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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Feb 25. 2016

일본의 대표 논객?②

하야시 오사무

이케가미 아키라의 상징성에 대해 지난번 글을 통해 몇 가지 적어봤다. 객관의 이름으로 명성을 얻고 있지만, 실제 그가 일본사회의 건강성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개인적으로 회의적이다. 알기 쉽고 누구도 불편하지 않은 해설이 과연 '좋은' 해설일까.


오늘은 사실 논객이라기보다는 해설자에 더 가까운 사람을 소개한다. 학원강사 출신 하야시 오사무(林修,50)다. 재밌게도 한국식으로 읽어도 이름이 되는 사람이다. 하야시 오사무는 시사 문제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상식을 설명해주는 해설자 역할로 TV에 자주 얼굴을 내비친다.


하야시 오사무. 출처:http://www.watanabepro.co.jp/mypage/60000004/


다음의 조사결과는 하야시 오사무의 일본 내 위상을 설명해준다.


여름방학 숙제를 도와줬으면 하는 연예인은? (출처:리크루트)

여름방학 숙제를 도와줬으면 하는 연예인에 대해 취업정보회사 리크루트가 인터넷 조사를 통해 물어본 결과다. 지난해 4월 이뤄졌으며 남여 비율은 1:1이었다고 한다.(280명) 결과는 역시나 1위 하야시 오사무, 2위는 이케가미 아키라다. 3위 우지하라 후미노리(宇治原史規)는 교토대 법학부 출신 게닌(코메디언)이다. 퀴즈 프로그램 등에서 좋은 결과를 내 주목 받았다고 한다.


하야시 오사무가 관심으로 떠오른 계기는 일본의 대형 입시 학원 토신 하이스쿨(東進ハイスクール)의 2009년 광고였다.


당시 광고에서 하야시 오사무가 외친 "언제 할까? 지금이지!?(いつやるか、今でしょ)"가 큰 화제를 모았고, 해당 대사는 2013년 인기있는 유행어로(신어, 유행어 대상 수상)도 자리잡는다. 아래 해당 CM 유튜브를 첨부한다. 맨 마지막에 나온다.


https://youtu.be/hus5e_FN_pk


광고에 나오는 대로, 하야시 오사무의 과목은 '현대문'으로, 우리 과목으로 치면 현대문학+독해 쯤이 되려나 싶다. 보통 일본은 현대문과 고문(古文)을 별도로 가르친다. 그만큼 고문의 양이 방대하기 때문이다.


이걸로 큰 인기를 끈 하야시 오사무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하게 많은 숫자의 TV에 출연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과거 이력도 다시금 주목받는다.


하야시 오사무의 약력을 한 번 보자.(주된 내용은 일본 위키피디아 등을 참고했다)


아이치현 나고야시에서 태어났다. 조부는 화가, 부친은 대형 주류회사의 부사장을 지냈다. 고향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재수하지 않고 도쿄대 법학부에 진학한다. 1988년에 졸업해 일본 장기신용은행에 입사하지만 "이 회사는 금방 망할 거야"라고 느껴 반년만에 퇴직한다. 실제 회사는 버블기를 거쳐 90년대 후반 파산한다.


이후 다양한 장사를 시작하지만 실패해 결국 입시학원 강사가 된다. 당시 주식과 경마로 2억원 가까운 손해를 보기도 한다.


현재 학원에선 도쿄대, 교토대 입시 일본어과목(일본에는 본고사가 있다) 대책을 중심으로 강의하고 있다. 12세 연하의 부인은 산부인과 의사라고 한다. TV로 화제가 된 뒤에는 이케가미 아키라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저서도 냈다(주로 자기계발서 비슷한 책들이다) 또한, 어엿하게 소속사(와타나베 프로덕션)에 들어가있는 연예인이기도 하다.


아래가 하야시 오사무 위키피디아 내용이다.

https://ja.wikipedia.org/wiki/%E6%9E%97%E4%BF%AE#.E3.83.AC.E3.82.AE.E3.83.A5.E3.83.A9.E3.83.BC.E7.95.AA.E7.B5.84


이런 하야시 오사무의 상품성(?)을 극대화한 방송이 매주 일요일 밤늦게 TBS에서 방송되는 '하야시 선생님이 놀라는 생소한 학문(林先生が驚く初耳学)'이다.


http://www.mbs.jp/mimi/


방송 내용은 단순하다. 출연자나 제보자가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에 대해 간단히 힌트만 알려준다. 이에 대해 하야시 오사무가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初耳)를 대답한다.


알고 있다고 대답하고 설명하면 아나운서가 결과를 말해주고, 하야시 오사무가 자기 나름대로 칠판에 판서해가며 해설해준다. 만약 모른다고 하면, 출연자들이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하야시 선생도 모르는 게 있네 하는 반응을 보인다. 해설은 출제자가 맡는다.


잡학이라고 할 정도로 분야는 다양하다. 최근 본 것 중에는 인감과 도장의 차이라든가도 있었던 듯하다. 사전에 범위도 안 알려주는 듯한 느낌이 드는게, 어떨 때는 연속 3~4번씩 모르는 문제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시청자들이 쾌감(?)을 느끼는 효과를 기대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본 사회의 상식이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는 나름 유익한 방송(교양 버라이어티라고 불린다)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일본 사회가 갖고 있는 스테레오 타입이란 어떤 것일까를 잘 보여준다는 생각이다.


도쿄대 학벌에, 모든 걸 알 것 같은 잘 나가는 학원 강사. 그리고 실제 현실이 어떻게 돼있더라도 쉽고 재밌게 알려주는 게 지상 과제가 돼 있는 일본 TV 방송.


한국 내 국정 교과서 강행 추진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한 학원강사가 책을 펴내며 "이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모습은 그런 극명한 차이를 드러내는 게 아닐까.


일본 사회의 이른바 '안정지향형 구조' 속에서 이케가미 아키라나 하야시 오사무가 일본인들의 선생이 되고, 사회나 시사 문제는 집안에서 편안히 퀴즈처럼 접하는, 그렇게 돼 가는 건 아닐까 잠깐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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