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
요즘 실물 미술품과 NFT를 연동해서 판매하는 것을 중개하는 서비스 준비를 돕고 있다.
법적 리스크를 줄이는 것도 그렇지만, 미술품이 그저 ‘투자 수단’으로 부각되지 않으면서 예술과 대중의 거리를 더욱 좁히고, 작가들이 보다 쉽게 작품을 판매하고 서포터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그래도 미술품에 투자하려는 사람의 욕구도 충족해야 하는 그 ‘황금비율’을 찾아내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가능하긴 한걸까).
그러고 보면, 작품들 중에서도 어떤 것은 일반인의 시각에서 정말 대충(?) 그린 것 같은데도 화들짝 놀랄 금액으로 거래되고, 어떤 것은 금전적 가치가 너무 저평가되어 있는 듯하여 안타깝기도 하다. 물론 결과물로 현출된 ‘작품’ 그 자체만이 아니라, 그 작가가 가지고 있는 네러티브, 명성 등이 모두 합쳐져서 작품의 금전적 가치가 결정되니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아무리 공들이고 마음 다 해도, 세상이 정해준 그 금전적 가치로 자신의 등급이 정해진다는 점에서 작가도 참 서글픈 측면이 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밥벌이’에서 온전히 해방되어 자신의 예술적 영감을 자유롭게 펼칠 작가가 몇이나 되겠는가.
근데 생각해보면, 우리도 작가와 다를 바 없다 싶다.
변호사도 마찬가지. 연차와 로펌의 규모, 출신, 전관 여부 등으로 수임료는 천차만별이다.
그 수임료가 과연 각 변호사가 가진 가치를 객관적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직장인들도 마찬가지. 연봉이 그 사람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일까?
이처럼 우리 각자의 삶이 돈으로 매겨진다.
그리고 이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NFT 홀더들로 구성된 커뮤니티의 가치는 결국 NFT와 거버넌스 코인의 금전적 가치와 동일하게 취급된다.
지금까지 커뮤니티 자체는 금전적 가치를 정할 수가 없었는데, NFT로 인해서 그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NFT로 발행될 수 있는 그 모든 것들은 금전적 가치가 매겨질 수밖에 없는데(그래야 거래가 가능하므로-물론 예외적으로 자신의 이력이나 유전정보 등을 NFT로 발행한다면 이는 교환대상이 아니겠고), 그렇다 보니 지금까지는 가치가 있지만 이를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었던 수많은 것들이 앞으로는 금액으로 환산되어 거래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작가도 아닌 일반인인 내가 쓴 블로그 글이나 짧은 영상에 누군가 가치를 느껴서 구입을 원한다면 이를 NFT로 발행해서 당사자들이 합의된 금액에 판매할 수도 있다.
이처럼 NFT로 발행될 수 있는 모든 것이 금전적 가치로 매겨질 수 있는 세상에서, 더더욱 ‘금액’ 자체로 가치를 평가받게 될 것이 우려된다. 금액으로 1등부터 꼴등까지 줄을 세우는 세상 말이다. 더욱 비참한 것은, 금전적 가치로 매겨지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아 소외받는 사람들.
지금도 아무리 NFT 거래소에 자신의 작품을 올려도 눈길조차 받지 못하는 작가들도 많으니, 앞으로는 그런 문제가 더욱 심화되지 않을까 싶다.
나의 노력과 평판, 삶의 스토리가 모두 값으로 치환되는 세상에서, 어쩌면 더더욱 우리는 자유롭되 자유롭지 않는 모순적인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르겠다.
소수만이 누리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자신이 기여한 만큼 보상을 받는 이상적인 시스템을 꿈꾸지만, 오히려 더더욱 모든 것을 ‘값어치가 얼마나 되나’로 판단하게 되는 숨막히는 세상이 펼쳐지는 것은 아닐는지. 기여한 만큼 보상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보상액 자체가 낮으면 사실 별 의미가 없는거니까.
어쩌면 '기여한 만큼 보상받는다'는 것은 그저 마케팅 포인트 정도로 전락할 수도 있겠다 싶고.
1년에 몇번이나 있을지 모를 이 화창한 봄날.
값어치가 매겨진 자문료를 받고 법률의견서를 작성하면서, 밖에서 그저 아무런 생각 없이 즐겁게 뛰노는 아이들을 보니 생각이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