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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뚝배기 Aug 06. 2021

히트곡을 부르기 싫어하는 밴드

올해 상반기 문화 엔터테인먼트 쪽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를 꼽으라고 하자면 '브레이브 걸스'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꾸준한 활동에 비해 미디어와 대중의 관심이 부족했기에 대중적인 히트곡과도 거리가 멀었던 그들은 갑작스레 제작된 유튜브 영상을 통해 일약 스타가 되었는데요.


'롤린' 과 '운전만해' 두 곡의 노래가 순식간에 음원차트 정상을 달성하며 다양한 방송활동, 광고 촬영 등, 정상급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그 만큼 아티스트들에게 히트곡의 유무는 스타가 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쉬운 길 중 하나인데요.


더욱이 콘서트, 페스티벌 공연과 같은 라이브 콘텐츠에서 유명한 히트곡이 있는 것은 리스너들과 호흡하고 그 시간을 같이 즐길 수 있는 손쉬운 방법 중 하나기도 합니다. 


( 물론 모든 아티스트들이 그렇다기 보다는 보편적인 인식이 그렇다는 겁니다. )


대중들이 다 알고 있는 히트곡이 있다는 사실은 이렇게 뭔가 늘 유리한 부분이지만, 놀랍게도 본인들의 히트곡을 부르지 않는 밴드가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부르기 꺼려하는' 밴드인데요.


바로 영국의 유명 락밴드인 '라디오 헤드'의 이야기 입니다.




매 앨범마다 실험적인 사운드와 다양한 이야기를 담기로 유명한 이들은 정규 1집 속 수록곡 'Creep'이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많은 관심을 받기 시작했는데요. 문제는 너무 유명해진 덕분인지 공연시 이 노래 외에는 좋아하지 않았고 급기야는 'Creep'의 순서가 끝나면 공연장을 떠나기도 했다고 합니다.


'라디오 헤드'는 결국 한동안 공연 리스트업에서 'Creep'을 빼놓는 선택을 했고 이 시기가 길어지면서 그들이 'Creep'을 매우 싫어한다는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들이 걱정했던 부분은 일종의 '소포모어 징크스'로, 그들이 가지고 있던 음악적 다양성을 'Creep'으로 인해 가려질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는데요. 이러한 걱정 덕분인지, '라디오 헤드'는 우려와 달리 원히트 원더가 아닌 전설적인 밴드로 발돋움 하기 시작합니다.


1집 이후 발매한 'Ok computer' , 'kid-A' 등의 앨범들이 이들의 행보를 증명하는 대표적인 앨범들인데요.





'Ok computer' 속의 특유의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버무려진 사납고도 우울한 보컬, 리스너의 감성을 갑작스레 건드리는 노래 곳곳의 장치들은 음악적 문법이라고 일컫어졌던 일련의 공식을 충격적으로 무너뜨립니다. 더불어 다소 기괴하게도 느껴지는 수록곡 'No surprises'의 뮤직비디오까지 더해지며 'Ok computer'는 평단과 대중을 사로잡은 세계적인 히트 앨범으로 자리하게 됩니다.  


4집인 'Kid - A' 역시 이게 록 음반이 맞나 싶을 정도의 독특한 기타 사운드와 멜로디,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현대 음악적인 요소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덕분에 리스너들과 평단에게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앨범입니다. 사실 저 역시 지금 들어도 익숙하게 느껴지지 않는 'kid - A' 속 수록곡들은 최근에 들어서는 재평가가 이루어지면서 명반으로 인정 받고 있기는 합니다. 


처음 이들의 음악을 접한 혹자는 이렇게 묻습니다. 

'예술을 하는 것 같은데, 이런 음악은 대중에게 쉽게 선택 받지 못하지 않느냐?' 


그렇지만 놀랍게도 이들은 다소 어려운 음악을 하면서도 결론적으로는 평단과 리스너들의 관심을 결국 다 잡고 있습니다. 심지어 앨범이 나오기 직전까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업적 성공을 연이어 달성하며 '라디오 헤드'는 더 이상 'Creep'의 그늘에 가려진 밴드가 아님을 증명했는데요. 


결성된지 30년을 훌쩍 넘긴 그들은 여전히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예술인으로서 겪을 수 있는 자기복제와 같은 어려움도 없었구요. 


이런 성과가 단순히 꾸준함과 독특함만으로 밀어 붙여 얻은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히트곡을 포기할 신념과 용기가 있었기에 전설적인 밴드로 인정 받고 살아남을 수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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