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재원

요즘 달이 참 좋더라. 그냥 그 존재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더라. 내가 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였다면, 정말 정성스럽게 달을 그렸을 것 같다. 어떤 달을 그릴지 생각하는 것도 즐겁겠다. 모든 형태를 30일로 나누어 그리는 것도 좋겠다. 아무튼 요즘 달이 좋다.


어두운 밤하늘에 빛을 낸다는 점이 그렇다. 자신이 받는 빛을, 세상에게 필요한 그때에 나누는 것이 그렇다. 매일같이 변덕스러운 모습이 그렇다. 덕분에 옛사람들은 날짜나 명절을 가늠할 수 있더랬다. 그럼에도 지구 바라보기를 그치지 않는 점이 그렇다. 그 속에서 변하지 않음이, 달을 찾을 때 기대하고 안도하게 하더라. 이 모든 게 그리스도인을 닮았다. 결코 스스로는 그 빛을 발하지 못한다는 점이 그렇다. 오직 받음으로써 일을 하는 것이 그렇다. 자주, 끊임없이 어두워지지만, 그 빛은 한순간도 달에게서 떠난 적이 없다는 점이 그렇다. 거부할 수도, 숨을 수도 없이 받고 있는 것이 그렇다. 누구는 노력도 선택도 하지 않은 달을 무능하다고, 또는 그 빛을 저주라고 할 수 있겠지만, 분명 빛은 달에게 복이다. 복이 아니라면, 태초부터 지금까지 이토록 아름답게, 선하게 달이 존재할 수 없기에 그렇다.


과거 모든 영웅이 그 달을 느꼈다. 악인도 예외는 없다. 지금도, 세상 곳곳 모든 생명이 달을 느낀다. 해는 인류의 모든 열심을 드러냈고 달은 인류의 모든 쉼을 지켰다. 나는 달이 좋다. 그 아래에서 행한 모든 일 중에 숨길 것이 하나 없다. 달을 보고 있노라면, 분명 멀지만 그중에는 가장 가까운 달을 보고 있노라면, 그 사이에 존재하는 그 짧은 우주에도 경외심이 든다. 내 존재가 덧없다. 이 땅 모든 일이 덧없다. 옛 전도자의 말이 내 안에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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