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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May 13. 2016

아베의 꽃놀이패, 오바마 히로시마행

오바마 히로시마행을 보는 복잡한 마음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 관련해 몇자 적어본다. 현재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기도 하고, 설마 갈까 싶던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일본이 피해자인 척하기 위해 추진해온 일이란 반응이 많을지 모르겠으나 이게 그리 간단치 않다. 일본 국내에 히로시마 관련 다양한 입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아베 수상으로서는 다분히 과거에 대한 긍정에 활용하려는 의도를 품고 있다고 생각된다. 전전(戦前)의 일본을 좋게 평가하는 그에게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은 아주 반가운 일이다. 오바마가 원폭에 대해 명시적 사죄를 하지 않더라도 둘이서 찍는 사진 한장, 영상 하나가 갖는 의미는 지대할 터. 


일본 정부는 자신들이 요청하지 않고, 미국이 자발적으로 정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물밑에서 수많은 협의가 오갔을텐데, 일단 이 공은 아베 정부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 내 히로시마 방문을 바라던 사람들이 반드시 과거에 대해 책임 회피를 하려는 게 아니란 점이다. 전쟁과 과거 일본의 행태에 비판적인 사람들도 충분히 이번 방문은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다. 이 논리가 한국에서는 받아들여기지 힘들지 모르지만 일본 국내에서 볼 때는 또 어느 정도 가능한 입장이다.


사실상 히로시마와 희생자들은 전쟁을 일으킨 데 직접적 책임이 없다. 당시 일본군과 각료, 천황과 달리 그저 히로시마가 미국에 선택됐기 때문에 평범한 생활을 하다 원폭을 맞게 됐다. 나라가 잘못했으니 백성 모두가 벌을 받으란 법은 없지않을까. (물론, 군인들도 상당수 사망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조선인도 다수 얽혀 사망했고 일본이 이에 대해 명시적 책임을 회피해왔다는 것도 지적해둔다) 


이런 논리 위에 서서 전쟁 일본제국을 비판해온 사람들은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을 핵무기 사용 절대 반대라는 측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실제 일본여론의 상당수는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비판적이고 핵에 대해서도 그렇다. 얼마전 헌법개정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도 과반수가까운(혹은 넘는) 이들이 안보법 제정과 헌법 개정에 부정적 의견을 냈다. 


그럼에도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이 이들에게는 전쟁긍정이 아니라 무고한 희생자에 대한 위로로 다가온다. 


그러나 외부, 특히 일본에 심대한 피해를 받은 한국 입장에서 볼 때 이 두 가지 입장은 나뉘지 않고 겹쳐져 보인다. 히로시마 방문 환영=과거에 대한 긍정 이라는 도식으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서 한일간 히로시마 방문에 관한 복잡한 인식 문제가 싹튼다.


다만, 결과적으로 아베 정부는 히로시마 방문을 통해 더더욱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 오는 7월엔 참의원 선거마저 있다. 오바마가 5월말 자민당 사전 선거 운동을 한다고 해도 틀렸다 하긴 힘들듯 싶다.한 달이면 많은 게 변한다는 한국 선거판과 달리 일본은 정말 차분하다. 히로시마 이슈는 7월까지 유지될 것이다.


한국 입장에선 굉장히 난감한 사안이다. 미국을 좇으며 지난해 연말 어설픈 위안부 합의를 한 한국 정부는 미국의 히로시마 방문을 긍정도 부정도 못하게 됐다. 실제 보도를 보니 매우 당황한 듯 싶다. 두 나라 교섭에 별다른 영향력을 끼치지 못했다는 느낌(사실?)마저 든다. 오바마의 한국인 위령비 방문을 일본 정부가 그냥 놔둘까? 개인적으로는 회의적이다. 아래 보도가 한국 정부 입장을 잘 보여준다.




그제 한국 보도를 보니 오바마가 사과를 안한다는 말을 강조해놨던데, 이미 가는 마당에 말 하나는 일본 국내 분위기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다. 오바마는 이 일로 일본을 꼭 잡을 수 있게 됐고 아베는 꽃놀이패를 쥐게 됐다. 미국 여론이 히로시마 방문에 반대라는 기존 보도가 적지 않았는데, 의외로 뉴욕 타임즈 등 주요 언론은 히로시마 방문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을 냈다.


일본이 기습공격한 진주만을 아베가 방문할지에 대해선 논점이 몇 개 있다. 민간인보다 군인이 주로 희생자였다는 점(히로시마와의 차이), 진주만 방문이 오히려 미국 여론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진주만 공격으로 생긴 일본의 적대적 이미지가 재생산), 아베에게 국내 정치적 이익이 별로 없다는 점 등이다. 가능성으로 보면 낮다.


지난해까지 현재 필자가 소속된 대학 교수로 재직하다, 올해부터 IAEA 일본대표부에 파견된 아키야마 노부마사(秋山信正)선생의 페이스북 글을 소개한다. 안보 전공이고 일본에서도 핵 문제 관련 전문가로 통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민간 검증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군사 대국화에 부정적인 사람으로 알려져있다.


 オバマ大統領の広島訪問決定の報に、NATOの会議中(@リュビリャナ)に接する。議長が速報すると会場全体がざわついた。当然大統領本人の強い意思があって実現したのですが、日本でも元共同通信の松尾文夫さんが昔から言っていた。湯﨑知事も長いこと地道に働きかけをしていた。素晴らしいと思う。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결정 소식을 NATO 회의중에 접한다. 의장이 속보를 알리자 회의장 전체가 들썩였다. 당연히 대통령 본인의 강한 의사로 실현된 것이겠으나, 일본에서도 전 교도통신 마츠오 후미오씨가 예전부터 말해온 사안이다. 유자키 지사(히로시마 지사)도 꾸준히 힘써왔다.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追記>
もちろん、オバマ大統領の広島訪問は、だれか特定の人が頑張ったからと言って実現したわけではありません。でも、松尾さんは、プラハ演説のころからでしょうか、このアイディアの言い出しっぺとしてしっかりクレジットされるべきだと思います。そして、湯﨑知事は、本当に実現を信じて行動した最初の人(為政者)として、記憶されるべきだと思います。

<덧붙여>

물론,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은, 누군가 특정인이 노력했다고 해 실현된 게 아닙니다. 그럼에도 마츠오씨는 프라하 연설 때부터 인가요, 이 아이디어를 계속 말해 실현시킨 당사자로 확실히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유자키 지사는 정말로 실현을 믿고 행동한 최초의 사람(위정자)으로, 기억돼야 한다고 봅니다. 


 なお、NATO会議終了後に多くの人から声をかけられました。みんなポジティブ、あるいは「何が起きるのか楽しみだねえ」的な反応でした。そして、いくつかのプライベートなメール(含ワシントン中枢)もやり取りしました。

또한 나토 회의 종료후에 많은 이들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모두 포지티브, 혹은 '뭐가 일어날지 기대되네'와 같은 반응이었습니다. 그리고 몇개의 개인적인 메일(워싱턴 핵심관계자 포함)도 있었습니다.


その結果、僕の感想は、「この訪問が同盟を左右するのではなく、日米関係の積み重ねの結果としてこのような難しい決定が可能だったのだろう」ということです。立場上、あまり踏み込んだことは言えませんが…

그 결과, 제 감상은 '이 방문이 동맹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미일관계 축적의 결과로서 이같은 어려운 결정이 가능하게 됐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입장상 더이상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この出来事は、間違いなく、日米にとってliabilityではなくassetになりえるものだと思います。

이 일은 틀림없이, 미일에 있어서 liability(신뢰)가 아니라 asset(자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일반인들의 반응을 어느 정도 보여준다고 생각해 퍼왔다. 냉전 이후, 미일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진 대표적인 상징으로 아마 이번 방문이 기억될 듯 싶다. 한국 외교의 과제는 더욱 무거워졌고, 솔직히 지금과 같은 방향없는 외교는 결국 향후의 부담으로 남을 것이다.


이 이슈와 관련해서 독자분들의 반응도 궁금하오니, 가감없는 댓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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