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뮤지컬을 넘어, 함께 공감하고 성장하는 뮤지컬
22년 6월 10일,
빨래 26차 프로덕션 첫곳을 봤다.
해당 공연은 8명의 배우 중, 7분이 빨래가 처음인 배우로 이뤄진 공연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빨래다운 정말 멋진 공연이었다.
좋아하는 뮤지컬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뮤지컬을 좀 아는 척하려하는) 나의 답은 다음과 같다.
- 주인공의 서사에 몰입해서 즐기는 뮤지컬로 지킬앤 하이드
- 많은 배우가 만들어내는 조화(군무, 색 등)를 즐기는 뮤지컬에는 모차르트
- 스토리를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은 맨 오브 라만차
그리고 삶에 대한 공감을 주는 뮤지컬이자 내년 관람이 기대되는 뮤지컬인 빨래요!
빨래가 좋은 뮤지컬임은 이미 많은 이들이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공연 회차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을 대표한다.
개인적으로 대극장 뮤지컬이 전부인냥 뮤지컬을 즐겨왔다.
그러던 과정에 몇년전에 만난 빨래는 나의 좁은 시각을 반성하게 해주었고,
뮤지컬 빨래의 팬이 되게 해주었다.
나에게 "빨래"는 특히나 조금 더 깊게 공감되는 뮤지컬이다.
- 꿈을 찾아 해외(미국)로가 그곳에서 부족한 언어(영어)와 함께 공부를 하고 돈을 벌었다.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급하게 찾아간 응급실에서 보호대 하나를 하고 나왔는데
4,500달러짜리 청구서를 받고 정말을 느낀 사람이었다.
- 몽골의 울란바토르에서 6개월을 살았다.
그곳에서 몽골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따스한 시각을 직접 느끼며 살았다.
무대 한편의 몽골 국기가 친근하다.
이 두 경험은 나의 빨래 관람을 더 몰입하게 한다.
빨래라는 뮤지컬은 "공감"과 "성장"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공감
공연을 한참 바라보다 보면 눈물을 닦는 관객들을 발견한다.
(이미 자주 본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하하하)
코흘쩍이는 소리가 이곳 저곳에서 들리고 몰래 눈물을 닦는 이들도 보인다.
이 모습은 내가 대극장 공연에서는 보지 못하던 모습이다.
대극장 공연의 탄탄한 시나리오(원작에 기반한)는 몰입하게 해준다.
하지만 그 이상의 공감은 힘들다.
배우의 표현력, 가창력 그리고 좋은 곡에서 전율을 느낀다.
빨래와 같은 창작 뮤지컬에서는 공감을 느낀다.
우리의 삶을 그려내는 뮤지컬이기에...
이 뮤지컬은 볼때마다 우리의 삶을 담아내기 위한 이들의 노력이 보인다.
제로페이, 취업수당 등 새로운 표현들이 회차마다 추가된다.
우리는 거기서 웃고, 울고, 공감한다.
빨래가 주는 공감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나는 배우들의 "손 연기"라고 생각한다.
오늘 공연에서도 한참 배우들의 손을 보았다.
억울함에 꽉진 손, 울음을 참는 손, 환희에 펼친 손
배우들의 손 모양을 관객인 우리는 나도 모르게 따라하고 있다. 공감에 따라...
앞자리 관객분이 두손을 꼭 모우고 장면에 빠져있으신 모습이
배우들이 동선과 함께 스쳐갔다.
빨래는 그런 공감을 주는 공연이다.
소극장 공연이기에 이 공감은 더 커진다.
대극장 공연에서는 사실 배우들의 얼굴을 보기 어렵다.
그들의 동작, 동선, 목소리에 집중하여 큰 그림을 보는 멀리서 바라보듯 관람한다.
소극장 공연에서는 배우들의 얼굴을 계속 보게 된다.
오늘 공연에서 배우들의 얼굴은 경이로웠다.
그들이 웃는, 그들이 우는, 그들이 슬퍼하는, 그들이 분노하는 그들이 사랑하는
표정은 다 달랐고 참 진실되게 다가왔다.
더 놀라운 곳은 장면장면의 전환이 참 빠른 빨래라는 뮤지컬에서(한참 웃다가 웃는 장면으로)
어떻게 그렇게 짧은 준비시간을 가지고 표정이 전환될 수 있는지 경이로웠다.
성장
빨래는 성장의 이야기이다. 적응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대사에서, 가사에서 나오는 5년, 6년
그렇게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그들은 나의 사람들과 사회에 적응하고 성장한다.
세상이 치여가는 지쳐가는 모습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한 작은 작은 성장의 모습, 인간다운 성장의 모습을 담는 뮤지컬이다.
세상을 알아버린 나는 극의 마지막이 다가올수록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함께 하는 삶에 대해
현실에선 불가능해 라는 냉소적 생각도 잠시 한다.
하지만 이내 그들이 잡은 두 손을 바라보며 응원한다.
따뜻한 삶을 담고 있는 뮤지컬이다.
내가 빨래를 성장이라 표현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이 뮤지컬은 내년에도 그때의 우리 삶의 모습 무대에 담아 낼거라는 것이다.
매년 볼때마다 이 뮤지컬은 조금씩 변화한다.
앞서 말한 공감이라는 이 뮤지컬의 특성처럼 우리 삶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즉, 이 뮤지컬은 매 차(오늘 나는 26차 프로덕션이다)마다 성장할거란 것이다.
그러기에 내년이 기대되고, 또 내년이 기대된다.
그리고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와 어떤 다른 감상을 할지도 기대된다.
내 삶의 작은 목표는 매년 1회 빨래를 보며 늙어가는 것이다.
50살이 되어서도 올해 꼭 실천할 나를 위한 활동 중 하나가 빨래가 되었음 한다.
빨래를 "성장"의 뮤지컬이라 표현는 마지막 이유는 배우들이다.
젊은 배우, 아직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의 등용문과 같은 공연이다.
사실 오늘 26회차 공연 중에 내가 기존에 알던 배우는 한명도 없었다.
하지만 뮤지컬을 보고 나오면 나는 그들 모두의 팬이 되었다.
- 성민재 배우, 청아한 목소리와 뛰어난 연기력, 주먹을 꽉 쥐는 모습의 인상 깊음, 전해지는 선함
- 김지훈 배우, 솔롱고다운 수수함을 담은 연기와 표현의 강약, 빨래의 "참 예뻐요"를 빨래답게!
- 조영임 배우, 감정 전달력이 최고였다. 그분의 표정으로도 참 많은 메시지를 전해주셨다.
- 김은지 배우, 희정엄마 역을 하기엔 너무 젊지 않으신가하는 나의 우려를 한방에 날려주셨다.
- 이강혁 배우, 이 분이 나올때마다 관객들은 크게 웃을 수 있었다.
- 심우성 배우, 빨래를 이끌어가는 정말 중요한 역할! 관객을 무대로 끌고 들어가 주셨다.
- 박건우 배우, 이렇게 다재다능한 배우라니, 다른 공연(방송)에서 곧 볼 수 있게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 정예지 배우, 상큼발랄한 배우! 성량도 좋으시고! 조영임 배우만큼이나 표정을 통한 전달이 좋았다.
더 길게 적으라면 적겠지만 오늘 공연한 배우님들에 대한 한줄평이다.
이 배우들 중, 한분을 뺀 모든 배우(7명)이 빨래를 처음 공연하시는 분들이다.
매년 빨래를 관람하는 관객들의 눈은 참 높을텐데
내가 직접 관람하고 판단하기에 오늘의 관객들은 이들에게 큰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빨래 공연을 응원했을 것이다.
나부터도 이미 빨래를 많이 공연한 분이 아닌 이분들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뮤지컬 중에 성장하고 계시는 배우님들이 비중 있는 배역으로 무대에 설 수 있는
작품 중 하나가 "빨래"이다(개인적으로는 스프링어웨이크닝도 다시 했음 좋겠다.).
뮤지컬 빨래는 배우의 성장을 돕는, 배우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는 뮤지컬이다.
6월 10일, 26차 프로덕션의 첫공을 봤다. 참 좋았다!
주변인들, 특히 아직 뮤지컬을 경험해보지 않은 우리 팀원들에게 나는 늘 뮤지컬을 추천한다.
그리고 그들의 뮤지컬 입문작으로 빨래를 추천한다.
오늘 보고나닌 더 추천하게 된다.
회사로 돌아가면 팀원들이 빨래 공연 관람을 지원해볼까 한다.
직접 공연장으로 가 뮤지컬을 보고자하는 이가 있다면 사비를 들여 그들에게 티켓을 사주고자 한다.
그들의 뮤지컬이 주는 전율과 재미를 알았으면 좋겠다.
사회 초년생인 그들에게 빨래가 의미있게 다가왔으면 좋겠다.
(26명의 팀원이 다본다고 하면.. 곤란할 것 같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