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팩 재활용,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작은 경험

#종이팩 #재활용 #우유팩 #두유팩 #일반팩 #멸균팩 #시민

by 한재윤

설 연휴에 짬이 나서 차곡차곡 쌓아 놓은 종이팩이 1.5kg이 됐으려나 한 번 살펴봤다.


참고로, 종이팩은 우유팩 같은 ‘일반팩’과 두유팩 같은 ‘멸균팩’으로 나뉜다. 일반팩의 안쪽은 하얗고, 멸균팩 안쪽은 은박으로 구별할 수 있다.


보통 종이팩 1~2kg을 모아 주민센터에 가져가면 화장지 1롤로 교환해 준다. 물론 꼭 화장지 한 롤을 얻기 위해 모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살고 있는 건물에 종이팩을 따로 분리 배출할 수 있는 수거함이 없어서 어차피 주민센터에 가져갈 수밖에 없으니 간 김에 화장지 1롤을 받아온다 하겠다.


종이팩은 환경부 지침에서 종이류로 애매하게 포함되어 있어서 지금까지 병류나 캔류 같이 명확히 구별되는 전용 수거함을 제대로 갖기 힘들었다. 그리고 지침에서는 종이팩 전용 수거함이 따로 없을 경우 종이류와 함께 배출하라고도 되어 있는데, 그렇다고 진짜 종이류와 함께 배출하면 결국 종이류 수거업체가 구분없이 수거하여 종이팩 다수는 의미 없이 폐기되고 만다. 종이팩은 종이 뿐만 아니라 폴리에틸렌 등 다른 재료가 합착되어 있어서 분리하려면 또 다른 추가 공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종이팩은 안의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깨끗이 세척해 말려 배출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운 면이 있다. 이런 수고를 다 하더라도 배출처가 마땅치 않아서 주민센터에까지 가져가야 하는 불편한 상황이 계속되어 온 것이다.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니 배출된 종이팩의 약 30% 이상이 재활용됐던 10년 전에 비해 23년 기준으로 배출된 종이팩의 겨우 약 13% 정도만이 재활용되어 왔던 실정이다. 참고로 현재 캔류는 재활용률이 90%이고, 병류는 80%이다..

종이팩은 침엽수 나무들을 재료로 한 최고급 천연펄프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분리수거가 되면 고급 티슈 등으로 재활용될 수 있다. 재활용 가치가 상당히 높은 고급 종이이기 때문에 그 80% 이상을 그냥 버려서 태워버리는 것은 생각만 해도 정말 아깝다.


게다가 이는 결국 20년 이상 키운 고급 침엽수 나무들을 잘라내어 겨우 이렇게 한 번 이용하고 불태워버리는 격이다. 그러니 아까움을 넘어 안타까운 마음마저도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차마 종이팩을 분리배출하지 않을 수 없는 마음이 드는 이유다..


다행히 최근 몇 년 동안 특히 (재)숲과나눔의 노력을 비롯한 많은 관련 단체들의 노력으로 종이팩 분리배출 캠페인이 적극적으로 이뤄졌고, 관련 정책 개선 논의들도 이어져서 요즘은 반가운 여러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주로 일부 아파트에서의 시범 사업으로 종이팩 전용 수거함을 설치하는 이벤트성 캠페인들을 진행해 왔는데, 올해부터 환경부는 전국 아파트에 종이팩 분리배출을 의무화하고 전용 수거함도 설치하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한다.


그리고 종이팩을 사용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에 따라 일정한 종이팩 재활용 의무 양이 주어지는데, 지금까지 달성률이 50%까지 떨어지기도 했다가 최근 들어 다시 달성률이 높아지는 추세가 보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부터 생산자책임재활용 제도를 실시하며 재활용을 위한 분리수거 의무화 시스템을 본격화했다. 생산자책임재활용 제도는 제품 생산자가 판매 이후의 제품 폐기, 재활용 과정까지도 일정한 책임을 지는 제도이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애초에 포장재를 재활용이 용이하게 만들도록 유도되고, 사용된 제품들의 수거 및 재활용에 기여하도록 촉진된다. 특히 제품을 포장할 때 많이 쓰이는 병류, 캔류 등의 재활용 가치가 큰 품목들을 콕 지정해서 해당 기업들로 하여금 일정한 재활용 의무 비율을 지키게 하고 있다.


이렇게 기업의 의무를 중심에 두지만 결국 소비자, 기업, 정부 및 지자체가 모두 잘 협력해야 재활용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 따라서 이 제도는 이들의 협력 기초를 제도화하는 실질적인 역할을 하며 우리나라 순환경제를 만들어가는 주요 기틀이 되어 오고 있다.


종이팩은 재활용 가치가 남다르기 때문에 처음부터 생산자책임재활용 품목으로 분리수거하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위의 여러 이유들 때문에 종이팩 수거량이 해가 지날수록 떨어지니 정부 입장에서는 오히려 종이팩 재활용에 대한 정책적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약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 결과 종이팩 재활용을 높이기 위한 관련 기반 시스템을 제대로 갖출 동력도 잘 안 생기는 악순환이 지금까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여러 환경 단체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많은 시민들의 늘어난 관심으로 이젠 종이팩 재활용 시스템을 구조적으로 개선하는 발판이 마련되기 시작해서 참 반갑고 고맙다.


하지만 또다른 한편, 앞으로 종이팩 수거량이 많이 늘어 재활용도 충분히 되더라도 그 재활용으로 만든 제품들에 대한 수요가 부족하면 재활용 업체들의 매출이 제대로 안 일어나 그 사업을 이어갈 수가 없다. 재활용 과정의 중요한 순환 고리가 끝에서 끊어질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에서 녹색제품으로써 재활용 제품 구매를 더욱 많이 해 주는 것뿐만 아니라, 결국 근본적으로는 우리 시민들이 재활용 제품들을 더욱 많이 구입하고 애용해 줄 필요가 크다.


아무리 어렵고 복잡한 사회 문제라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이 모이면 결국 분명 잘 바뀔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여러 분야에서 많이 확인하는 요즘인 것 같다. 그러니 단 한 사람의 작은 관심과 작은 실천이라도 이들 하나하나가 참 소중하지 않을 수 없음은 물론이고, 그러니 작더라도 한 명 한 명의 관심을 모아가는 일이 당장은 너무 사소하고 작아보여도 이것만큼 큰 일이 없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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