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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seung Mun Jul 25. 2017

IT의 애타는 바램, 배터리 기술의 혁신

ICT 산업 발전의 가장 큰 장애물, 그 이름은 배터리

오랜만에 배터리 기술의 혁신이 다시 기사로 언급되기 시작하였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5&oid=020&aid=0003081705


카이스트 연구진이 배터리 시간을 최대 5배까지 늘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였다는 기사는 그 기술이 아직 상용화의 수준이 아닐 것임에도 불구하고 주요 사이트의 IT면에서 눈에 띄는 영역에 기사가 실렸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 기사의 댓글에는 지난 오랜 세월 동안 등장했던 많은 배터리 사용시간을 늘릴 수 있다고 선전했던 기술들이 거의 대부분 과장된 기사였거나 혹은 상용화가 되지 못했던 현실을 꼬집는 내용들이 많기도 했다.


아직까지는 배터리 기술의 혁신은 전설과 같이 아련하고 잡히지 않는 존재이다.






하지만 배터리 기술의 혁신은 UX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꼭 이루어야만 하는 용건 가운데 하나이다.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배터리의 이슈는 우리가 CD플레이어를 쓰던 시절이나 MP3플레이어를 쓰던 시절 그리고 노트북을 사용하던 시절에 모두 민감한 이슈였으며 그런 이슈는 기존의 목적형 디바이스인 CD플레이어, MP3플레이어 그리고 노트북이 아니라 상시적 디바이스인 스마트폰으로 옮겨 오면서 더욱 큰 불편사항이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일체형 배터리가 아닌 교체 가능한 배터리 형태를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목놓아 기다리고 그렇지 못한 경우 (스마트폰의 디자인을 위해서 일체형 배터리 형태의 폰을 구매해야만 하는 경우) 보조 배터리를 거추장스럽고 귀찮지만 가지고 다녀야만 했다.


또한 과거에는 배터리의 시간 이슈보다는 스마트폰이 가지고 있는 AP나 디스플레이 해상도 등 다른 하드웨어 적인 스펙들이 큰 불편함으로 대두되었지만 이제는 갈데까지 가버린 AP의 성능이나 이미 충분히 Full HD인 디스플레이 해상도는 더 나아져도 그만큼 사용자들이 효용을 잘 느끼지 못하는 수준으로 발전한 것이다. 배터리 기술이 한걸음을 갈때 AP나 디스플레이 혹은 카메라의 기술은 열걸음을 간 것이다.


물론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이전보다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 첫번쨰로는 어쨌든 효율이 나아진 배터리가 사용되고 있고 보드의 구조적인 설계 등에 있어서 스마트폰 초기에 비하여 더 넓은 공간에 배터리를 넣을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여기에 소비전략을 측정하고 QA를 진행하는 단계에서 세상의 스마트폰들은 더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도록 발전되었다. 그리고 급속 충전과 같은 부분까지 추가가 되었다. 그 덕에 지금의 3,000 미리 암페어의 스마트폰 배터리는 아마도 3~4년전 의 동일한 용량의 배터리에 비해 2배가 넘는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가져온듯 하며 불편이 덜해진듯한 느낌이 들기는 하다.


하지만 이건 점진적인 혁신은 마치 자동차의 기술에 있어서 가솔린 엔진의 상태에서 연비를 아주 조금씩 줄이고 배출가스를 아주 조금씩 줄여가는 것과 같이 현재 가지고 있는 잠재적 불편의 근원이 없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과 같은 모습일 것이다. 점진적 혁신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부분을 해갈하기 위해서는 분명히 배터리 기술에 있어서도 파괴적 혁신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배터리 기술이 혁신을 가져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몇 가지 바로 떠오르는 사항들만 정리해보자.




1. 디바이스 패러다임 변화


가장 피부에 와닿는 부분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디바이스의 교체주기가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배터리의 Capacity가 늘어나게 된다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다른 하드웨어의 발전 속도가 이미 일반 사용자들이 체감할 수 없는 수준으로 늘어났다면 하나의 디바이스를 구매한 후 사용하는 사용연수가 늘어날 것이다. 마치 과거에는 자동차를 구매하더라도 10년을 타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15년 혹은 20년을 타도 자동차들이 쌩쌩한 것과 같이 말이다. 이처럼 배터리는 사실상 배터리를 사용하는 수 많은 디바이스들에서 우리가 가장 크게 체감하는 내구성의 지표가 되는 요소이다.


예전에도 역시 이런 배터리의 지속성을 늘리는 것은 계속 이슈였는데, 그런 것을 쉽게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지식 문답 서비스에 올라와 있는 질문과 답에서도 볼 수 있다. 누군가가 '스마트폰의 배터리를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요?' 라는 문의가 올라오면 그 답으로는 '배터리를 냉동실에 넣어 놓으세요.'와 같은 답이 돌아왔다. 또한 건전지를 사용하였던 CD플레이어의 사용 시절을 떠올려보면 예전에 AA사이즈 건전지의 경우는 건전지가 거의 다 되었을때 이빨로 씹으면 약간 전력이 되살아 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래서 참 많이 씹어보기도 했다.) 아마도 그것은 배터리가 그 내부에 있는 건전지 안의 탄소막대와 이산화 망간 등으로 되어 있는 소극제 그리고 전해질이 물리적으로 변형을 일으키면서 순간적인 (포텐셜이 남아있던) 화학적 결합을 순간적으로 유도하는 것일 것이다.


결국은 배터리 기반의 제품을 오래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 자체를 저전력디바이스를 만들거나 혹은 고효율 배터리를 만드는 방법 밖에 없다. 그리고 실제로 대부분 스마트폰 개발 관련 분야의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저전력을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를 들어 Always on과 같은 기술은 저전력 기반의 기능이면서 편의를 보장하는 기술들을 내어 놓는다. BLE의 경우도 저전력 기반을 지향한다. 이와 같은 저전력 기술의 발전이 고효율 배터리 기술과 만나게 된다면 우리가 지금 상상할 수 없는 수 많은 혁신들이 벌어질 것이다.




2. 이동수단의 혁신

 

사실 평범하게 생각해 보면 스마트폰이나 PC는 배터리 기술의 수혜 1순위로 보이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더 큰 수혜는 더 대용량의 배터리를 사용하는 분야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렇다면 그 1순위는 자동차일 것이다.


전기차는 미래 이동수단이라는 세계경제에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할 수 있는 영역에서 수소차와 계속 치열하게 싸워왔다. 그리고 수소차와 전기차의 싸움은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가는 것으로 보이지만 수소자동차가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배터리 판구조와 이를 교체형으로 바꾸기 어려운 전기차 자체의 기술적 제약 때문일 것이다. 또한 교체형 배터리 기술이 필요하다고 지속적인 의견이 나오는 이유는 초고효율 배터리 기술이 없는 것과 초고속 충전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에 기름을 넣는데는 2~3분이면 충분하지만 현재 차량용 배터리는 최소 30분 남짓의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 정도의 기술 수준으로는 아무리 '그린에너지'를 강조하더라도 지나친 불편으로 인해 사람들이 전기차를 구매하기는 어렵다.


결국 파격적으로 배터리 용량 혹은 효율이 급증하여 기존 가솔린 차보다 훨씬 적은 횟수로 충전을 하거나 또는 한 번 충전하면 달릴 수 있는 자동차의 거리가 평균 400km이상으로 발전된 상태에서 1회 충전시 걸리는 시간이 5분 이내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 어느 쪽이던지 배터리 기술은 파괴적 혁신을 통해 발전되어야 한다.


이동수단의 혁신은 자동차가 가장 직접적이겠지만 1인 이동수단으로 널리 퍼지고 있는 전기스쿠터와 같은 형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며, 드론과 같은 장비의 사용시간 자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미 드론을 활용한 1인 비행 이동 수단에 대한 부분도 연구를 하고 있는 이들이 있기에 배터리 기술이 이동수단의 혁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3. 인프라의 변화/산업구조의 재조정


상업적 충전시설과 인프라 확충에 대한 부분은 '전기'라는 키워드가 등장할때마다 이야기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전기 소비의 영역이 넓어지면 우선 발전 시설 부분이 더 먼저 변화해야 할 것이다. 지금도 이미 무더운 여름이 왔지만 현재의 발전 시설은 여름만 되면 전기차 등의 수요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도 전력난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석유가 필요한데 정작 석유 시추 시설이나 정유시설이 턱 없이 부족한 것과 유사한 상황으로 보인다. 물론 이 부분은 배터리의 효율화와 상관 없이 다양한 발전시설 기술의 개선으로 미래 전기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싶다. 다만 나 역시 원전은 싫지만 원전이 없이 가능한 부분을 찾을 수 있을까는 의문으로 남는다.


또한 배터리 기술의 혁신이 다양한 IT 디바이스의 사용행태를 바꾸고 이동수단의 혁신을 가져온다면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 산업이 전반적으로 개편될 것이며 해당 분야에 종사중인 분들께는 재앙과 같은 이야기이겠지만 충전 관련 악세사리 산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은 매우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고효율 에너지 사회에서 큰 편리를 느끼면서 살게 되겠지만 말이다.






대학원 시절 나의 은사님은 배터리 기술의 진화가 진정한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고 이야기하셨다. 그건 이미 10년도 넘은 일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와서야 그 이야기의 파급효과를 진심으로 느끼게 되었다. 10년도 전에 비해서 배터리 기술이 발전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배터리 기술이 가야할 길이 더욱 멀다는 것은 훨씬 더 두말할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번에 카이스트가 개발한 배터리 기술 혹은 다른 그 어디에서 만든 기술이라도 하더라도 인류 그리고 IT 기술의 퀀텀 점프를 위한 혁신적 배터리가 곧 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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