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헤지펀드 수익률

숫자 그 이상의 의미들

by 싱대디

2025년 헤지펀드들 성과가 발표 되었다. 올해 발표된 자료들을 보면, 헤지펀드 업계는 역대급 변동성 속에서 꽤나 괜찮은 성과를 낸 것 같다.

낯이 익지 않은 회사들도 눈에 띈다. 이 리스트가 정확히 어떤 기준으로 필터링된 것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대충 보기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AUM을 가진 주요 펀드들을 중심으로 순위를 매긴 것 같다.



올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펀드들이 공통점이 있다. Event-Driven 전략을 운용하는 곳들이다. 말이 되는 것 같다. 2025년은 변동성이 워낙 큰 시장이었기에 시장 전체의 방향을 맞히는 것보단 "어떠한 이벤트가 발생하면 가격이 왜곡된다"의 관점을 맞히는 것이 더 쉬운 해였던 것 같다. 금리 경로 불확실성과 지정학 리스크 그리고 각국 정책 변화들 등의 수많은 이벤트들이 발생했고 그에 따른 많은 기회가 포착됐을 것이다.


Macro 펀드들도 상위권에 대거 포진해 있다. 의외였다. 내 주변의 Macro 트레이더들은 전부 "올해 너무 힘들어" 하는 얘기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Bridgewater 계열과 같이 큰 회사들은 단일 자산 방향성 베팅만 하지 않는다. 금리, 통화, 원자재 그리고 주식까지 모두 포트폴리에오 넣고 리스크 관리를 했을 확률이 높다. 당연한 얘기지만 분산이 잘 되어 있기에 리스크 관리도 잘 했을 것이고 좋은 수익을 기록하지 않았나 싶다.


곳곳에 전통적인 Multistrategy 펀드들이 보인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펀드들이다. Citadel, Millennium, Point72 등 누구나 알만한 회사들이 여기에 밀집해 있다. 15~20% 수익률에서 놀고 있는데 이건 실패가 아니다. 오히려 멀티스트래티지의 본질을 보여준다. 높은 리턴도 중요하지만 그에 맞춰서 안정성이 더 중요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하나 더 중요한 사실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위의 수익률은 "자산 대비 얼마나 벌었나"를 보여주는 수치이다. 그러나 "실제로 얼마를 벌었나?"는 다른 얘기이다. 아마도 후자로 순위를 매기면 위 순위들은 다시 재배열해야 한다. 수익률 자체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오히려 달러 수익이 더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보자.
A 전략이 연간 100%의 수익률을 내고, B 전략은 3%의 수익률을 낸다고 가정해보자.
A 전략에는 100만 원, B 전략에는 1억 원이 투자되어 있다면, 실제로 번 금액은 A가 100만 원, B가 300만 원이 된다. 이 지점에서 흔히 이런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A 전략에 그냥 1억 원을 넣으면 되는 것 아닌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전략은 투입 자금이 커질수록 수익률이 그대로 유지되지 않는다. 자금 규모가 커지면 진입과 청산 시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며 거래 비용 또한 증가하고 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과 빈도에도 제약이 생긴다. 결국 A 전략은 작은 자금에서는 100%를 벌 수 있지만, 자금을 키우는 순간 그 알파는 급격히 희석된다.


그래서 내 자금이 얼마인지에 따라 어떤 전략으로 운용을 해서 빠르게 회사를 키울 것인지가 핵심이다. 우리 회사만 하더라도 회의를 하다보면 50% 이상의 수익을 내는 전략들은 수도없이 제안된다. 그러나 항상 그 뒤를 잇는 질문들은 "그래서 얼마까지 태울 수 있는데?" 라는 질문이 따라온다.


다시 돌아와서 달러 수익을 보자면 아마도 Citadel이나 Millennium이 가장 크지 않았을까 싶다. 시타델의 AUM이 대략 70Bn이라고 가정한다면 올해 달러 수익은 10bn이다. 한화로 14조원 정도이다. (참고로 AUM의 경우엔 내 기억 속의 수치이니 정확한 수치는 직접 찾아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Quant/알고리즘 전략 기반 펀드들도 나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AQR을 보더라도 15~25% 정도의 수익을 기록했다. 폭팔적인 수익률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잘했다고 본다. 2025년 시장은 과거와는 성격이 많이 다른 해였다. 그럼에도 피처가 여전히 살아 있었고 과도한 레짐 붕괴도 없었던 것 같다.

아마도 미국만 거래하는 회사였다면 보다 힘들었을 것이다. 올해는 아시아쪽이 전반적으로 수익을 내기가 수월했다. 특히나 일본에서 많은 트레이더들이 좋은 성과를 보였다.


꾸준하게 성과를 내는 회사나, 그 안에서 오래 살아남는 팀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결국 리스크를 분산하는 방식이 체계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새로운 전략을 하나 추가하는 데만 해도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AI 덕분에 훨씬 빠른 속도로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여러 시장과 자산을 동시에 커버하는 구조를 만들어갈 수 있다.


나 역시 현재 회사에서 여러 마켓을 병렬적으로 거래하기 위해 이런저런 작업들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물론 당장은 일이 배로 늘어났지만 그럼에도 분명한 건 트레이딩 구조가 안정화되는 순간부터는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관리하는 데서 오는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는 것이다. 어쩌면 장기적으로 살아남는다는 건 더 날카로운 베팅을 하는 게 아니라, 덜 흔들리는 구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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