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쇼핑, 우리는 무엇을 찾는가.

사랑은 나를 대신해 인생을 살아줄 대역을 찾는 오디션이 아니다.

by 아련나래



언제부터인가 결혼시장이나 연애의 조건에서 '다정다감함'은 필수 덕목이 되었다. 나를 위해 기꺼이 변해주고, 나의 변덕을 다 받아주며, 내 삶의 구멍 난 감정들을 메워줄 사람, 우리는 그런 사람을 찾기 위해 마치 백화점 쇼윈도를 기웃거리듯 상대를 고르고 분석한다. 하지만 그토록 열렬히 찾는 '다정함'의 실체는 무엇일까?

혹시 우리는 다정함이라는 포장지에 싸인 '내 삶을 대신 짊어질 희생양'을 쇼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얼마 전, 웨딩업체에서 일하는 지인을 만났다. 세상사는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현장에서 수많은 예비부부를 지켜봐 온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우스갯소리를 던졌다.

"요즘 결혼하는 신부들은 다들 공주들에 신랑들은 다들 어찌나 다정한지... 이젠 남자가 다정다감하지 않으면 결혼하기 힘든 세상이야.라고 하여 함께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의 말속 '공주'는 단순히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신부를 뜻하는 게 아니었다.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자신의 배역을 스스로 소화하기보다, 누군가 옆에서 대사를 읊어주고 동선을 짜주며 나의 감정 상태까지 실시간으로 관리해 주길 바라는 '수동적인 주인공'을 의미했다.


우리는 다정다감한 배우자를 원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내 삶의 번거로운 숙제들을 대신 풀어줄 '고급 대역'을 쇼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외로울 때 달래주고, 내가 화날 때 받아주며, 내 선택의 책임까지 나눠 짊어질 사람, 하지만 그런 관계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감옥이 되기 쉽다. 한쪽이 공주가 되기 위해 다른 한쪽은 기꺼이 시종이 되어야 하며, 그 기울어진 무게는 결국 두 사람 모두를 지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맞춰줌'은 배려가 아니라 감정의 착취이며, 그 기울어진 무게는 결국 기둥을 부러뜨리고 만다.




지인들 중 서로 정말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정작 본인은 배우자를 위해 인내와 노력을 하지 않고 상대방만의 잘못을 탓하다 결국 헤어지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게다가 내가 보기에 남편이나 와이프 없이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을 정도인 사람들도 더러 있다. 나 또한 수동적인 남편으로 인해 힘든 부분이 많았다.


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진정한 파트너 십은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쇼핑이 아니라, 서로의 '자립'을 응원하는 연대여야 한다.


최근 대중들의 지지를 받는 김은희 작가와 장항준 감독 부부, 장항준 감독이 아내의 성공을 보며 " 내 아내가 최고다"라고 외칠 수 있는 여유는, 그 스스로가 '장항준'이라는 독립적인 자아로 단단히 서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공주가 대접받는 동화는 결혼식장에서 끝이 나지만, 독립적인 두 성인이 손을 잡는 진짜 드라마는 결혼식 이후부터 시작된다. 상대방의 다정함이라는 온기를 누리고 싶다면, 나 또한 상대를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는 스스로의 엔진을 가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평범하지만 따듯한 '위로'와 '배려' 그리고 무엇이든 서로 솔직하게 대화하는 '신뢰감'이다. 또한 이인삼각이기 때문에, 둘이 함께 성장하며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둘 다 넘어지고 만다.


서로의 성장을 위해 질타도 하고, 손도 맞잡아야 한다. 상처 입고 힘들어할 때는 격려를 보내고, 기쁠때는 함께 기뻐해야 한다. 남편에게 아내는 그런 존재이어야 하고, 아내에게 남편도 그래야 한다.



사랑은 나를 완성해 줄 '부품'을 찾는 일이 아니라, 이미 완성된 두 세계가 만나 더 넓은 우주를 만드는 일이다.


이제 오디션을 멈추고, 각자의 무대에서 최선을 다해 빛나는 두 배우로 만나자. 그때 비로소 우리의 사랑은 대역 없는 진짜 드라마가 된다.







결혼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 얼마나 잘 맞는가보다 서로 다른 점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완벽한 짝을 찾기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조화를 이루어가는 과정이 더 가치가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