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9일
코로나로 인해 데이케어의 규칙은 여전히 빡빡하고, 기침 몇 번만으로도 집으로 데려가라 연락이 오기 일쑤라 주말은 아이의 몸 건강, 마음 건강에 만전을 기하는 시간.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아이가 데이케어에 간 월요일은 유난히 상쾌하다. 호두를 낳기 전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던 월요일의 기쁨을 만끽하면서 비로소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해보려는데, No Caller ID로부터 걸려온 전화. 불안하다. 이건 틀림없이 병원 아니면 데이케어일 텐데.
호두 반 선생님인 카밀라다. 조금 전에 호두가 소파에서 뛰어내렸는데 머리로 떨어지는 바람에 눈썹 사이가 조금 찢어졌단다. 다행히 종이에 베인 것처럼 얕은 상처긴 한데 피가 조금 나긴 했었다고. 피는 금방 그쳤는데 혹이 많이 났다고. 병원에 데려갈 정도는 아니니 자기가 오늘 하루 잘 지켜보겠다고. 안 그래도 요즘 높은 곳에서 두 발로 뛰어내리는데 재미가 들린 것 같아 계속 주의를 주면서도 걱정스러웠는데, 역시 집에서 새는 쪽박이 밖에서도 새는 법이다. 아이고, 머리야.
평소대로 오후에 데리러 가니 오전에 그런 요란을 겪었다면서도 아이는 너무나 태연하다. 유리문 밖에 엄마가 기다리고 있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외투는 입고 나가야 한다며 (선생님한테 입혀 달라고) 두 팔을 벌리고, 가방까지 챙겨서 자박자박 걸어 나오는 아이 얼굴을 보고 잠시 표정 관리를 하지 못할 뻔했다. 생각보다 상처도 깊고, 생각보다 멍도 심하고, 생각보다 혹도 컸다. 호두가 요즘 좋아하는 공룡 중에 우리가 오동이라고 부르는, 이마가 앞으로 툭 튀어나온 공룡이 있는데, 호두 얼굴이 딱 그 오동이 얼굴 같았다.
병원을 데리고 갈 정도는 아니라는 카밀라의 판단에는 나도 동의할 수 있었다. 이만하길 천만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카밀라가 사고 현장을 사진으로 보여주었을 때는 이런 곳에서도 이 정도로 다칠 수 있다니 너무 어이가 없기도 했다. 선생님이라고 모든 사고를 다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고도 조금만 더 신경 써서 봐주지, 이런 일은 또 없었으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을 다 거두지 못하는 건 내가 엄마라서 그렇다고 하자.
마침 호두가 브로콜리에 푹 빠져 있는데 주말 사이 집에 있던 브로콜리를 다 먹어 버려서 집에 오는 길 아이와 잠시 시장에 들렀다. 시장에 간 김에 정육점에도 들렀는데, 자주 보는 직원이 호두 안부를 묻는다. 마침 오늘 데이케어 의자에서 떨어져서 이마가 깨졌다고 한숨을 쉬는 나에게 직원이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장담하는데, 이건 시작일 뿐이야. 그렇겠지? 나도 알아. 하아. (그래도 얼굴은 안 다쳤으면 좋겠는데.)
아이는 집에 오자마자 소파에서, 트램펄린에서, 거실 마루에서 또다시 뛰기 시작했다. 조금 다쳤다고 의기소침해지면 그건 또 그것대로 걱정이겠지 싶다가도, 그래도 이만하길 정말 다행이다 싶다가도, 그래도 조금쯤 교훈을 얻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어차피 내가 너를 언제까지나 지켜줄 수는 없을 텐데, 자신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사람으로 키워내는 데까지는 얼마나 걸리려나. 그날이 온들 내가 그걸 바로 알 수 있을까, 내 걱정이 다 사라지기는 할까. 그럴 리가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