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분으로 결정되는 나의 수익

생각하지 않는 투자자, 검증하는 투자자

by 싱대디

얼마 전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봤다.

2025년 Toomas Laarits와 Jeffrey Wurgler가 발표한 〈The Research Behavior of Individual Investors〉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사기 전 평균 6분 정도만 공부를 하며, 그마저도 대부분 거래 직전에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 6분을 더 들여다보면 흥미롭다. 대부분의 시간은 차트를 보는 데 쓰인다. 기업의 실적, 재무 상태, 애널리스트 의견 같은 본질적인 요소에는 약 14%의 시간만 투자되고, 주식의 변동성이나 리스크 관리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 연구 결과 자체는 놀랍지 않았다. 주변에서도 주식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이 종목 괜찮대"라는 말을 듣고 몇 초 고민하다 매수 버튼을 누르는 모습을 자주 봐왔기 때문이다.


왜 이 짧은 시간에 의사결정을 다 내리는걸까?

사람은 정보를 무한히 다룰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인지적 한계, 시간의 제약 그리고 감정적 요인, 이 세 가지가 맞물리면, 결국 사람은 쉽고 빠른 판단을 선호하게 된다. 즉, 복잡한 분석보다 직관에 의존하는 습관이 만들어진다고 본다. 그 결과,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은 자신의 결정이 데이터가 아닌 감정과 경험의 조합이라는 걸 인식하지 못한다.


나는 퀀트를 대단한 투자 기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본다. 하나의 모델을 만들고 시장에 투입하기 전,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 동안 수많은 단계를 거친다. 백테스트(Backtest)에 더해 여러가지 방법으로 검증을 하는 과정에서 내 모델에 대한 신뢰도가 생기기 때문이다.


아주 단순한 예를 들어보자.

“RSI가 70을 넘으면 주가가 N분 동안에 떨어진다”라는 가설을 세웠다고 하자.

그럼 이 규칙이 과거에도 통했는지, 또 다른 종목에서도 유효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 단순한 절차조차 대부분의 개인은 시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건 6분 안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기억 나는 몇가지 종목의 경험에 의존해 “이번에도 이렇게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과잉 일반화다. 즉, 한 번의 경험을 모든 상황에 적용해버리는 오류다.


퀀트 투자에는 여러 장점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장점은 백테스트의 용이함이다. 대부분의 퀀트 트레이더는 코딩을 다룰 줄 안다. 수백, 수천 개의 종목을 눈으로 일일이 검증하는 건 불가능하다.
방대한 데이터를 불러오고, 모델을 적용해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빠르고 정확한 처리를 위해서는 결국 코딩이 필수적인 언어가 된다.


물론, 백테스트를 했다고 하여 이것이 돈을 벌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백테스트 결과만 믿고 투자하는 것은 가장 위험한 일 중 하나다. 백테스트 조차 인간의 편향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다. 이 문제는 단 한 편의 글로 다 다룰 수 없을 정도로 깊고 복잡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규칙을 과거 데이터에 적용해보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검증 가능한 논리가 있어야 개선이 가능하고, 그 반복 속에서 발전이 일어난다. 이는 자연스러운 학습의 과정이다.


기관에서 일할 때는 내가 개인적으로 투자하는 모델보다 훨씬 엄격한 검증 절차를 거친다. 단순히 수익률이 좋다고 실제 운용에 쓰이지 않는다. 수많은 가정, 질문, 그리고 반박을 견뎌내야만 전략은 생존할 수 있다. 우리는 매일 기관과 같은 시장, 같은 테이블 위에서 게임을 하고 있음을 잊으면 안된다.


글을 쓰다 보니 퀀트가 마치 최고의 투자법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핵심은 그것이 아니다. 직감에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의 규칙을 세우고 정량화된 근거를 바탕으로 투자하자는 메시지다. 그런 의미에서 퀀트의 방법론은 하나의 비유이자 방향성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퀀트 전략으로 큰돈을 번 개인 투자자는 많지 않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슈퍼개미들은 한 종목을 깊게 파서 장기 보유하거나, 감각적으로 매매하며 성공한 경우가 더 많았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단순히 ‘감으로 투자하는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뇌 기반 백테스트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본다.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통해, 그들의 두뇌는 경험 기반 시뮬레이션을 자동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나에게는 그런 두뇌가 없기에, 나는 코딩을 통해 대신한다. 코딩 또한 수단일 뿐이다. 어떤 방식이든, 자신만의 정량적 연구 프레임워크를 구축해 투자 의사결정을 더 단단하게 만들길 바란다. 열심히 번 돈인데 6분으로 투자하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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