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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seung Mun Nov 21. 2016

중국도 스마트폰 디자인을브랜드화하는데 우리는?

우리는 걷고 그들은 뛰고 있다.

샤오미와 필립 스탁은 그다지 잘 어울리는 이름이 아니었다. 필립 스탁은 그야말로 최고의 산업디자이너로 꼽히기 때문에 아직은 창의적이지도 온전히 자신만의 제품을 만들어내지도 못하다고 평가되는 샤오미와 어울리지 않는 대상이었다. 그런데 샤오미가 필립 스탁과 함께 디자인한 스마트폰 미믹스를 발표하였다.



          




미믹스는 샤오미에 크게 연결된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샤오미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있는 첫 스마트폰이라는 점이다. 샤오미 과거폰들은 아이폰 베끼기란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미노트 역시 삼성 갤럭시 노트에서 벗어나지 못한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미믹스로 진정한 제로 베젤을 보여줌으로써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있는 첫 스마트폰을 만든 것이다.


두 번째는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과정에 필립 스탁이라는 걸출한 제품 디자이너의 힘을 빌렸다는 것이다. 디자인은 무릇 훌륭한 디자인과 디자인이 만들어지는 과정, 디자이너의 영향력 등이 합쳐져 가치가 발현되기 마련인데 샤오미는 그 부분에 있어서 디자이너 영향력에도 큰 신경을 쓴 모양이다. 샤오미와는 결코 어울려 보이지 않았던 필립 스탁이 제품 디자인에 참여한 것을 보니 말이다.

      





심지어 샤오미는 이런 눈에 띄는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한 미믹스 제품이 제로 베젤 특성으로 품질이나 생산상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월 1만 대가량 생산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일반적인 대량 생산 기준에서 1만 대는 매우 적은 숫자이지만 제품 자체가 매우 유니크한 점을 고려하면 마냥 적은 수량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어쨌든 미믹스가 남기게 될 유산 가운데 하나는 매우 심미적인 샤오미만의 제품이 로드맵에 추가되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필립 스탁 및 그와 비슷한 레벨로 평가되는 많은 제품 디자이너들이 앞으로 샤오미와 협업할 가능성도 커졌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는 처음보다 어렵지는 않은 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 삼성이나 LG는 그런 디자인 콜라보레이션을 하지 못하였느냐는 것이다.


지금까지 삼성이나 LG가 진행하였던 대표적인 콜라보레이션은 주로 명품 브랜드였다. LG가 프라다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였고 그 성공을 보고 있던 삼성이 아르마니와 손을 잡았었다. 이런 종류의 콜라보레이션은 그 당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좋은 방식들이었다. 하지만 이후 진행됐던 명품 브랜드와 휴대폰 회사의 콜라보레이션들은 대부분 실패하였다. 명품 브랜드의 잘못도, 전자회사의 잘못도 아니었다. 명품과 스마트폰이 융합될 포인트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겉면에 명품 브랜드 로고를 넣는 것은 결코 콜라보레이션이 아니다. 



           




소비자의 인식이 달라진 지금, 2000년대 초반 성공방정식이 더는 먹히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지금 소비자의 관점에서 콜라보레이션은 진정으로 가치가 융합된 것이어야지 '진짜'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그 부분을 샤오미가 먼저 하였다는 부분이 애석할 뿐이다. 그들은 정말 필립 스탁이기 때문에 만들어졌을 법한 디자인을 들고 나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카림 라시드, 아릭 레비, 마크 뉴슨과 같이 필립 스탁이 아니라도 카드가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디자인에 명성을 불어넣고 브랜드화하는 작업은 아마도 스마트폰 산업에 새로운 경쟁 구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핵심 디자이너 중심의 디자인 브랜드화는 자동차 시장에서 더 빨리 이루어졌었다. 디자이너의 역량을 브랜드화하고 제품의 가치와 강한 연관관계로 작용하는 사례들은 많은 자동차 회사들에서 볼 수 있다. 이안 칼럼, 월터 드 실바, 크리스 뱅글은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익히 들어본 이름일 것이다. 거기에 한국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게 되어 조금 낯익은 이름이 된 피터 슈라이어와 루크 동커볼케도 있다. 마지막으로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별도의 디자인회사에서 그 영향력을 보였다. 특히 BMW는 크리스 뱅글이 만든 7시리즈의 섹시한 엉덩이를 이야기하는 ‘Bangle butts’라는 말까지 만들어 냈다. 이쯤에서 우리는 미믹스의 미끄러질 듯 부드럽게 떨어지는 모서리 곡선을 ‘Starck edge’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다.



     




휴대폰 시장에서도 이런 시도는 이미 있었다. 스마트폰 디자인 브랜딩 개척자는 역시 애플이다. 애플은 스마트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꽤 많이 알려진 제품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를 통해 훌륭한 디자인을 완성하였다. 그리고 조너선 아이브는 제품 디자이너 선배인 디터람스로부터 영감을 얻은 디자인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하나의 강력한 브랜드가 되었다.


어쩌면 샤오미가 애플 철학을 참고하는 과정에서 필립 스탁을 참여시켰다면 우리는 샤오미를 한 번 더 두려워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들은 이제 애플 제품을 베끼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프로세스를 포함한 성공방정식을 추종하는 단계로 발전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우리나라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디자인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디자인에서 브랜딩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이 시기에 궁금증은 커질 수밖에 없는 듯하다.




* 이 글은 허브줌(hub.zum.com)에 게시된 글입니다.

http://hub.zum.com/aquaterra/6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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