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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Sep 01. 2016

'우경화' 프레임만으로는 읽기 힘든 일본 참의원 선거②

'소외 지역' 도호쿠의 반란?

업데이트가 많이 늦어져 신선함이 다소 떨어진 감이 있지만, 일본에서 있었던 선거 결과를 나름대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이번에는 참의원 선거에서 나타난 지역별 구도를 살펴보겠다. 다음 회에서는 도쿄도지사 선거를 되짚어 볼 생각이다.


지역별 구도는 대지진이 있었던 일본 동북지역(東北, 토호쿠)의 '야당화 경향'과 '야권 단일화 영향'을 짚어보고자 한다. 도호쿠 지역이 야당쪽에 대거 넘어가면서 그나마 지난 참의원 선거 최소한의 저지선이 됐다.




일본에도 '이 지역은 대체로 XX당이 이긴다'는 곳이 있다.


한국처럼 호남은 전통 야당 세력, 영남(그 중에서도 대구경북)은 전통 여당 세력이라는 구도가 강력하게 작용하지는 않으나, 대체로 규슈 지역과 혼슈 서북부 지역(야마구치, 돗토리, 시마네 등)은 자민당세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아래 일본 지도에 나타난 참의원 선거 결과를 보면서 설명하겠다.


2016년 참의원 선거 결과. 출처 : 아사히신문 웹사이트(http://www.asahi.com/senkyo/senkyo2016/)


야마구치(山口), 돗토리시마네(鳥取・島根, 인구가 적어 선거구가 합쳐졌다)에서는 자민당이 이겼다. 규슈도 나가사키(長崎), 사가(佐賀), 구마모토(熊本), 가고시마(鹿児島), 미야자키(宮崎)를 석권했다. 오이타(大分)에서만 민진당이 간신히 이겼다.


시코쿠(四国), 간사이(오사카, 고베 등)도 지역정당이자 우익인 오사카 유신의 모임(大阪維新の会)과 자민당, 공명당 등이 사이좋게 자리를 나눠가졌다.


특이한 점은 일본에서 소외지역으로 알려져있고, 2011년 대지진 이후 소외가 한층 심해진 동북부 지역은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원전이 여전히 방사능을 내뿜고 있는 후쿠시마(福島)를 비롯해 아오모리(青森), 미야기(宮城) 등에서 민진당이 이겼다. 그외 無라고 쓰여져있는 지역도 야당계열 무소속 후보(야당이 적극적으로 지원)가 당선됐다.


이 가운데 이와테(岩手)는 정당을 수차례 옮기고 '영원한 2인자'로 유명한 '오자와 이치로(小沢一郎) 왕국'으로 불리는 곳이다. 오자와 이치로는 과거 자민당, 민주당을 뛰쳐나가 현재는 소수 정당을 이끌고 있다.


동아시아 유화론자인 오자와는 언제나 우익들 사이에서 눈엣 가시 취급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와테에서는 오자와 이치로가 밀어준 무소속 후보가 비교적 손쉽게 참의원(1위:32만8555표, 2위:25만2767표)으로 뽑혔다. 뭔가 음험한 개인 행실이나 구태 정치 이미지가 따라다니나, 지역에서는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고 한다.


한국을 찾은 오자와 이치로. 출처: 연합뉴스


왜 이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도호쿠의 분전(?)이 아베 정권의 압도적인 승리에 다소나마 브레이크를 건 측면도 있는 셈이다. 아베 정권은 나름대로 복구 지원을 한다고 열심히 주장해왔고, 아베를 비롯해 자민당 주요 간부가 수차례 후쿠시마를 찾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최근 키워드로 '분단'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어로 분단하면 남북 분단이 떠오르는데, 일본에서 쓰이는 맥락으로는 '분열, 양극화'등 사회 분열의 느낌을 띠고 있는 듯하다. 이같은 사회 경제적 '분단 문제'로 도호쿠의 소외감이 극대화되면서 점차 정부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얘기다.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 원전은 사실상 애물단지로 전락해, 여전히 접근 불가능한 지역이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돌아와 살라'며 귀환지역을 넓히고 있다. 다른 재해지역도 별로 다르지 않다.


일본 내 현별 1인당 소득 통계를 보자. 최신 통계가 2012년으로, 해당 연도의 전국 소득 순위를 보겠다. 통계는 일본 정부통계 모음 사이트(e-stat, http://www.e-stat.go.jp/SG1/estat/GL08020103.do?_toGL08020103_&tclassID=000001029584&cycleCode=0&requestSender=search)에서 가져왔다. 단위는 엔.


일본 전국 : 297만


후쿠시마 : 260만(30위)

미야기 : 268만(27위)

아오모리 : 242만(38위)

이와테 : 254(31위)

야마가타 : 249만(32위)

아키타 : 245만(36위)


등 거의 전국 평균보다 소득 수준이 낮은 지역이다. 물론 이들 지역은 예전부터도 경제적으로 소외돼있었다. 농어업 외에 별다른 산업이 없는 대신, 도시에서 싫어하는 원전이나 핵폐기물 처리소(롯카쇼무라-아오모리 등)가 밀집해있다. 원전 사고 이후에는 농수산물마저도 잘 팔리지 않아 보조금을 받고 싼 가격에 떨이로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추가로, 농어업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큰 건 자유무역협정(FTA)의 확장판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다. TPP는 미국을 포함해, 동남아, 오세아니아 각국이 한꺼번에 FTA를 맺는 방식이다. 한국과 비슷한 산업구조를 가진 일본은, 농업을 내주고 중화학 공업으로 경제를 부흥하겠다는 속내를 품고 있다.


당연히 농어촌 지역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도호쿠 지방에 TPP가 한층 더 큰 타격이 될 것이란 전망도 결코 허튼소리는 아닌 셈이다.


하지만 이같은 반감은 선거 이전까지 좀처럼 세간에 전해지지 않았다. 언론들도 적극적으로 보도하지 않았고, 그저 '불쌍하게' 보는 시선만 팽배해 있었지, 피해지역민들이 어떻게 일어설지 진지하게 접근한 보도도 정책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 결과, 못 미더우나마 야당으로 표가 몰리게 된 셈이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야권 단일화다. 일본에서는 '야당공투(共闘)'라는 표현을 쓴다. 말 그대로 함께 싸운다는 뜻이다.


중대선거구제에서는 사실 야권이 하나로 뭉칠 유인이 크지 않다. 하지만 소선구제하에서는 한 선거구에서 딱 한 사람만 살아남기에, 대승적으로 어느쪽으로든 양보를 할 필요성이 커진다.


한국에서도 지난 총선 야권 단일화가 이슈였는데, 이같은 단일화는 어쩌면 소선구제에서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어보인다(이례적으로 한국에선 단일화 없이 야당이 이기는 극적인 결과가 나왔지만).


지난번 글(참고)에서도 설명했듯이, 참의원 선거에서는 중대선거구(도시지역)와 소선거구(주로 농어촌 등 시골)가 섞여있다. 위의 선거결과 지도를 참고하면 된다. 소선거구는 모두 32곳으로 도호쿠는 전 지역이 해당됐다. 이 지역 전체에 각 야당은 후보단일화를 통해 공동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야권 단일화에 나선 일본 야당 간부들. 출처 : http://www.asyura2.com/16/senkyo200/msg/739.html


참가한 당은 민주당(현 민진당), 공산당, 유신의 모임, 사민당, 국민의 생활이 제일당(현 생활의 당) 5곳이다. 사실 단일화 과정이 쉽진 않았다. 특히 맞부딪쳤던 곳은 민주당과 공산당이었다.


공산당하면 북한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데 그렇진 않다. 오히려 북한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가져온 곳은 사민당으로, 일본 공산당은 진작에 북한과 결별했었다. (참고로, 사민당이 몰락한 것은 냉전이 끝나고 자민당과 연립정부를 만들면서다. 당시 탄생한 총리가 과거사 사죄로 유명한 '무라야마 담화'의 무라야마 도미이치다)


다만, 공산당은 '천황졔 폐지', '헌법 수호(자위대 반대)' 등 일본 내로 치자면 그야말로 왼쪽 끝의 성향이라 온건 보수가 모인 민주당 내에서도 반감이 심했다. 하지만, '아베의 폭주'를 막는다는 명분하에 참의원 선거 협조에 결국 합의했다. 정책 협의보다는 '자민당 후보 떨어뜨리기' 성격이 강했다.


당시 야당 협조를 이끌어 낸 데에는 지난해 안보법 개정 관련해, 대학생 등 젊은층의 대대적 시위를 이끌어낸 sealds(자유민주주의를 위한 긴급학생행동, 실즈)의 역할도 컸다. 실즈의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야당들에 협조를 촉구했고, 이것이 하나의 요인이 돼 급박하게 단일화가 이뤄졌다.


실즈 주도 멤버(양쪽끝)와 사민당, 민진당, 공산당 대표. 7월 10일은 참의원 선거일이었다. 출처:スポーツ報知


(아래는 실즈의 관련 행동을 모은 단체 블로그다. 아사히신문 등 진보언론에서는 이들이 데모 참가를 꺼리는 일본 학생들에게 정치에 대한 관심을 끌어모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 해산했고, 멤버들 각자가 다양한 활동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다만, 장기적으로 이들이 일본 정치를 바꿀지에 대해 현시점에선 회의적이다.)


http://sealdspost.com/archives/tag/kyoutou



급박한 단일화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미래에 대한 비전이 야당의 선거전에선 거의 보이지 않았다. 헌법 개정을 막는다는 얘기와 참의원에서 자민당이 이기면 폭주가 심해질 것이란 주장만 돌아다녔다.


그러다보니, 유권자들의 투표 의욕을 끌어내는 데는 성공하지 못해, 실제 야당 지지층에서도 이탈표가 적지 않게 나왔다.


결론적으로, 야권 단일화와 TPP라는 이슈로 도호쿠에선 이긴 야권이, 전체적 비전 부재로 전체 선거판에서는 졌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다만, 그럼에도 한국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한 전쟁 국가와 우경화는, 이번 선거의 주된 쟁점이 아니었다.


야당과 실즈 등이 적극적으로 아베 여당의 독주를 막자고 주장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제3자인 필자가 보기에도 울림이 너무 약했다. 게다가 아베 여당이 여론에 반하는 큰 실정을 하고 있다고 볼 만한 근거도 적었다.


조만간 제1야당인 민진당에서는 대표 선거가 있다. 참의원선거 도쿄 지역구에서 이긴 렌호(蓮舫) 의원이 민진당 대표로 나오는데, 세련된 패션과 언변으로 대중적 인기가 있는 편이어서 향후 기대되는 측면도 있다(도쿄 지역구에서도 표를 가장 많이 받았다).


렌호 의원


http://renho.jp/



과거 민주당 정권의 실책과 경험 부족을 넘어서지 못하면, 야당세력이 여당의 독주를 막을 가능성은 커보이지 않는다.


결국, 일본 선거도 문제는 비전과 경제에 있다. 우경화 프레임(즉 일본 국민이 보수화돼서 자민당을 밀어준다)만으로 일본 선거를 바라보면 편견이 늘어날 뿐이다. 이번 참의원 선거를 보면서 가진 개인적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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