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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재윤 Jan 14. 2018

인류학 렌즈를 통해 살펴보는 ‘교육’의 본질과 기능

책 <사회화와 교육>(조용환, 1997)

'교육'이란 무엇일까? 이러한 물음을 던지면 사람들마다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게 된다. 이렇게 다양한 시각들이 있기에 또한 인간이란 '종' 차원 혹은 '문화' 차원에서, 곧 ‘인류학’적 관점에서 교육을 살펴보는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그러나 반대로 인류학은 그 고유한 경로를 따라 발전해 온 학문인 만큼 교육이란 현상을 온전히 다 파악하기에는 어느 정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류학적 관점을 포용하며 교육을 살피려면 이러한 한계점을 깊이 있게 짚는 동시에 그를 넘어서 교육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그러한 쉽지 않은 작업을 친절하게 해 주고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먼저 이 책은 인류학에서 교육을 ‘문화전달의 과정’으로 보면서 지금까지 그 과정을 주로 ‘사회화의 관점’과 논리로만 바라보고 ‘교육학적 관점’과 논리로 해석하는 것을 소홀히 했다는 점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는다. 따라서 저자는 그 ‘교육학적 관점’과 논리가 무엇인지를 이론적으로 논증한 후 그를 바탕으로 기존의 사회화에 치우친 문화기술지들을 교육학적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며 그 시사점과 가능성을 찾고 있다.


이에 저자는 우선 기존의 ‘문화전달이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교수와 학습의 관계를 (교육)인류학자들이 어떻게 파악해 왔는지를 연혁적으로 짚는다. 저자는 먼저 교육인류학에서 문화전달이론을 처음으로 체계화한 교육인류학의 중시조격인 스핀들러(G. Spindler)의 이론을 비판적으로 소개하였다. 스핀들러는 학습보다는 교수를 문화전달의 중심으로 보며 후기에는 아예 학습을 배제하고 교수만을 문화전달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제자 월코트(Harry F. Wolcott)는 스핀들러의 시각에 의문을 갖고 종래의 문화전달 논의가 학습자의 주체성과 자율성을 경시했다고 보았으며 교수와 학습을 서로 다른 활동으로 구분했다. 이에 월코트는 ‘전달’이 아닌 ‘학습’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며 ‘학습인류학(anthropolgy of learning)’을 주창했고, 문화는 단순히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경험을 통해 재구성해 나가는 것이라고 보았다.


해리 월코트 (Harry F. Wolcott, 1929~2012)

그리고 저자는 이어서 기어링(F. Gearing)의 문화전달이론도 소개한다. 저자는 그를 문화전달이론에서 집단이 아닌 개인 수준으로 내려가서 교육을 중심에 두고 제대로 분석을 시도한 최초의 교육인류학자로 그를 평가한다. 그는 문화전달을 ‘동화(assimilation)’와 ‘조절(accommodation)’을 위한 ‘상호작용’으로 보며 교수와 학습을 두 주체간의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으로 봤다. 이렇게 본 책은 먼저 교수와 학습의 관계에 대한 학자들의 대표적인 입장들을 짚어주며 교수와 학습이 개념적으로 구분되는 과정을 연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교육과 사회화가 구별된다는 점을 밝히기 위해 먼저 사회화 개념을 탐색한 후 교육과 구별되는 지점을 짚어 보여주었다. '사회화(socialization)'는 뒤르켐(Emile Durkheim)이 처음으로 학문적 개념을 정립한 이후 다양한 학자들에 의해 규정되어 왔는데, 스털만(A. Sturman)은 사회화에 대한 논의를 1) 기능적 사회화론, 2) 갈등적 사회화론, 3) 상호작용적 사회화론으로 정리하여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무스그레이브(P. Musgrave)는 사회화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을 1) 사회-기능이론 2) 사회-갈등이론 3) 대인-기능이론 4) 대인-갈등이론으로 나누어 통찰하기도 했다.


이러한 분류 체계들을 통해서도 볼 수 있듯이 사회화에 대한 개념 논의가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 저자는 엄밀한 논증 전개를 위해 우선 사회화의 개념으로 뒤르켐 식의 기능주의적 입장을 선택하고 사회화 안에 담긴 개념의 속성들을 분석했다. 이에 저자는 사회화의 개념적 속성으로서 1) 규범성, 2) 정상성, 3) 정체성, 4) 지역성, 5) 몰주체성, 6) 무비판성을 추출 및 제시하여 교육 개념과의 차이를 드러냈다.


에밀 뒤르켐 (Emile Durkheim, 1858~1917)

또한 교육의 개념을 탐색하기 위해서 저자는 먼저 이홍우(1991)의 분류 체계를 소개한다. 이홍우는 교육을 1) 행동의 변화를 목표로 하는 ‘공학적 개념’, 2) 문명된 삶을 목표로 하는 ‘성년식 개념’, 3) 사회화를 목표로 하는 ‘사회화 개념’으로 나누어 제시했다. 그리고 이홍우의 목표 지향적인 관점과 대비되는 교육 개념으로서 외부적 목적이 아닌 내면적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장상호(1994)의 교육 개념도 이어서 소개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교육 개념으로서 “가르침과 배움을 통한 인간 형성의 과정”이라는 정의를 제시하였다.


이후 저자는 자신의 교육 개념을 체계적이고 입체적으로 제시한다. 먼저 그의 교육 개념의 구성 요소로서 1) ‘학습’과 ‘교수’의 상호보완적 관계, 2) ‘인간’ 형성의 변증법적 지향, 3) 평생에 걸친 노력의 ‘과정’을 제시하며 설명하였다.


저자는 학습과 교수의 상호보완적 관계를 설명하며 교육은 기본적으로 학습과 교수가 결합된 것으로 학습이 교수보다 더 원초적이라는 점과 교수는 학습을 더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게 해 주는 수단이라는 점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교수와 학습의 유무는 단순히 그 결과 여부가 아니라 교수자 및 학습자의 ‘의도’와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보아서 학습자의 학습동기와 교수자의 교수동기가 없이는 교육이 성립할 수 없음을 지적하였다. 곧 학습과 교수의 상호보완이 없으면 교육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교수자가 학습동기를 유발하는 전략을 내재적 가치를 인식하게 하거나 외재적 가치를 인식하게 하는 것으로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제시하는데, 둘 모두 일종의 내용적 측면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나는 해석을 했다. 그러나 학습은 내용에 대한 개인의 관심뿐만 아니라 그 ‘형식’에서 오는 ‘재미’를 통해서도 유발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학습자의 동기유발을 위한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데, 형식으로 학습자의 동기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예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저자는 교육이 인간의 변증법적 형성을 실현할 때 보편적이거나 최종적인 답변은 없기 때문에 개별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찾아야 하며, 따라서 교수자는 학습자와 함께 그를 탐색하고 학습자를 안내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요즘 많이 강조되는 맞춤 교육에 대한 이야기와 상당한 관련성을 갖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IT 기술 및 빅데이터 기술의 발달과 함께 에듀테크(EduTech)가 성장하고 있는데 현재 에듀테크에서의 대표적인 트랜드가 바로 학습자 맞춤 교육의 실현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런 기술의 발달이 저자가 이야기하는 교육을 통한 변증법적 인간 형성이라는 교육의 본질 실현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교육의 구성요소에 이어서 저자는 교육의 개념적 속성으로서 1) 상호보완성, 2) 의도성, 3) 개별성, 4) 사회성, 5) 과정성, 6) 내면성, 7) 변증성, 8) 개방성, 9) 총체성을 제시하고 설명하였다. 이를 통해 저자가 갖고 있는 교육 개념에 대한 총체적인 관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저자는 사회화와 교육의 관계를 살피기 위해 그 관계에 대한 관점들도 정리해 소개하였다. 1) 양자를 동일한 과정으로 보고 구분하지 않는 시각, 2) 사회화를 넓은 개념으로 교육을 좁은 개념으로 보는 시각, 3) 교육을 넓은 개념으로, 사회화를 좁은 개념으로 보는 시각, 4) 둘을 본질적 차이가 있음을 강조하며 양자를 전혀 다른 성격의 활동으로 보는 시각이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4)의 입장에 있으며, 개념의 폭을 굳이 따진다면 교육이 더 넓은 개념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저자는 사회화와 교육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주체, 시기, 장소, 내용, 방법, 목적에 따라 분석하여 보여주었다. 주체와 관련해서 사회화는 주체와 객체를 나누는 관점을 갖지만 교육에서는 교수자와 학습자의 상호작용에 주목한다. 시기에 있어서는 인생의 초기 단계에는 아무래도 사회화가 더 영향을 미친다는 점, 그리고 사회화는 일정한 시기의 필요성에 따라 기능적, 단속적 역할을 하지만 교육은 인생 전 과정에서 끊임없는 지속적 역할을 한다는 점을 짚었다. 그리고 무엇을 배우는지의 내용에 있어서 사회화는 그 지역적 한계를 갖지만, 교육은 인류 문화의 총체적 정수를 배우는 넓은 범위를 가질 수 있으며, 무엇을 배우고 안 배울 것인지에 대한 개방성에서도 차이가 있다. 그리고 방법 측면에서는 사회화는 학습자의 비판적 태도를 용인하지 않지만 교육은 반대로 권장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목적 측면에서 사회화는 유능한 구성원을 기르는 것이 목적이지만 교육은 변혁적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점을 짚었다. 이렇게 저자는 사회화와 교육 사이에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교육과 사회화의 현실적인 관계는 ‘사회화의 한계’라는 저자의 용어를 통해서도 볼 수 있듯이 사회화의 테두리가 교육의 방향성을 보통은 결정짓게 된다. 그러나 교육은 사회화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역동적인 힘을 갖고 있으며, 사회화와는 질적인 차이점을 갖는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이해할 수 있었다.


본 책을 통해 우리 인간이란 종 및 문화 차원에서 교육이란 무엇인지, 곧 인류학이란 렌즈를 통해 교육의 보편적 본질에 대해 생각을 해 보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것은 또한 교육과 우리 사회의 관계에 대한 성찰이기도 했다. 유익한 시간이었기에 다른 분들에게도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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