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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Y Jan 17. 2023

성공의 강박, 그리고 확률

    세상은 확률에 의해 돌아간다. 세상에 100%란 없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갑자기 지구에 운석이 떨어지면 내일의 해는 뜨지 않을 수도 있다.


    부모, 형제, 친구, 애인,  온 세상이 배신해도 확률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동전을 던지면 50%의 확률로 앞면과 뒷면이 나온다. 처음에는 10번 던져서 10번 모두 앞면이 나올 수도 있지만 던지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그리고 무한에 가까워질수록 50%로 수렴한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어떠한 방법으로 성공할 가능성도 확률로 계산할 수 있을까?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자기 계발서의 성공 법칙은 그 작가에게는 성공을 가져다주었을 수 있지만 나 자신에게 적용된다는 보장은 없고, 이를 확률로 수치화하기도 힘들다. 만약 수치화한다 해도, 그리고 그 확률이 90%라고 해도 우리는 자신이 10%에 들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그 기회비용 때문에 시도하기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일단 내가 어떤 방법론에 설득되었고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우리는 일단 시도해봐야 한다. 그리고 시도해 보고 결과가 나지 않으면 수정해서 다시 시도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성공의 법칙은 어쩌면 단순할지도 모른다. [ 계획-> 실행 -> 수정과 보완 -> 실행 ]의 사이클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성공할 때까지.


여기까지는 매우 흔한 이야기이지만 이 과정에서 곧잘 간과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변수의 차단”이다. 우리는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에 있어서 변수를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시 말해 최대한 예외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만 그 방식의 진가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 확률이 배신하지 않는 것은 오직 외부적인 변수가 없을 때이기 때문이다.


    카지노는 확률상 카지노가 이기도록 설정되어 있다. 카지노에서 행해지는 게임의 숫자가 늘수록 카지노의 승률은 그 확률에 수렴한다. 그래서 누가 잭팟을 터뜨리든 간에 카지노는 돈을 번다. 확률은 배신하지 않고, 게임의 숫자가 반복될수록 정해진 확률만큼 수익이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수가 생기면 얘기가 달라진다. 유명한 예가 영화 <21>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카드리딩이다. 이는 변수로 작용해 설정된 확률을 무너뜨리고, 이 변수가 계속되면 확률은 무의미해지므로 카지노는 망한다. 그래서 카지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런 변수가 생기지 않도록 보안을 강화하고 블랙리스트를 관리한다.


    운동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성공한 운동선수들은 자신의 훈련 스케줄을 칼같이 지킨다. “하루에 스윙을 천 개 한다.” “새벽 6시에는 러닝을 한다.” “탄산음료를 마시지 않는다”와 같은 철칙을 정해두고 강박적으로 지키는데, 이 루틴을 반복했을 때 나올 성공 확률에 변수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만약 자신이 루틴을 완벽하게 지키고도 성적 향상이 없다면 루틴이 잘못됐다고 판단하고 다른 루틴을 계획할 수 있지만, 루틴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면 성적이 오르지 않은 이유가 “루틴이 잘못된 것”인지 “루틴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인지 판단할 수 없다. 성공적인 선수일수록 루틴을 목숨처럼 사수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변수가 없어야 그 루틴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가끔 말도 안 돼 보이는 운동선수들의 징크스도 설명이 가능하다.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 선수도 홈런을 치면 다음 날도 똑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똑같은 길로 구장에 가는 징크스가 있었다고 한다. “징크스”란 그 행동이 다시 홈런을 만들어낼 타당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미신”이고 “징크스”이다. 하지만 징크스가 한 번 패턴으로 자리 잡게 되면 그 패턴을 깨는 것 또한 “변수”이기 때문에 징크스를 지키지 않으면 자신이 유지하던 사이클도 깨지게 된다. 이 변수가 홈런 확률을 낮춘다고 볼 순 없지만 심리적인 부분에서는 분명히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만약 징크스를 지키고도 홈런을 못 쳤다면 그 이유를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지만, 징크스를 어기고 홈런을 못 쳤다면 “내가 다른 엘리베이터에 타서 홈런을 못 쳤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다. 이런 비합리적 생각들은 판단의 객관성을 낮추고 이성적인 사고의 흐름에 큰 방해를 준다. 그래서 징크스에 의존하지 않으려면 오히려 징크스를 지켜야만 하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 중에 강박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인간의 얄팍하기 그지없는 마음은 조금의 틈만 보이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자신을 합리화하며 핑계를 찾곤 한다. 따라서 최대한 틈을 보이지 않아야 주어진 상황을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고, 최대한 변수를 차단하고 계획한 것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강박이 생긴다.


    ‘강박이 성공에 꼭 필요하다.’던가 강박이 좋은 것이라고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근거 없는 징크스나 편집증에 가까운 강박은 당연히 지양해야 한다. 하지만 성공의 과정에서는 변수를 없애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며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의 강박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우리가 [ 계획-> 실행 -> 수정, 보완 -> 실행 ]의 사이클을 반복할 때 실행의 단계에서 변수가 많을수록 수정과 보안은 무의미해지고 이 사이클은 헛바퀴를 돌 수밖에 없다.


    동전 던지기의 확률은 분명 50%이다. 그런데 만약 천 번을 던져도 천 번 모두 앞면이 나왔다면 이유는 딱 두 가지이다. 속임수와 같은 어떤 변수가 작용했던가, 아니면 정말 운이 없던가. 그 변수를 통제하면 머지않아 바로 뒷면이 나올 것이고 정말 운이 없다 하더라도 더 던지면 비로소 뒷면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만 번, 십만 번을 던지다 보면 결국 50%에 수렴해 간다.


    그러므로, 자신이 아직 ‘성공’으로 가는 길에 있다면 우리는 스스로 질문해 봐야 한다. 어떤 성공의 법칙을 시도해 보고 실패했다면, 그 법칙이 ‘나에게 맞지 않았던 것’인지, 아니면 ‘완벽하게 수행하지 않았던 것’인지 말이다. ‘나에게 맞지 않았던 것’이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넘어가면 된다. 하지만 ‘완벽하게 수행하지 않았던 것’이라면 그 방식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애초에 자신이 그 방식을 시도해 본 이유가 자신을 납득시킬 만큼 충분히 설득력 있었기 때문일 테니 말이다. 그리고 만약 어떤 성공 법칙을 완벽하게 시행하고 있는 데도 결과가 나지 않는다면, 그런데도 그 방식이 옳다고 자기 가슴속에서 믿는다면, 그대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 운이 없어서 동전 던지기에서 천 번 앞면이 나왔어도, 더 던지면 결국 뒷면은 나온다.


    그러니 믿고 나아가라. 확률은 당신의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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