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보다는 슈퍼노멀의 끝판왕
갤럭시가 돌아왔다. 지난 노트 시리즈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갤럭시의 귀환은 사실상 1년 만의 일이다. 정말 잘 만들어진 디바이스라는 평가 역시 많았던 갤럭시노트7이었기에 배터리 이슈가 너무 아쉬웠을 삼성이 그 다음 작품인 S8에 승부를 걸었을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삼성은 ‘적당히 굉장한’ 스마트폰을 들고 나올 줄 알았던 대중의 기대보다 ‘대단히 굉장해’ 보이는 디바이스를 들고 나섰다. LG의 G6에 충분한 만족감을 드러냈던 사람들의 마음에 한층 강력한 추파를 던지는 갤럭시S8은 과연 무엇이 다를까.
이미 갤럭시S8과 G6, 픽셀 그리고 아이폰7의 스펙을 비교한 자료가 돌아다닌다.
http://www.itcle.com/tag/%EA%B0%A4%EB%9F%AD%EC%8B%9C-s8/
아이폰7의 경우는 사실상 단순 하드웨어의 스펙 비교를 함에 있어 제품의 성능이나 품질을 동등하게 평가하는데 어려움이 있기에 이를 제외하면 안드로이드 3인방 가운데 갤럭시S8의 스펙은 군계일학이다. 물론 가장 최근에 나온 폰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럴 수 밖에 없지만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대부분 갤럭시의 승리라는 점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1. 화면 스펙
여전히 IPS와 OLED에 대한 부분의 선호는 개인의 취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패널의 기술적 형태를 제외하더라도 G6와 거의 유사한 라운드형 베젤리스(bezel-less) 폼팩터에서 0.1인치 만큼의 화면을 더 제공하는 것은 장점이 분명하다. 한가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은 가로-세로 비율에 대한 부분이다. 18.5:9 비율은 0.5만큼의 높이(height) 영역을 상단 인디케이터 영역으로 할당하고 나머지 부분을 풀비전(full vision), 즉 사실 상의 화면 활용 영역으로 구성하기 위함이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영상 콘텐츠 재생만 생각한다면 18.5:9의 비율이 필요하지는 않기 때문에 0.5만큼이 실사용에서 활용 가능한 추가적인 기능 영역으로 제공된다면 그만큼의 강점이 더해질 것이다.
2. AP 스펙
퀄컴 스냅드래곤 835를 AP로 쓰는 순간, 많은 부분에서 격차가 벌어진다. 스냅드래곤 835에는 Adreno 540 GPU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같은 신형 스냅드래곤의 발열 이슈가 없다면 835가 현재 최강의 AP임은 분명하다. 다만 삼성이 자체 모바일 AP인 엑시노스를 글로벌로 사용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아직 엑시노스가 가야 할 길이 멀어 보인다. 이번 국내 출시 갤럭시S8에 탑재되는 10나노공정 엑시노스 성능이 스냅드래곤 835와 큰 차이가 없다면 다음 갤럭시 버전에서는 더 폭넓은 제품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
3. 기타 스펙
전면 카메라 역시 8백만 화소로 G6의 5백만 화소를 압도하는데, F 1.7 조리개 값 지원에 대한 반응 또한 기존에 출시된 경쟁자들에 비해 좋지 않게 나올 확률은 낮아 보인다. 게다가 번들 이어폰이 AKG인 것은 갤럭시S8 스펙을 선택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다. 블루투스 5.0 정도는 덤이다.
기술의 영역에서는 내세운 것이 많다. 일단 홍채인식이 있고 거기에 더하여 빅스비가 있다. 두 가지 모두 마케팅의 용도로서 매우 훌륭한 키워드들이다. 동시에 개인적으로는 실제 제품의 사용에 있어서는 크게 유용하지는 않을 기능이지 않을까 싶다.
일단 '셀카 찍어서 엄마에게 보내줘'와 같은 복합 명령을 이해한다는 빅스비는 제품 시연 시나리오 상으로는 최적화된 명령어들을 다수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평상시 폰을 사용하며 필요로 하는 복합 명령어는 이보다 훨씬 복잡할 것이다. 예를 들어 더 현실적인 복합명령은 '카카오톡 앱을 열어서 아들에게 오늘 시험 잘 보라고 톡 보내줘'와 같은 수준일 텐데 이런 부분을 현재 빅스비가 대신 수행해 주지는 못하지 않을까 싶다. 아직 시리나 알렉사조차 컨텍스트를 명확히 이해해야 하는 명령이나 대화는 잘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빅스비는 단순히 삼성의 새로운 ‘Personal Secretary’의 등장이며 S보이스의 과거를 청산하는 바람직한 변화로 보아야 하며, 그것이 스스로 제품 판매상의 반향을 일으키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홍채인식은 빅스비보다는 실용성이 있는 기능이지만, 인증 수단으로 지문이 워낙 많은 디바이스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여파는 없어 보인다. 홍채인식은 앞으로의 갤럭시 라인업에 지속적으로 적용되어 빛을 볼 기술이지 S8에서 꽃을 피울 기술은 아니라는 것이다. 로드맵과 제품이 항상 같은 방향을 볼 수는 없다. 로드맵은 비전이고 제품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른 많은 매체가 주목하고 삼성이 강조한 S8의 기술들이 크게 나의 주의를 끌지 못했지만 정작 내가 주목하게 된 기술이 있다. 그것은 바로 무게이다. 스마트폰에 있어서 무게는 얼마나 중요한가? 과거 다양한 폰 발전의 변천사에서도 많은 경우 혁신단계로 가기 직전 전형적인 기술 경쟁의 끝은 바로 무게였다. LG전자의 그램 노트북이 그 좋은 예이며, BMW와 아우디의 운동성능 차이 역시 차량의 무게에서 온다는 의견도 많다. 무게는 제품의 가장 큰 사용성 요소이며 기술의 집약이고 마케팅을 위한 최종 수단이기도 하다.
갤럭시S8은 가볍다. 갤럭시S8은 155g이며 경쟁제품인 G6는 162.73g이다. 아이폰7이 훨씬 가볍기는 하지만 하드웨어 스펙에 있어서 차이가 많으니 비교선상에선 제외하자. 갤럭시S8은 G6에 비해 홍채센서가 추가로 들어가 있을 것이며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스펙도 높다. 방수방진 능력은 동일하다. 그런데 8g 가까이 가볍다. 이건 무시할 수 없는 차이이고, 이렇게 더 높은 스펙을 장착하면서 더 가볍게 양산하는 것은 분명히 설계와 기술력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심지어 삼성이 고집하는 엣지 디스플레이를 도입하는 것보다 훨씬 의미 있는 기술적 도전이라고 볼 수도 있다.
삼성이 마케팅을 잘 못한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지만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 아주 오래 전 셀리브리티(celebrity) 마케팅을 전개했던 삼성의 마케팅 전략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최근 들어 갤럭시는 아이폰과 같이 TPO(Time, Place, Occasion)를 강조하며 시각적 완성도가 높은 광고로 방향성을 틀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또 한 가지 마케팅적인 변화를 더하였는데, 그것은 마케팅 키워드를 잡는 방식이다. 내가 주목하는 마케팅 키워드는 바로 ‘인피니트 디스플레이(Infinite display)’이다.
‘인피니트 디스플레이(Infinite display)’를 보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바로 애플의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떠오르지 않는가? 혹자는 LG로부터 받은 디스플레이를 가지고 마치 자신들이 무엇인가 굉장한 것을 만든 것처럼 포장했다는 이유로 싫어하기도 했던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바로 마케팅 능력이고 정수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삼성 역시 이처럼 추상적인 가치를 담은 브랜딩 요소를 키워드화 한 것이다. 그리고 ‘인피니트 디스플레이(Infinite display)’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들을 S8의 광고 사진들 위에 입혔다. 드넓은 하늘 그리고 땅과의 연결이 담긴 이미지들은 무한의 느낌, 드넓음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기본으로 제공하는 배경화면 속에서도 그런 마케팅 포인트는 시각적인 재료들을 통해 전달될 것이다. 마치 ‘인피니티 풀(infinite pool)’과 같이 많은 ‘Infinite’ 한 요소들을 연상시키는 이 단어는 빅스비나 홍채인식보다 세련된 마케팅 재료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홍채나 빅스비만큼이나 ‘인피니트 디스플레이(Infinite display)’에 대한 컨셉적인 TV광고가 많이 편성될 것이라고 예측해 본다.
전에 다른 글을 통해서도 이야기한 바 있지만 '슈퍼노멀'은 이 시대의 경쟁 키워드이다. 그것은 새로운 혁신의 시대가 도래하기 전까지 수년 간 지속될 경쟁의 프레임일 것이다. 아마도 AI 무한 경쟁 시기가 올 때까지 그렇게 진행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스마트폰 분야는 이런 슈퍼노멀의 경쟁이 가장 확실히 지속될 영역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그런 맥락에서 생각해 볼 때 아직까지는 안드로이드를 다루는 기술 측면에서 LG전자와 삼성전자를 따라올 수 있는 회사가 전세계적으로 아마 몇 없을 것이다. 슈퍼노멀을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들이 아직 우리나라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슈퍼노멀 여부를 따질 때 이번 갤럭시S8은 역시 하드웨어적으로나 소프트웨어적으로 크게 의심할 부분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앞으로의 미래는 불안하지만 적어도 2017년까지는 갤럭시S8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데 동의하게 된다. 거기에 더하여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 아이폰과 갤럭시의 제품 품질이나 기능의 차이가 적은 수준으로 좁혀져 있는 시기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측면으로 삼성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도 있다.
a. 아이폰과 갤럭시의 소프트웨어 기술 격차가 줄어드는 것에 비해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와 대한민국의 스마트폰 제조사 간의 격차가 더 크게 줄어들고 있다.
b. 안드로이드 진영이 아이폰을 따라 잡는 속도에 비해 타이젠이 안드로이드를 따라 잡는 속도가 그렇게 빨라 보이지 않는다.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자면 개발도상국 및 그보다 경제 발전이 느린 국가에서 중저가 폰 및 초저가 폰 시장에 대한 필요성이 명확하기 때문에 앞으로 타이젠이 선전을 할 수도 있다. 그게 바로 노키아가 아직 힘을 지탱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삼성 앞에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가 전개되어, 갤럭시S8이 머리 꼭대기의 경쟁을 하고 타이젠이 발바닥의 경쟁을 해서 시장을 샌드위치 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면 삼성은 진정한 글로벌 1등을 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삼성의 희망사항을 달성하기 위한 단계로 생각해 보면 갤럭시S8은 지금까지 유출된 정보를 바탕으로 보았을 때 합격점이다.
마지막으로 LG의 G6에 대한 걱정을 남긴다. 사실 동일한 프리미엄 라인에서 경쟁을 한다고 하기에 G6와 S8의 격차는 조금 크게 나 버린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어 버렸다면 G6의 방향성을 ‘Common Premium’과 같이 수정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좀 더 쉽게 만질 수 있는 프리미엄으로 말이다. 만일 갤럭시S8의 북미 판매가격이 $650 수준에서 형성된다면 동일한 프리미엄의 경쟁을 피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스마트폰 쌍두마차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히 성공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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