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서 1억을 버는 장난감

퀀트 투자의 본질

by 싱대디

제목이 다소 자극적이다. 나 스스로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믿는다. 노력한 만큼 운이 따르고, 그에 합당한 보상이 따라오는 것이 세상 이치이다. 그럼에도 이런 제목을 붙인 것은, 내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투자의 모습이 바로 ‘감정 없는 투자’이기 때문이다. 즉, 사람의 감정이나 직관이 아니라, 오직 데이터와 통계에 기반해 자동으로 매매가 이뤄지는 시스템을 말한다. 그리고 나는 그 시스템을, 조금 장난스럽게 내 '장난감’이라고 부른다. 이 ‘장난감’은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스스로 매매를 하는 존재다.


퀀트(Quant)라고 하면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다. 계량적인(Quantitative)의 줄임말로, 감이나 촉보다는 숫자와 알고리즘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리는 투자 방식이다. 그래서 흔히 ‘감정 없는 투자’라고도 불린 다. 과거의 퀀트가 수학 박사들이 만든 복잡한 수식과 모델에 가까웠다면, 현재의 퀀트는 훨씬 더 넓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데이터와 코딩의 접근성이 쉬워짐에 따라 정량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투자를 하는 모든 사람을 퀀트로 정의하는 추세인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감정 없는 투자'가 완성되기 위해선 모든 매매 과정 또한 최대한 자동화가 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인다.


직장을 다닐 때는 개인 투자에 들일 시간도 없었고, 회사 규정상 여러 제약도 따랐다. 그러다 이직을 하면서 1년간의 경업금지 기간이 생겼다. 이 뜻밖의 ‘공백기’는 나에게 황금 같은 시간이었고, “회사 것이 아닌, 내 장난감을 하나 만들어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참고로 장난감이라는 별명이 마음에 들었다. 투자는 언제나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돈이 걸려 있으니 당연하다. 그런데 그 스트레스가 너무 크면 사람이 여유를 잃고, 결국 판단력도 흐려진다. 그래서 나는 이 프로젝트를 최대한 독립적이고, 감정에서 벗어난 존재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약간은 가벼운 느낌을 주고 싶어 '장난감'이라 부른다.


퇴사 준비 시점부터 조금씩 준비를 시작했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그 쾌락의 엔진에 올라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을 새웠다. 약 2개월 만에 버전 1을 만들어 작게 트레이딩을 시작했고, 완전히 자동화된 장난감이 되기까지 4개월이 걸렸다.


테스트 용도로 잃어도 되는 8천만 원을 배정했다. 지금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제 300일이 넘는 기간 동안의 투자 기록이 쌓였고, 약 9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1년이 되면 100% 정도의 연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처음 목표는 거창하게 연 10억을 벌겠다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역시나 위기는 내 예상보다 훨씬 많이 찾아왔고, 더군다나 아직은 그만한 리스크를 감수할 단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경험이 쌓이면서 참을 줄도 알게 됐다. 20대의 나였다면 한 달 정도 벌자마자 무턱대고 굴려서 돈을 2배, 3배, 10배까지 늘렸을 것이고, 그 사이 깡통을 차거나 청산을 당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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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개월의 끝에 만들어진 이 장난감은 요즘엔 일주일에 한두시간 정도의 유지보수만으로 돌아가고 있다. 사실 완전한 자동화라는 것은 없다. 그러나 계속해서 내 시간 투자 대비 벌어들이는 수익의 비율을 높이고자 노력을 한다. 아직까진 투자 기간도 짧고 부족한 점 투성이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실제 투자 여정과 그 과정에서 얻은 통찰을 조심스럽게 공유하고자 한다. 물론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