현재 나라는 사람의 체질을 바꿔야 하는 또 한 번의 기로에 서 있다. 직업인으로서의 퍼스널 브랜딩을 위해 남들 앞에서 내 생각을 당당히 표현하고, 내가 쓴 글을 공개하는 실험을 하는 중이다. 브런치에 글을 오랜 기간 써오고 있지만, 개인 링크드인이나 인스타그램에는 공유하는 게 쑥스러워 브런치 안에만 보관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거의 2천 개의 포스팅을 올릴 정도로 내 일상을 열심히 공유하지만,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내 민낯을 밝히는 건 꺼려져서 비공개 계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나라는 마케터의 가치를 높게 올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는 걸 자각하고, 왠지 모르게 느껴왔던 부끄러움을 깨부수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마케터로서의 내 생각과 신념을 표현하고 경험을 정리하기 위해 별도의 티스토리 블로그를 개설했고, 그 글을 링크드인에 공유를 하고 있다. 처음에 링크드인에 포스팅할 때만 해도 엄청 오글거렸는데 한 두 번 하니 벌써 익숙해져서 괜찮아지는 게 느껴진다.


이또한 처음이 어렵지, 몇 개월 꾸준히 하다 보면 나라는 사람은 또 바뀌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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