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폭풍 성장 중

2021년 11월 9일

by PurpleOcean

호두는 어금니가 나나보다. 며칠 전부터 자꾸 손가락을 입에 넣길래 혹시나 하고 만져보니 잇몸이 단단한 것이 어금니가 올라오고 있는 것 같다. 진작에 첫 치과 체크업을 갔어야 했는데 엄두가 안 나서 차일피일 미뤄왔지만, 이제는 진짜로 가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괜찮은 치과 한 군데를 뚫어야겠는데, 나는 왜 늘 그 처음이 어렵고 힘든지 모르겠다. 누구라도 믿을만한 사람이 여기가 좋아,라고 정해주면 좋으련만 해외 살이란 그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 스스로 해야 해서 고단한 것 같다. 어쨌든 아이의 첫 경험이 너무 비극적으로 끝나면 안 될 텐데, 걱정이다.



차고 건조한 겨울에 손을 자꾸만 입에 넣으니 아토피 피부가 견디지 못하고 다시 빨갛게 트기 시작했다. 한동안 스테로이드 연고를 쓰는 일이 많지 않아서 이렇게 모든 연고가 다 떨어진 줄도 몰랐는데, 오랜만에 각종 스테로이드/비스테로이드 연고를 싹 주문했다.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건만, 아토피도 참 질기다. 어릴 때 우리들이 뭐 하나라도 안 좋은 걸 갖게 될까 봐 전전긍긍하는 엄마를 보면서 유난스럽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 마음을 알겠다. 아토피도, 비염도, 천식도, 알레르기도, 전부 우리 호두한테서 떨어져라. 우리 호두 근처에는 오지도 말아라.



자두는 이유식을 시작했다. 한 달이 좀 넘었는데, 그 사이 오트 시리얼도 먹고, 바나나도 먹고, 빵도 먹고, 구운 고구마도 먹고, 데친 브로콜리도 먹고, 엊그제는 계란 지단도 먹었다. 자기 주도 이유식을 하고 싶었지만, 나는 너무 초보 엄마였고, 가뜩이나 힘든 호두 육아에 일을 보태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예민한 호두 피부가 하루가 멀다 하고 벌겋게 염증을 일으키던 때라 그게 뭐든 아기 얼굴에 묻는 것이 싫어서 호두 이유식은 결국 엄마 주도로 끝이 났었다. 그런데 자두는 일단 육아가 훨씬 수월하기도 하고, 알레르기나 아토피가 없기도 하고, 호두까지 일반식을 먹고 있는 지금으로서는 오히려 엄마 주도 이유식을 위해 별도의 음식을 만드는 것이 더 번거롭게 느껴지기도 해서 특별히 계획하지 않았지만 자기 주도 이유식을 하게 되었다. 종종 떠먹여 줄 때는 곧잘 받아먹는 것 같아도 스스로 먹게 두면 우물우물하다가 뱉어버리는 것이 태반이라 뭐가 뱃속으로 들어가고는 있는 건가 궁금하기는 한데, 분유만 먹을 때보다 확실히 똥이 되직해진 것을 보니 먹고 있기는 한가보다. 조만간 고기도 도전해봐야지.


원래 이유식은 스스로 앉을 수 있게 되면 시작하라는 것이 일반적인 지침이지만 호두가 아토피와 알레르기가 있기 때문에 자두는 조금 일찍 이유식을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 선생님 조언대로 자두 이유식은 조금 일찍 5개월 무렵에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처음 이유식을 시작할 때만 해도 자두는 범보 의자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앉지 못했는데, 이제는 어느새 앉아 곧잘 버티곤 한다. 흔들흔들 불안하게 앉아 있다가도 넘어지지 않고 기는 자세로 바꾸기도 하고, 한동안 두 팔을 벌린 비행기 자세로 배를 바닥에 붙인 채 파닥거리기만 하더니 이제는 배를 떼고 엉덩이를 앞뒤로 들썩거리다가 조금씩 기기도 한다. 둘째는 사랑이라더니, 자두는 정말 매일매일 스스로 너무 예쁘고 너무 귀엽다.


마지막으로 요즘 호두는 폭발적으로 말이 늘고 있다. 최근 며칠 사이의 가장 큰 발전은 우리가 내는 말소리를 곧잘 따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뜻을 알지는 못해도 소리를 너무 그럴싸하게 따라 해서 깜짝깜짝 놀란다. 뜻을 아는 단어도 많이 늘었다. 요즘은 수와 색에 꽂혀서 장난감들을 들고 호힌쉬(오렌지), 블류(블루), 그힌(그린), 왓뜨(화이트) 같은 색을 중얼거리기도 하고, 공룡들을 잔뜩 모아놓고 워인(원), 튜우(투), 투이(쓰리)... ,떼분(세븐, 왜인지 모르겠지만 세븐을 좋아해서 아예 원 다음에 세븐으로 건너뛰기도 자주 한다), 에이(에잇), 나이(나인), 뗀(텐, 텐을 할 때는 특별히 큰 소리를 낸다) 하면서 세는 흉내를 내기도 한다. 아마 우리가 눈치 채지 못했지만 알고 있는 단어들이 더 많겠지. 아, 주말에 호두는 인생 첫 문장을 구사하기도 했다. "워이시 대히(Where is daddy)?" 이 아이가 들려줄 이야기가 벌써부터 너무나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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