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준비

2021년 10월 21일

by PurpleOcean

며칠 비가 추적추적 내리더니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다. 오랜만에 느끼는 차가운 공기가 반갑다가도 이렇게 긴 겨울이 다시 시작되는 건가 싶어 조금 우울해진다. 아무래도 나는 여름이 좋다. 덥고, 뜨겁고, 땀나고, 심지어 요즘은 푹푹 찌기까지 하지만 그래도 겨울보다는 여름이지. 그러거나 말거나 겨울은 곧 올 것이고, 믿거나 말거나 이번 겨울은 유난히 혹독할 거란다. 올 겨울은 어디에서 아이들과 너무 춥지 않게, 그렇지만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것인가.


가을에 태어난 호두는 돌이 되기 전에 걸음마를 시작했다. 넘어지고,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걷는 재미를 알아 버린 아이는 오뚝이처럼 일어서서 다시 걸었다. 아이가 걸음마 연습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데, 금세 겨울이 왔다. 겨울의 밖은 너무 춥기도 하고 무엇보다 늘 쌓여있는 눈 때문에 곳곳이 빙판이라 아직 걸음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에게는 위험했다. 그래서 내 인생 최초의 연간 회원권을 Biodome에서 끊었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도대체 이런 연간 회원권은 누가 끊는지 알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2021년의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판데믹 때문에 예약제로 운영해서 매 주말을 앞두고 부지런을 조금 떨어야 했지만 덕분에 사람이 많지 않아 쾌적하게, 따뜻하게, 거기에 덤으로 동물들도 좀 만나면서 호두는 그렇게 걸음마를 뗐다.



이제 호두에게는 두 번째 겨울이, 자두에게는 첫겨울이 오고 있다. 최근에 Biodome이 Botanical Garden, Insectarium, Planetarium까지 이용할 수 있는 통합 멤버십을 출시했다고 광고를 하길래 얼른 업그레이드를 했다. 그리고 나니 판데믹 내내 문을 닫고 있던 Science Center가 다시 개장을 해서 이곳 연간 회원권까지 하나 더 추가했다. 겨울이 긴 이곳에서는 모두 겨울 스포츠 하나쯤은 하는 것 같던데, 아무래도 호두는 아직 너무 어린 것 같아서 올 겨울까지는 그냥 썰매나 열심히 타자했다. 작년 겨울, 이웃이 나눔 해 준 썰매를 받아올 때만 해도 내년에는 호두가 이 썰매를 탈 수 있을까 싶었는데 막상 그 겨울이 오자 오히려 썰매가 너무 작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정말이지 아이들은 너무 빨리 자란다. 기쁘게도, 속상하게도. 이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올 때쯤이면 아이들은 또 얼마나 부쩍 커 있을까. 그때는 자두도 조금씩 걷기 시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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