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13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이 발표되었다. 사실 나도 슬며시 지원했는데, 아쉽게도 선정되지 못했다. 입상한 브런치북 목록 속의 작가들이 참 부럽더라. 이렇게 내 손을 떠난 원고가 출판사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할 때마다 깨닫게 된다. 책 출간은 정말 가늘고 희박한 확률을 거쳐 달성할 수 있는 어려운 일이라는 걸.
한 때 나도 이런 부러움의 주인공이었던 적이 있다. 3년 전 ⌜서투르지만 둥글둥글한 팀장입니다⌟라는 책을 출간한 것이다. 자기 계발서를 전문으로 다루는 출판사 3곳에게 투고를 했는데, 그중 한 출판사에서 그다음 날 바로 연락이 왔다. 며칠 뒤 미팅이 진행되었고 첫 연락을 받은 지 단 10일 만에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4개월 뒤 책이 출간되었다.
모든 것이 너무 쉽게 속전속결로 이루어지니 솔직히 말해 당시에 감사함은 있었지만 간절함은 없었던 것 같다. 그때는 정말 몰랐다. 내 인생에 다신 없을지도 모르는 소중한 기회였다는 걸.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책을 출간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고 살다가 가끔씩 자각하는 수준이다. 그만큼 책 출간의 임팩트가 지금의 삶과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주변에서는 내가 인세로 과연 얼마를 벌었는지 궁금해한다. 정답부터 말하자면 0원이다. 나의 계약 조건상 1,000부가 넘게 판매되어야 N%가 되는 수익금을 받을 수 있었는데, 판매는 500권 언저리에서 멈췄고 몇 년째 제자리이다. 기적이 발생하지 않는 한 판매 부수는 앞으로도 계속 그 자리일 것이다.
수익화에는 처참히 실패했다. 그러나 어떻게 첫 술에 배부르랴. 책을 출간한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인 건 맞지만, 사실 곱씹을수록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최선을 다해 더 많은 날갯짓을 했다면, 더 나은 나비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을 텐데.
구조적으로 보자면 출판 시장의 경쟁은 매우 치열한 편이다. 작년 기준 하루에 약 170~180권 정도의 새로운 책이 출판되었다고 한다(한 달이 아니라 단 하루에...). 매일매일 신간 공급은 쏟아지고, 독자의 수요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책이 관심을 받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독자의 눈에 띄기 위한 마케팅의 역할이 중요하다. 출판사에서 지원해 주는 마케팅은 출간 후 초기 3개월에 집중된다. 감사하게도 출판사에서는 서평단, 보도자료, 자사 유튜브 채널 내 영상 제작 등 다양한 마케팅을 지원해 주셨다.
책을 출간하고 알게 된 사실이지만 대형 서점(교보·영풍 등)에서 입구, 베스트셀러 존, 테이블 매대 등 책이 잘 보이는 진열대는 전부 돈을 지불하고 노출을 담보받는 광고판이었다. 내 책 또한 주요 오프라인 서점의 잘 보이는 매대에 일정 기간 진열되었다. 하지만 그 기간은 길지 않았고, 계약한 기간이 종료된 뒤 내 책은 벽면 책장으로 옮겨졌는데, 이곳에서 우연히 누군가의 눈에 들기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책 출간 초기에는 부모님과 부모님의 지인들까지 합세하여 구매를 해주셨다. 그 열기에 힘입어 네이버 검색 시 베스트셀러 딱지가 붙기도 했었다.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상상만으로도 어찌나 신이 나던지. 그러나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래 머무르지는 못했다.
베스트셀러는 일정 기간(예: 7일) 동안의 판매 지수(오프라인 +온라인 주문 수량 합산) 기반으로 산정되는데, 극 초반의 지인 위주의 구매가 이후 일반 독자 풀로 확장되지 못하자 판매지수가 급감한 것이었다.
따라서 출간 초반에는 판매 데이터와 양질의 리뷰를 확보하고, 입소문을 기반으로 일반 독자의 구매 열기를 이어갈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 즉, 초반 3개월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바이럴이 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는 골든타임이라는 것이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마케팅= 출판사의 몫'으로 생각하며 출판사에 의존을 많이 했고, 저자로서의 내 역할을 간과했다. 물론 당시에도 홍보를 안 한건 아니었지만 한참 부족했다. 선비인 척 고고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 되어야 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책 출간 과정에서 가장 후회되는 3가지를 정리한다. 출간을 준비 중인 작가가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길 바라면서.
책을 출간하면 정말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는 '북토크'였다. 그러나 책이 출간된 2022년 5월만 하더라도 코로나 19로 인해 오프라인 모임이 쉽지 않을 때였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 극심할 때보다는 완화되었지만 벗어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를 조심스럽게 여기는 분위기가 남아있었다.
내심 출판사에서 북토크를 제안해 주길 기다렸다. 기다려도 별다른 제안이 없길래 '아직은 분위기상 어렵겠구나'하고 마음을 접었다. 그러나 몇 달 뒤에 출판사에서 다른 저자를 위해 북토크를 개최하는 것이 아닌가. 내게는 왜 그 제안을 하지 않았던 것인지 살짝 원망스러웠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먼저 '물어라도 볼걸'. 아니, 그냥 '내가 할 걸' 하는 후회가 된다. 내가 셀프로 장소 대관해서 지인들 초청해서 소규모 단위로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때 실천하지 않은 것이 두고두고 아쉽다.
돌이켜보면 그때 당시에는 '책 한 권 출간했다고 너무 나대면 안 된다'는 생각이 어느 정도 나의 생각과 행동을 제한했던 것 같다. 여전히 본업이 따로 있고, 책을 출간했다고 해서 내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것은 아니기에 너무 올인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주변에서 지인들도 책을 출간하는 소식을 듣다 보니 마음 한편에는 '책 출간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그리 대단하지 않은 일'이라고 낮춰보게 된 것도 있다.
이전에 비해 책을 출간하기 쉬워진 세상이 된 건 맞다. 하지만 나만의 스토리를 차곡차곡 쌓고, 잘 가공하여 세상에 선보인 결과를 충분히 더 자랑스러워해도 되었다.
초판 1쇄가 발행되면 출판사에서 저자 몫으로 10권 정도의 책을 무료로 증정한다. 여기에 추가로 10권을 저자 할인 금액으로 구매하여 당시의 나의 팀원, 그리고 스타트업 씬에서 일하는 주변 지인들에게 책을 나눠줬다. 그들의 현업과 맞닿은 나의 스토리를 읽고 주변에 전파해 주기를 기대하면서.
내가 원했던 그림은 책을 받은 지인이 주변에 입소문을 내주거나, 개인 SNS나 블로그에 리뷰를 남겨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20권의 책을 나눠준 뒤에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내 책이 재미가 없었던 걸까.
후회되는 점은 책을 나눠주면서 리뷰를 남겨달라고, 더 명확하게 부탁을 했어야 했다. 공짜로 책을 나눠주는데 그때는 리뷰를 부탁하는 게 뭐가 그렇게 미안했는지. 지인들에게 부탁하기 어려웠다면 차라리 전략적으로 이 책에 관심이 있고, 서평을 남길 의향이 있는 사람들을 따로 모집해서 나눠주는 방법도 있을 것 같다.
3년 전만 해도 내가 링크드인의 힘을 잘 몰랐을 때인데, 당시에 초보 팀장의 스토리에 공감하는 후기가 링크드인에 퍼졌다면 지금과는 다른 결과를 내지 않았을까?
고백하자면, 초판 1쇄 발행된 책을 택배로 받고 상자를 뜯어봤을 때 사실 나는 너무 실망했다. 총 분량 167p의 책은 너무도 얇았다. 가볍게 술술 읽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책을 쥐었을 때 느껴지는 묵직한 맛이 없었다. 오랜 시간 작업해서 쏟아낸 결과물이 이렇게 얄팍한 건가 싶어 속상한 마음에 눈물이 나왔다. 그래도 내가 낳은 자식이니까, 내가 이뻐하지 않으면 세상도 예뻐해주지 않을 것 같아서 소중히 대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책의 가격은 14,800원. 요새 책값이 아무리 올랐다지만 두께와 크기에 비해 비싸게 책정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책의 가격은 출판사의 주도로 정해진다). 얇은 책에 비해 비싼 가격, 독자가 구매를 주저하게 만드는데 어느 정도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했다.
사실 이 분량도 투고했을 때 당시의 원고에 10편의 추가 에피소드를 작업한 것이었다. 그때는 원고 분량을 늘리려고 스토리를 쥐어짜 내는 게 너무 힘들었다. 당시에는 한계에 도달했고, 지금의 결과물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뒤의 일을 생각하니 그때 더더더 쥐어 짜내야 했던 것이 맞다.
웃프게도 회사 내부에 조직 변화가 있어 책이 세상에 나왔을 때 나는 더 이상 팀장이 아닌 상태였다. 더 이상 현직 팀장이 아니니 자신 있게 책을 홍보하기에 애매한 상황은 물론이고, 더 이상 중간 관리자로서 진정성 있는 고민과 인사이트를 생산할 수 없는 구조가 되었다.
처음에는 책을 출간하면 내 인생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유명 프로그램 '유퀴즈'에 출연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실제 CBJ 청주방송 라디오에도 출연하고, 넷플연가라는 소셜 살롱에서 '초보 팀장 리더십' 모임을 호스트 하는 등 재밌는 경험도 했다. 그러나 그 효과는 6개월이상 지속되지 않았다. 출간이라는 작은 파도가 일렁인 이후 여전히 내 삶은 그대로였다.
그 후 '풋살'이라는 스포츠로 바라본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여러 출판사에 투고를 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직장인 본캐로 열심히 살아가면서 작가로서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살아가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자주는 못 쓰더라도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는 나와의 약속은 지키고 있다. 비록 출간의 문턱은 넘지 못해도 나만의 스토리를 풀어놓는 일을 그만두지 않으려고 한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 기회는 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