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코로나 대책에 올림픽이라는 반전의 계기 날린 끝 한심한 말로
스가 총리가 이번 달 말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에 입후보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수당 자민당 내 총재가 총리로 선출되는 상황이기에 이는 총리를 그만둔다는 걸 의미한다.
"스가 정권은 오래 못 갈 것"이라고 주위에 계속 말해왔으나 이렇게 한심한 모습으로 끝날 것까지는 예상을 못했다. 적어도 총재 선거나 곧 있을 총선에서 져서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선거에조차 나가지 못하고 자민당에서 버림받을 줄이야. 총재 선거에 나가더라도 지역구 후원모임에서조차 지지하지 않겠다는 말이 나온 상황이었다. 한마디로 아베 정권에서 누려온 권력에 비하면 참으로 '비참한 말로'다.
작년 일부 페북 일본 전문가들이 '실용주의자' 스가가 되면 한일관계가 나아진다는 예측 아닌 예측을 하기도 했는데 필자는 그럴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고 봤고 실제 그런 상황이기도 하다 (작년 글 아베 이후 어떻게 될까). 애초에 무언가 비전을 제시할 총리감이 아니었다. 당내 역학 구도에서 밀어 올려진 인물이었고, 그걸 적절히 활용할 능력도 없었다. 만약 아베나 아소를 확실히 쳐냈으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지난달 올림픽 개막식에 맞춰서 한국이 막판까지 조율을 시도하다가 그만둔 한일정상회담 무산도 솔직히 긍정적으로 보였다. 어차피 스가는 의지도 없거니와 금방 끝날 걸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 정상회담해봐야 의미가 없다.
스가가 이렇게 물러나게 된 이유는 당연히 코로나 대응 실패와 독선적 국정운영의 영향이고, 그 때문에 곧 있을 총선에서 자민당에 대해 심각한 악영향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지난달 말 있었던 스가 지역구 요코하마 시장 선거에선 야당 단일후보가 대승을 거뒀다. 심지어 스가 지역구에서조차 야당 후보가 압승했다. 다음 총선에서 현직 총리가 떨어지는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자민당이 스가를 데리고 선거를 치렀다가는 얼마나 의석수가 줄어들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결국 스가가 물러나면서 자민당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것 같다.
누가 나오더라도 이른바 '컨벤션 효과'로 자민당 총선 참패는 막을 가능성이 크다. 총재 선거 후보자들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현시점에서는 기시다 전 외무상이 그나마 기세를 올리는 분위기다. 아베가 다시 나오리라는 관측도 있는데 물러난 뒤 임기 시절 수차례 거짓말했다는 문서가 나온 바 있어서 쉽지는 않을 듯싶다.
당내에서 스가가 물러나면서 니카이 vs 아베/아소의 삼각구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다음 총재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시점에선 아베/아소가 기시다를 민다는 말이 나오긴 하나 이것도 지켜봐야 할 거 같다 (보통 보도에서는 이들이 스가를 민다고 하는데 진정성이 보이지 않았다).
기시다는 자민당 내에서 그나마 어찌어찌 명맥을 잇는 온건파 파벌 출신이다. 외무상 시절에도 과격한 발언은 한 적이 없고 정치 스타일도 밋밋하면 밋밋했지, 아베와 같은 극우 수장이나 스가 같은 음습한 이미지는 없다. 한일관계 개선을 바라기에는 스가보다 기시다가 낫다고 본다.
퍼포먼스로 대중 시선을 잡는 고노 타로도 나올 가능성은 있으나 자민당 내에서 평가가 그다지 좋지 않다고 한다. 혼자 너무 설쳐댄다고 하는 점에서. 아베와 아소 같은 당내 권력자들도 딱히 지지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에서 한 수상이 장기 집권하면 그다음부터는 줄줄이 단명한다는 법칙 아닌 법칙이 이번에도 증명된 셈이다. 자민당 총재 선거 구도가 조금이나마 잡히면 다시금 글을 적어보겠다. 일단 감상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