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UN Mar 25. 2020

심상찮은 도쿄 코로나 결국 봉쇄로 가나

제 정신이면 알 수 있었던 사실에 눈돌린 국민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관해 조금만 주의 깊은 사람이라면 예측할 수 있던 일이 이제 시작되는 듯하다. 도쿄에서 이번주 들어 '역시나' 환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것이다. 


올림픽 연기가 결정되고 나자 고삐풀린 듯이 감염자수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문제는 검사수가 그다지 늘지 않았는데도 확진자수가 갑자기 늘어난다는 데 있다. 실제 환자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방금 전 NHK는 속보로 40명 이상이 감염됐다고 전했다. 월요일에는 16명, 화요일에는 17명이었는데, 이전까지 최고 기록을 넘어섰다. 도쿄도는 오사카와 더불어 대표적으로 검사를 억지로 눌러왔다고 의심받는 지역이었다. 


*추가: 검사는 80여건이라고 한다. 그 중에 절반이 확진된 셈이다. 코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한 기자회견을 들어보니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한 모양이다. 아마 내일 나오는 확진자수가 관건이 될 듯한데, 미리 본 자료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역시 누구나가 예상한 결과다. 


게다가 20~22일 연휴 기간 중에는 넋 빠진 것처럼 벚꽃놀이를 가거나 수천명이 격투기(K1)를 보러 모이는 일까지 있었다. 지난글(감염자 수천 예상 간사이와 휴교 종료 결정의 모순)에서 적었던 것처럼 아베 정부가 잘못된 신호(어느 정도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를 국민들에게 보냈고, 그게 안심감을 전해준 탓이다. 이런 상황에 휴교를 연장 않는다는 자신감에 찬 정책마저 나왔다.


인터넷에는 극단적으로 안 좋아지는 서양을 보며 일본의 위생이니, 마스크 착용이니를 '찬양'하는 의견도 적지 않게 보였다. 이미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수준에까지 이르른 일본의 시민사회에 탄식이 나올 뿐이다.


브런치에서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듯 '올림픽으로 인한 환자수 억제' 외에 다른 요인을 생각할 수 없었음에도 아베 옹호론자들은 온갖 논리를 동원했다. 이른바 친아베 지식인들도 부화뇌동하면서 현실을 외면했다. 실제로 오랜 기간 숫자에 환자수가 반영되지 않자 안심감은 퍼져갔다. 뻔히 올림픽이라는 요인이 있었음에도 말이다.


이번주 월요일인 23일 검사인원수는 56명으로 16명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28%라는 말도 안 될 정도로 높은 확진율이다. 이 정도라면 이미 퍼질대로 퍼졌으리라고밖에는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 글에서 지적했듯 사망자수는 충분히 통계장난이 가능한 영역이다.


심상치 않은 조짐은 몇 가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도쿄 나카노에 있는 콜센터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일이다. 서울에서도 구로 콜센터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고, 정부는 발본색원해서 전수 검사를 했다. 


그런데 도쿄에서는 처음부터 정확한 위치를 알리지도 않았고 전체 건물에 몇 명이 있었는지도 아직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누가 감염원인지도 모른다. 감염자의 출퇴근이나 잠복기를 생각하면 당연히 더 퍼졌을 가능성이 크다. 불투명한 정보공개가 올림픽이라는 대의명분하에 계속돼왔던 것이다.


오늘은 일본에서 누구나 아는 유명한 코메디언 시무라 켄이 뜬금없이 중증화된 상태로 확진판정을 받았다. 나이는 70세인데 이번달 중순에 방송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는 걸 보면 딱히 건강에 이상은 없었던 상태였던 듯 싶다. 본인이 밝힌 것은 아니고 일부 스포츠지에 보도가 되자 기획사가 확인해주는 형태였다.


시무라는 발열과 기침이 심해져 4일간(일본 정부 기준) 대기하다가 지난 20일에야 병원에 실려갔다고 한다. 결국 3일 뒤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현재 의식은 있지만 심각한 상태로 보인다. 감염경로는 명확지 않은데 현재 도쿄내에는 이런 불명확한 감염환자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여태까지 방관 정책을 이어온 도쿄도지사 코이케 유리코는 올림픽 연기가 확정되자 갑작스레 강경발언을 내놓는 상황이다. '도쿄봉쇄' 가능성이 있다고 하며 언론도 여기에 동조하고 나섰다. 여태까지 '잘 막고 있다'고 하던 분위기가 급변한 것이다.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건 누구탓을 할 것도 없다. 일본 시민사회의 수준이 검사수 억제 논리에 넘어갈 만큼 낮다는 게 원인이다. 신뢰감이 전혀 없는 코이케 유리코나 아베 신조가 얼마나 이번 사태를 제대로 막을 수 있을까. 다만 한 가지 희망(?)은 올해 도쿄도지사 선거가 예정돼있다는 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