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parallel로 진화한다.
최근 들어서는 모든 세상이 인공지능에 집중하고 있다. 거의 모든 IT의 분야들이 인공지능을 개발하거나 도입하고 혹은 그렇지 못하더라도 그 트렌드를 꾸준히 살펴보고 있다. IT분야와 크게 상관이 없던 기존의 다양한 기업들도 그렇다. 이렇게 슈퍼스타처럼 떠오른 인공지능 덕분인지 이제 더 이상 스마트폰이라는 존재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던 스마트폰이 이제 인공지능에게 왕좌의 자리를 내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최근 들어서는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오랫동안 IT에 관련한 컬럼을 써왔던 월트 모스버그(Walt Mossberg) 역시 자신의 지난 오랜 기간의 에디터와 컬럼리스트로서의 시간을 회고하며 쓴 ‘어느 테크 기자의 마지막 칼럼’이라는 마지막 글을 통해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소개한 후로 스마트폰은 세계를 정복했지만, 그 발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만, 성숙기에 접어든 기술이기 때문에 아주 획기적인 개선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였다. 빛나는 스마트폰의 시대를 아주 가까이서 지켜봐 왔던 이들이 오히려 스마트폰의 미래를 혁신과는 먼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처럼 이제 스마트폰은 성숙기를 지나 쇠퇴기로 진입하게 될 것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스마트폰 산업이 하드웨어적인 관점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가장 큰 변화의 시기에 있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하드웨어적 성장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 많은 스마트폰 관련 기업들이 아직 그 혁신의 중심에서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트 모스버그의 글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아마 그가 보았던 인생의 가장 큰 IT혁신은 아이폰의 등장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아이폰은 더 이상 스마트폰의 하드웨어적인 혁신을 주도하지 않는 모습이다. 아직 등장하지 않은 아이폰8에 대한 예상 이미지는 LG G6가 시작한 18:9의 폰 비율과 샤프의 아쿠오스나 샤오미의 미믹스로 이어졌던 제로베젤을 닮아있다. 그리고 후면에 듀얼카메라를 장착할 것이라는 예상 등을 통해서 보면 아이폰이 미래는 현재 안드로이드 폰들의 장점을 골라서 넣어 놓은 듯 하다.
오히려 재미있는 하드웨어의 모습들은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LG의 V30의 루머로 떠돌았던 하나의 스크린 내에서 화면의 영역을 완벽히 분할하는 모습은 현재 V20이 제공하고 있는 세컨드 스크린을 넘어서는 역할을 할 수도 있어 보인다. 그림에 나와 있는 형태와 같이 화면이 분할 된다는 것은 더 나아가 과업(Task)의 영역을 둘로 나눌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만일 스마트폰이 화면을 둘로 나누고 멀티스크린의 역할을 다르게 가져간다면 우리는 유튜브로 음악을 들으면서 페이스북을 할 수도 있으며, 화상 통화를 하면서 동시에 카카오톡으로 다른 이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이모작 농사와도 같은 모바일 시장의 혁혁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물론 멀티 액티비티에 대한 부분을 안드로이드가 제공해주어야 한다는 부분이 숙제로 남지만 말이다.
이와 같은 시도가 가능해 지는 것은 대화면의 적용과 제로베젤의 보편화에 따른 것이다. 위의 이미지를 통해서 보면 스마트폰 안에서 화면 영역을 나누는 것은 하단 영역의 크기가 크지 않기 때문에 불편을 느낀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불과 7~8년 전에 3인치대의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대화면의 스마트폰에서 화면을 분할하고 이에 따라 서로 다른 어플리케이션의 액티비티를 통해 진정한 멀티태스킹을 제공한다는 것은 실제로 가능한 혁신의 범위 안에 있을 것이다. 물론 스마트폰 화면에서 이를 잘 사용하기 위한 UX적인 설계는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부분은 연이어 스마트폰의 두뇌를 담당하고 있는 AP의 성능 향상과도 관련이 있다. 과거 PC의 CPU와는 성능차이가 많았던 모바일의 AP는 최근 들어 그 성능이 매우 향상되어 퀄컴의 경우는 ARM칩기술에 기반한 스냅드래곤 프로세서인 835모바일을 통해 PC용프로세서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하드웨어적인 발전이 이어지면 스마트폰 상에서 멀티쓰레드(Multithread) 작업 환경이 더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런 하드웨어적 혁신들이 모여서 스마트폰의 2차 혁명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스마트폰은 향후 몇 년 내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를 통한 혁신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삼성과 LG가 휘어진 화면의 스마트폰 제품을 수년 전에 내어 놓았었고 최근 들어 삼성과 LG 이외에도 레노버 등의 회사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폰의 출시를 준비 중이라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의 폼팩터 자체를 바꿀 수 있는 혁신이기 때문에 또 다른 관점에서 하드웨어의 혁신이 기대된다.
최근에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앤디 루빈이 구글을 퇴사하고 다시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한 회사를 차렸다는 뉴스가 있었다. 그리고 그는 에센셜(Essential)이라는 완벽히 고급스러운 느낌의 스마트폰을 공개하였다.
그가 보여준 스마트폰 고급화의 미래는 과거 고가의 스마트폰을 지향했던 람보르기니 등과는 다르게 노멀하면서 동시에 모던한 프리미엄을 지향하고 있다. 아직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대한 업데이트 이슈 등은 지적될 수 있지만 다행히 이제는 업데이트 주기가 길어진 요즘 같은 시기에 이처럼 형태의 제3의 제조사가 만드는 스마트폰의 고급화 전략은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변화에 또 다른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더욱이 앤디루빈이 스마트폰 업계의 상징적인 자리에 있다가 구글 안에서 로봇사업부서로 옮겨졌다가 다시 스마트폰 산업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그 의미가 클 수 밖에 없다.
모바일의 하드웨어 혁신은 아직 진행 중이다. 그것은 앞으로도 인공지능 등 여타의 분야와 독립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이며 우리는 앞으로 더욱 다양하고 매력적인 스마트폰 경험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아직 우리가 모바일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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