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더 잠을 줄여야 행복이 가까워질까, "영화 <잠은행>"
일이 많아 야근하던 중, 눈꺼풀이 무거워 도저히 버티기 힘들 때가 있다. 물론 과감하게 컴퓨터를 끄고 퇴근하거나 잠을 청하면 그대로 끝이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억지로 책상 앞을 지켜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괜히 ‘잠을 안 자고 일할 수 없는 건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이러한 물음에 영화 <잠은행>은 다소 현실적인 대답을 우리에게 내어준다. 동명의 만화인 이말년 작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신우석 감독의 <잠은행>은 사람에겐 일정량의 수면시간이 정해져 있고 그 잠을 빌리고 갚을 수 있다는 독특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주인공이자 평범한 인물인 ‘이성재 과장’은 가정을 지키고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일 같이 몰려오는 졸음을 참고 야근을 하지만 그럼에도 가정과 회사에서 밀려나기 일보 직전이다. 그러던 어느 날,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순간을 맞이하고 잠은행을 만나게 된다. 잠깐 망설이지만 지금의 성공과 문제의 해결이 먼저였던 과장은 점장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잠을 대출받는다. 결국, 배로 일을 한 덕에 회사에서 매우 큰 성과를 거두지만 ‘이성재 과장’은 결국 무얼 위해 일했는지도 잊은 채 잠을 대출받는 본인의 모습을 보며 후회한다. 그리고 그렇게 계속해서 잠을 대출받던 과장은 결국 강제로 잠을 상환하게 된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많은 상상이 가미 되었지만 영화와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끊임없이 타박받고 행복과 청춘을 담보로 잡힌다.
혹여 원하는 위치에 올라도 ‘이성재 과장’처럼 다시 쫓기듯 뛰게 되는 현실은 감당 못 할 빚을 갚으라는 독촉처럼 부담스럽기만 하다. 줄어든 잠과 많아진 일보다 워라벨을 찾는 요즘, 갚을 수 있는 만큼 하는 게 대출이라던 잠은행 점장과 영화 초입 은행원의 말은 버틸 수 있을 만큼의 노력과 행복이 어느 정도인지 깨달으라는 힌트였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