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22
삼겹살 사건에 이어서 제2차 형제의 난이 생길 뻔했다.
내가 구상 중인 아이디어가 있는데, 이걸 누군가에게 보여드리기 위해서 난생처음으로 ‘사업계획서’ 같은 걸 써야 했다. 그래서 그전에 동생의 생각을 물어봤다. 그랬더니 동생 반응은 상당히 냉소적이었다. 그냥,, 전문적인 피드백을 원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생각을 물어봤는데, “그 사업은 ~해서 안될 거다.” “그건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니다” 식으로 일관되게 말했다. 의도야 어찌 됐든, 내가 느끼기에 동생이 내뱉는 말속에는 ‘그냥 딴짓거리 하지 말고 그 시간에 공부해라’ 혹은 ‘그냥 허튼짓 하지 말고 접어라’는 뉘앙스가 있는 것 같았다.
그게 불만이었다. 사실 ‘~한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 ‘~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태도로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동생은 ‘어 아니다, 응 안된다,’며 비웃듯 이야기했다. ‘~가 좀 아닌 것 같은데, ~한 거만 보완할 수 있다면 해봐도 괜찮을 것 같다’, 혹은 ‘난~때문에 좀 힘들 것 같은데’ 라고는 말해줄 수 없었을까?
생각을 말하란다고 진짜 날 것의 생각을 그대로 뱉어버렸다. 요즘 이렇게 동생한테 받는 상처가 많다. 나는 집에서 은근 재간둥이다. 오히려 내가 막내처럼 군다. 장난도 많이 치고, 아재 개그도 많이 던진다. 그런데, 이걸 안 할 수가 없다. 난 동생이 좋아서 더 다가가고 장난치는데, 이 마음을 접는 게 사실 쉽지 않다. 누군가를 사랑하는데 사랑하는 마음을 접는 것보다, 가족을 향한 마음을 줄이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내가 사춘기 때 아버지가 방에 들어오셔서 누워있는 나에게 장난을 걸거나, 툭툭 칠 때, 내가 했던 반응들과, 당시에 아버지가 고민했을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충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하니까 하지 마라고 할 걸 그랬다. 근데, 그때는 내 문장 구성력과 어휘력, 표현력이 많이 부족했고, 나 스스로 내 감정이나 생각을 지금보다 더 전달하기 힘들어할 때라 그때의 내가 이해도 된다. 아마 동생도 이렇게 어휘력과 표현력이 부족한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ㅋㅋ
그리고 라면을 먹기 위해 면을 넣은 채로 물을 끓이고 있었는데, 갑자기 글감이 떠올라서 글을 쓰러 왔다. 의도치 않게 라면 1개로 2개의 양을 먹을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