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기업'의 덫
*한주간 한국에 다녀오느라 포스팅이 늦어졌습니다.
그 감상도 오늘 중 하나 써 올리겠습니다.
한국보다 분명 나은 취업 상황임에도 방심해선 안되는 게, 일본에 이른바 '블랙기업(ブラック企業)'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라면 누구나 아는 블랙기업이란 어떤 곳일까. 일단 아래 기사를 보자.
'노동조합 '블랙바이트유니언'은 대형 음식체인점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한 조합원(대학교 2학년) 남성이, 4개월간의 연속 근무나 다액의 자비구입 강요 등을 당했다고 발표했다. 또, 이 남성은 미지급 임금과 (강요당한) 구매대금의 반환등을 요구하며 회사측에 단체교섭을 신청했다.
남성은 수도권(도쿄권)의 '샤브샤브 온야사이(温野菜)'에 근무. 신청한 곳은 프랜차이즈를 경영하는 회사로 프랜차이즈 본부 '레인즈인터내셔널'(요코하마시).
남성은 올해 4월부터 휴직을 신청한 8월까지 매일 약 12시간 휴식 없이 일했음에도, 일부 미지급 임금이 있다고 주장. 음식을 떨어뜨렸다는 이유로 상품 구입을 강요당해, 계 10만엔 이상을 지불했다고 한다.
퇴직을 신청한 데 대해, 점장으로부터 '실수가 많으니까 징계면직이다', '어떻게 책임을 질거냐'라는 말과 함께, 4000만엔의 손해배상청구를 시사해 퇴직할 수 없었다고 한다.'(산케이 뉴스)
원문 주소 : http://www.sankei.com/affairs/news/150910/afr1509100079-n1.html
'온야사이(温野菜)'는 1인당 2000~3000엔으로 다양한 세트를 먹을 수 있는 체인이다. 신선한 야채와 고기로 맛이나, 가격대 성능비(コスパ)면에서 제법 평이 좋은 곳이다. 개인적으로 한 번 가봤는데, 지인과 함께 가기에도 적당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 온야사이의 한편에서는 알바생에 대한 불합리한 일이 벌어지고 있던 것이다.
온야사이의 행태는 블랙기업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블랙기업은 노동자, 피고용자 입장에서 가면 안되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기업'의 줄임말이다. 예를 하나 더 살펴보자.
'2013년 8월, 이 회사 프랜차이즈에 가맹한 점주 4명이, 판매기한이 가까운 도시락 등을 가격인하해 파는 이른바 '단념 판매(見切り販売)' 권리를 방해당했다는 이유로 청구한 손해배상 재판에서 도쿄고법은 방해의 사실은 인정해, 1140만엔의 손해배상을 명령했다(주: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일본에선 저녁 늦게 도시락 등을 할인해 판다. 이 회사 본부는 이걸 하지 못하게 막아 가맹점주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것). 2009년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점금지법이 금하는 '우월적 지위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고 배제명령(시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최근, 학생아르바이트를 정사원과 비슷한 일을 시키며, 학생생활에 지장을 끼칠 정도의 처우를 하는 '블랙 바이트'가 사회문제화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그 대표적인 직종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어디일까. 한국에도 들어와있는 '세븐 일레븐'이다.
일본에는 매년 이같은 블랙기업을 정리해 발표하는 '블랙기업 대상(ブラック企業大賞)'도 있다. 올해 선정된 블랙기업은 세븐일레븐을 비롯해, 아카츠키산업(소방자동차), 후지오푸드시스템(음식업), ABC마트(한국에도 들어온 신발 판매업), 메이코네트워크재팬(학원, 일본에서 사교육업은 음식점과 더불어 대표적인 블랙기업으로 꼽힌다), 힛코시샤칸토(이사업) 등이 있었다.
웹사이트:http://blackcorpaward.blogspot.jp/
일본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도 어디가 블랙기업이다, 어디는 가면 안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들린다. 한국도 비슷하지만, 대체로 내수 중심 기업 가운데 블랙기업이 많은 듯하다. (참고로 일본에서 블랙기업은 알바, 정직원 어떤 고용형태에 한정된다기보다 일반적으로 피고용주에 대해 부당한 대우를 하는 곳을 일컫는다)
일본에서 고등학생 알바 노조가 최근 처음 생긴 것도 이같은 블랙기업의 횡포가 선을 넘어선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학원 강사 들의 노조 설립 움직임도 올해 구체화돼서 사회적 파장을 부른 바 있다.
일본 정부 당국에서도 강한 제재 등으로 블랙기업을 규제하고, 방송에서도 블랙기업의 문제를 꾸준히 거론하고 있지만 역시 쉽게 고쳐지지 않는 느낌이다. 법을 교묘히 무시하기도 하고, 기업대 개인보다는 상사와 부하직원이라는 인간관계로 해석되는 면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상황이 낫다는 일본에서도 이런 문제는 결코 드문 일이 아닌 셈이다.
결국은 피고용자의 철저한 대응을 돕는 정부기구나 자발적 단체 활성화가 그나마 해답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