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어느 나르시시스트들의 이야기

1화- 인연의 허들을 넘어, 비로소 마주한 해방의 기록

by 아련나래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 중에서


우리는 생의 궤적 위에서 무수히 많은 타인과 조우하고 이별하기를 반복한다.

어떤 인연은 영혼에 깊은 향기를 남겨 헤어짐조차 아련한 그리움이 되지만, 어떤 만남은 복기하는 것조차 가혹한 형벌처럼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으로 남기도 한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세월, 인간관계라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며 유독 내 발목을 잡던 반복적인 '허들'이 존재했다.


처음 그 높은 장벽 앞에 멈춰 섰을 때, 나는 모든 고통의 화살을 오직 나 자신에게로만 돌렸다.

소심한 기질 탓이라며 스스로를 비난했고, 우유부단한 선택과 미숙한 상황 대처 능력을 자책했다. 결국 '낮은 자존감'이라는 비좁은 틀 안에 나를 가두고 모든 잘못을 나의 결핍으로 결론짓는 것이, 차라리 마음 편한 도피처였다. 나는 무너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매서운 채찍질을 가하며, 다음 허들에서는 결코 다치지 않겠노라고 연약한 마음을 다그치고 또 다그쳤다.



그러나 한계는 예고 없이 찾아왔다.

팬데믹의 혼란 속에서 직장 내 마주한 '허들'은 내 삶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감당할 수 없는 번아웃은 곧 공황장애라는 신체적 병고로 이어졌고, 나는 깊고 어두운 슬럼프의 늪에 빠졌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멈춰 서야 했던 그 시기, 억울함과 자괴감 사이를 유영하던 나를 건져 올린 것은 우연히 접한 영상 하나였다.



'나르시시스트'(Narcissist)'-단순히 자기애가 강한 사람을 넘어,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결여되어 있고 자신의 중요성을 과하게 부풀려 인식하는 심리적 특성을 가진 사람들을 말함.

정신의학적으로는 '자기애성 성격장애(NPD)로 진단되기도 함.


나르시시스트 그 낯선 용어 속에 감춰진 본질을 탐구하기 시작하면서 나의 세상은 뒤집히기

시작했다. 자료를 찾아 공부를 거듭할수록, 지난날 나를 멈춰 세웠던 그 지독한 '허들'같은 존재들이 선명하게 오버랩되었다. 마치 난해한 수학 공식의 실타래가 풀리듯,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관계의

미스터리들이 비로소 명쾌하게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자책하며 넘지 못했던 그 허들의 실체는 나의 부족함이 아니라, 바로 그들의 뒤틀린 자아였다는 사실을 깨닫는 찰나, 나는 비로소 오랜 번뇌와 고통으로부터 완벽한 구원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