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년짜리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트레이딩 전략에 부여한 조건들이 있었다.
생활 리듬 유지: 밤낮이 바뀌는 삶은 피하고 싶었기 때문에, 아시아 시장에 한정해 거래할 것.
시간 대비 효율 추구: 이 일에만 매달리기보다는 적정 수준의 시간만 투입하고 싶었기 때문에, 고빈도 트레이딩(HFT) 수준의 거래빈도는 피할 것.
자본 제약 극복: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이 한정적이었기에, 연 수익률은 최소 50% 이상을 기대할 것.
첫 번째 조건은 복잡할 것 없었다. 올해 대부분을 한국에서 지낼 예정이었고,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의 한국 주식시장 개장 시간은 아이가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국내시장을 타겟으로 삼았다.
두 번째 조건에선 꽤 고민이 깊었다. 사실 초단타 전략을 통해 차익거래를 하고 싶은 욕심이 컸다. 예측의 필요성이 적을수록 스트레스가 덜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장벽이 많았다. 초단타 전략은 구축과 안정화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매우 크며 시스템이 안정되기 전까지는 모니터링을 거의 실시간으로 붙어 있어야 한다.
결국 예측 기반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처음엔 거래 빈도를 1분에서 일주일 사이로 설정했는데,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는 짧게는 1분, 길게는 하루 이틀 정도의 포지션을 유지하는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마지막 연수익률 조건은 앞서 언급한 거래빈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일반적으로 거래 횟수가 많을수록 전략의 기댓값(Expected Value)이 일정 수준 이상일 때, 연 수익률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쉽게 설명된다. 예를 들어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올 확률이 55%라고 가정할 때, 1회보다는 100회 던졌을 때 실제 확률이 수렴될 가능성이 더 크다. 마찬가지로, 연간 1번 거래하는 전략보다 100번 거래하는 전략이 수익 실현 기회가 수십 배 더 많다.
실제로 1분 단위부터 하루 단위까지의 빈도에 기반한 전략들이 연 50% 수준의 수익률을 달성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기대 수익률이 작더라도, 거래 횟수가 많다면 수익률은 복리 효과와 함께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거래를 많이 한다고 무조건 높은 수익률이 나오는 건 아니다. 특히 시장 노출(베타)을 제거한 순수 알파 전략의 경우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롱숏 마켓 뉴트럴 전략은 베타가 0에 수렴하기 때문에, 오직 알파 수익만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이러한 전략은 연 10% 수익률을 내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본질적으로 이러한 전략은 애초에 큰 자금을 운용할 때 자본 보존을 최우선으로 하며, 낮은 변동성과 높은 샤프 비율을 추구하는 방향에 가깝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나는 순수 알파에만 의존하지 않고, 일정 수준의 베타 노출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설계했다. 특히 장기적으로 시장이 우상향한다는 가정을 한다면, 적절한 베타 노출은 오히려 수익률 극대화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제 전략은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왔다. 요약을 해보자면,
국내 시장에 집중
예측 단위는 1분 ~ 2일 사이의 중단기 전략
순수 알파가 아닌, 일정 수준의 베타 노출 전략
이제는 어떤 자산에 전략을 적용할 것인지 결정할 차례였다. 세상엔 수많은 금융자산이 존재하고, 그 자산마다 특징과 거래 환경이 다르다. 따라서 동일한 전략이라도 어떤 자산에 적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가끔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을 보면, 특정 자산군에만 전략을 맞추고 모든 해법을 거기서 찾으려 한다. 그러나 개인 트레이더의 장점은 어떠한 제약이 없다는 것에 있다. 본인이 원하는 금액만큼 거래를 해도 되고 어떤 자산을 거래해도 전혀 상관이 없다. 특히나 나는 괜찮은 전략이 있다면 그 전략의 Robustness를 체크하기 위해 여러 자산군에 적용을 해본다.
다시 돌아와서, 시장은 이미 국내로 좁혔기에 자연스럽게 주식, 지수 선물, 주식 선물, 옵션이 주요 선택지로 압축된다. 옵션은 상대적으로 내가 지식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선뜻 손이 가진 않았다.
과거 국내 시장을 거래할 때 항상 문제가 되었던 것이 유동성 부족이었다. 선물 시장조차도 KOSPI200 및 미니선물 이외에는 체결 강도가 너무 약해 내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임팩트)이 컸다. 그래서 유동성이 충분한 개별 주식 시장으로 눈을 돌렸지만, 문제는 증권 거래세였다.
현재 주식 거래세율은 0.15%로 과거에 비해 많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전략 설계에 큰 제약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전략의 매매 회전율이 하루 100% 수준이라면 — 즉 매일 보유한 종목을 모두 교체하는 방식이라면 — 수익이 전혀 없어도 매일 0.15%의 거래세를 부담해야 한다. 단순 계산만 해도 연간 약 38%의 수익을 내지 못하면 세금으로만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개인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세율이지만, 바꿀 수 없는 제도라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자연스럽게 선물 시장으로 전략의 무게 중심을 옮기게 되었다. 특히 숏 포지션을 자유롭게 취할 수 있다는 점은 알파 전략을 구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점이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국내 선물 시장에서 가장 큰 단점은 유동성의 한계다. 주식 선물의 경우, 상위 대형주 몇 종목을 제외하면 거래량이 매우 적다. 그 결과, 이미 머릿속에 그려둔 몇가지 소형주 기반 전략을 적용하기 어려워진다는 제약이 생겼다.
내가 원하는 완벽한 시장은 없다. 그럼에도 또 그에 따른 제약으로 인해 오히려 내가 가야할 전략의 방향이 더 명확해지고 설계가 정돈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