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은 정말 무의미해졌을까

근로소득을 무시하는 시대의 착각

by 싱대디

요즘 경제 분위기가 묘하다. 서울 부동산은 좀처럼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고, 인플레이션은 이제 체감의 영역이다. 월급은 오르지 않는데 자산 가격이 치솟으니 "월급으로는 평생 집 못 산다" 라는 말이 이제는 푸념이 아니라 상식처럼 들린다.


현실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근로소득만으로 서울에 자가를 마련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요즘의 분위기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근로소득 자체가 무의미한 것처럼 취급하는 많은 영상들을 보이곤 한다. 이 지점에서 나는 조금의 불편함을 느낀다.


돈을 버는 방법에 있어 정답은 없다. 모두가 살아온 삶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다. 그러나 조금은 확률에 기반한 근로소득과 자본소득에 대해 나의 관점을 얘기하고자 한다.




다시 돌아와서, 월급으로는 답이 없다는 생각이 퍼지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자본소득으로 시선을 돌린다.

유튜브에는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부르며 “돈을 쉽게 버는 법”, "10배가는 주식"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강의하는 영상이 넘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중 상당수는 실제로 돈을 벌어본 적도 없을 뿐더러 투자법 또한 투자라기보다 도박에 가깝다.


진짜 투자는 원래 지루하고, 느리고, 불편하다. 데이터를 보고, 리스크를 계산하고, 감정을 통제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세상은 과정은 잘라내고 결과만 편집한다. 자극적인 성공 스토리만 끝없이 재생된다.


그래서 우리는 이상한 이중성을 갖게 된다. 쿠팡에서 물건 하나 살 때는 몇백 원 아끼겠다고 리뷰를 비교하고 최저가를 찾으면서, 정작 수천만 원을 투자할 때는 그 절반의 시간도 쓰지 않고 운에 맡겨버린다.


특히 젊을수록 '급부자'가 되고 싶은 욕구는 강하다. 잃을 것도 상대적으로 적고, 부양해야 할 가족도 없기 때문이다. 크립토가 등장한 이후, 부를 향한 기대는 한층 더 가속됐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젊을수록 자본소득으로 큰 부를 만들기는 더 어렵다. 이유는 단순하다.

시드머니가 작기 때문이다.


가정해보자.

30살에 1억 원을 모았다. 연 10% 수익을 10년간 단 한 번도 실패 없이 달성한다면?

약 2억 6천만 원이다. 10년간 늘어난 금액은 1억 6천만 원 남짓이다.

세금도 없고, 수수료도 없고, 중간에 단 한 번도 손실이 없다는 비현실적인 가정 하에서 나온 숫자다.

참고로 10%는 결코 낮은 수익률이 아니다. S&P의 장기 평균 수익률이 약 10% 수준이다.

1억 6천만원이 의미 없는 돈은 아니다. 그럼에도 인생을 바꿀 숫자는 아니다.


그렇다면 100% 수익을 내면 되는 것 아닌가?

가능하다. 그리고 대다수가 이 정도 수익률을 기대하며 무모한 투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하지만 100%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은 동시에 50~100% 손실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잊으면 안된다. 시드가 한번 크게 줄어들면 다시 복구하는 데는 두 배, 세 배의 시간이 필요하다. 50%를 잃으면 원금 회복에는 100% 수익이 필요하다. 80%를 잃으면 400%가 필요하다. 즉, 한 번 크게 무너지면, 복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진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수익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절대 금액이다.

1천만 원으로 10%를 벌어 100만 원을 만드는 것과 1억 원으로 1%를 벌어 100만 원을 만드는 것.

현실에서 무엇이 더 쉬울까?


시드가 크면 또 하나의 강점이 생긴다. 마음의 여유이다.

투자는 항상 이성적으로 되지 않는다. 투자자들이 심법을 과소평가할 때가 많다. 그러나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만이 작은 변동에도 흔들리지 않고 긴 호흡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코로나 시기의 시장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다. 작은 시드로 무리하게 레버리지를 썼던 사람들은 버티지 못하고 청산되었다. 반면 여유 자금을 보유했던 사람들 중에는 그 하락장에서 기회를 잡아 큰 부를 이룬 사람들이 주변에 꽤나 있었다.


그래서 핵심은 하나다. 자본소득이 빛을 발하는 순간은 이미 어느 정도의 시드가 준비된 이후다.

그리고 도박 없이 시드를 늘리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하나 있다. 근로소득이다.




근로소득은 부의 종착지가 아니다. 부의 기반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탄탄한 기반이 깔려있어야만 레버리지를 일으켜 과감한 투자들이 가능하다. 그리고 투자가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해주는 힘의 원천이다.


돌이켜보면 나 또한 아찔했던 순간들이 꽤나 있었다. 코로나와 여러가지 크립토 이벤트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기록한 적도 많다. 부업으로 테니스장, 헬스장 등 여러 사업과 투자에도 도전했다. 결과는 대부분 좋지 않았다. 이 얘기를 풀면 밤새 써도 모자랄 정도다.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는 단 하나다. 근로소득이 밑에서 지탱해줬기 때문이다. 아마도 근로소득 없이 빚을 내어 올인을 했다면 나는 한 번의 실패로 크게 꺾였을지도 모른다.


일론 머스크가 어느 기사에서 언급했다. 몇 년뒤면 대부분의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고. 그 방향성에는 일정 부분 동의한다. 기술은 계속 사람의 역할을 대체해왔고 AI 시대가 도래한 이후 이 속도는 과거와는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근로소득을 버리는 일이 아니라, 더 비싸게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일이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본다. 과장해서 이 글은 시간이 지나갈수록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그렇기에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스스로를 밀어 올리고, 쉽게 복제되지 않는 역량을 빨리 쌓아야 한다. 특히 20대와 30대라면 더욱 절실해야한다.


그리고 꾸준히 들어오는 이 현금으로 시장에서 끊임없이 굴려보며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 즉, 금융 지식을 체화해야 된다. 그 시간이 쌓이면 어느 순간 유의미한 시드가 통장에 찍혀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수익률이 아니라 절대 금액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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